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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8. 오빠의 비명소리3

Joyfule 2009. 4. 2. 01:03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8. 오빠의 비명소리3    
    앤드류 잭슨은 그를 관료로 임명했지만, 
    메이컴 대령의 지나친 자신감과 빈약한 방향감각은 크릭스 인디언 전쟁에서 
    그를 추종한 모든 사람들에게 재난을 가져다주었다. 
    메이컴 대령은 자신의 영토만큼은 민주주의로 안전하게 지키고자 끝까지 노력했지만, 
    그것은 첫 번째 시도로 끝나고 말았다. 
    그의 지령은 절친한 인디언에 의해 교대로 전달되어 마침내 남쪽까지 전해졌다. 
    그런 다음 남쪽 방향을 표시하기 전에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부하가 과감히 잘못을 지적했다. 
    그러나 메이컴 대령은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적진을 향해 단호히 진격해나갔다. 
    결국 그의 기병중대는 북서쪽 숲에서 우왕좌왕 헤매다가 
    이주자들에 의해 구출되어 내륙으로 옮겨졌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메리웨더 부인이 삼십 분 동안 메이컴 대령의 업적을 낭독하는 사이에, 
    나는 무릎을 굽혀 의상 안으로 몸을 밀어올리면 앉을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메리웨더 부인과 웅웅대는 큰북 소리를 들으며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나중에 아이들에게서 메리웨더 부인이 맨 마지막 부분에 
    가장 신경썼다고 전해들었다. 
    한참 잠에 빠져 있는데 그녀가 낮은 소리로 불렀던 것이다.
    돼지! 
    소나무와 완두콩이 신호에 맞춰
     제때 입장한 것에 자신감을 가지고 조그맣게 부른 것이었다.
    돼지. 
    몇 초 후 다시 불렀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자, 그녀는 크게 소리쳤다.
    돼지! 
    나는 꿈결에 그 소리를 들었거나, 
    아니면 밴드가 연주한 쾌활한 딕시음악에 잠을 깬 것이리라. 
    그러나 나는 나타나야 할 때를 잘못 선택하고 말았다. 
    메리웨더 부인이 마을의 깃발을 들고 잘난 체하며 
    무대 위로 올라갔을 때에야 입장을 시작하여 
    앞장선 아이들을 따라잡아야겠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그때 테일러 판사는 내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러워서 웃다가 
    무릎을 너무 세게 쳐서 부인이 물과 알약을 갖다주어야 했다는 것이다. 
    메리웨더 부인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토록 환호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대 뒤에서 나를 잡고는 내가 연극을 망쳐놓았다고 말해 
    내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오빠가 나를 데리러 왔다. 
    그는 자기가 앉은 자리에선 내 의상이 잘 보이지도 않더라며 나를 위로해주었다. 
    오빠는 정말로 동정심이 많은 것 같았다. 
    내가 의상 안에서 얼마나 괴로웠는지 아는 듯 
    조금 늦게 입장한 것뿐이라며 괜찮았다고 말해주었다. 
    오빠는 내 실수에 대해 거의 아버지만큼이나 자상하게 위로해주었다. 
    오빠는 내 입장을 생각해서 군중 속을 뚫고 가지 않도록 
    무대 뒤에서 사람들이 모두 떠날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다.
    너 그거 벗을래, 스카웃? 
    아니, 그냥 입고 있을래. 
    옷으로 얼굴을 가리면 덜 창피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너희들 모두 집에 태워다줄까? 
    누군가 물어왔다.
    괜찮습니다. 조금만 걸으면 돼요. 
    유령을 조심해라.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유령에게 스카웃을 조심하라는 편이 낫겠지. 
    이제 거의 돌아갔어, 우리도 가자. 
    오빠가 내게 말했다.
    우리는 강당을 가로질러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왔다. 
    여전히 어두었다. 남은 차들이 건물 맞은편에 주차되어 있었다.
    우리하고 같은 방향으로 가는 차가 있다면 뭐가 좀 보이겠는데. 
    오빠가 말했다.
    여기야, 스카웃. 너, 넘어질지도 몰라. 
    괜찮을 것 같아. 
    응, 그래도 조심해. 
    오빠가 햄의 꼭대기 부분을 잡았다.
    오빠가 날 잡고 있는 거야? 
    응? 으응 ,,, . 
    우리는 칠흑 같은 학교 마당을 가로지르기 시작했고, 
    발을 보기 위해서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오빠, 나 무대 뒤에다 신발을 두고 왔는데 ,,, . 
    그래? 다시 가지러 가자. 
    우리가 돌아서는 순간 강당불이 꺼지고 말았다.
    내일 찾아야겠다. 
    하지만 내일은 일요일이잖아. 
    오빠가 나를 집쪽으로 끌어당겼지만, 난 계속 우겨댔다.
    수위 아저씨한테 들여보내달라고 하자 ,,, . 스카웃? 
    응? 
    아무 것도 아니야. 
    오빠는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나는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의아했지만 
    집에 도착하면 말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오빠의 손가락이 내 의상 꼭대기를 누르는 것을 느꼈다. 
    너무 세게. 그렇게 느껴졌다.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오빠, 그럴 필요 ,,, . 
    조용히 해봐, 스카웃. 
    오빠가 말하며 나를 눌렀다.
    그리고 우리는 조용히 걸었다.
    조금 아까 무슨 생각했어? 
    나는 오빠를 쳐다보았지만 윤곽만이 겨우 보일 뿐이었다.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아. 잠깐 서봐. 
    우리는 멈춰섰다.
    무슨 소리 들렸지? 
    아니. 
    오빠는 다섯 발자국도 못 가서 다시 나를 세웠다.
    오빠, 나 겁주려고 그러지? 난 안 속아 ,,, . 
    조용히 해봐. 
    그제서야 난 농담이 아니란 걸 알아챘다. 
    적막한 밤이었다. 오빠의 숨소리가 고르게 들려왔다. 
    갑작스런 미풍이 내 다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건 바람이 거세게 불어올 징조였고, 
    천둥을 동반한 비가 내리기 전의 정적임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