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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30. 그건 앵무새를 쏘아 죽이는 것3

Joyfule 2009. 4. 11. 07:04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30. 그건 앵무새를 쏘아 죽이는 것3    
    제기랄! 그래요, 전 젬을 전혀 생각지 않고 말하는 겁니다. 
    테이트 씨의 부츠가 마루판자를 심하게 내리굴렸다. 
    머디 아줌마와 스테파니 크러포드 아줌마의 침실 불이 켜져 있었다. 
    테이트 씨가 길 건너편으로부터 눈길을 거두고 다시 아버지의 눈길과 마주쳤다. 
    그리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테이트 씨가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다시 말을 꺼냈다.
    핀치 변호사님, 
    전 변호사님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마당에 언성을 높이고 싶진 않습니다. 
    변호사님은 오늘 어떤 사람도 겪지 못할 긴장감 속에 계시니까요. 
    왜 한 발자국쯤 떨어져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지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린 이 일을 오늘밤 결정해야 합니다. 
    내일이면 너무 늦습니다. 
    봅 이웰, 그 밥통은 자신의 부엌칼에 찔린 채 누워 있는 겁니다. 
    테이트 씨는 아버지가 그 상황을 잘 모르고 있다고 덧붙인 다음 
    오빠나이 정도의 소년이 한 팔이 부러진 채 
    왼팔만으로 어떻게 어른을 넘어뜨려 죽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헥.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말했다.
    그 재크나이프는 어디서 났소? 
    술 취한 사람에게서 압수한 겁니다. 
    테이트 씨가 냉담하게 말했다.
    나는 다시금 그때 일을 떠올리려 애썼다. 
    이웰 씨가 나를 짓누르고 ,,, 그러나 떨어져 나갔지 ,,, 
    나는 마침내 오빠가 일어난 거라고 생각했지 ,,, .
    헥? 
    오늘 저녁 시내에 나갔다가 술취한 남자에게서 압수한 겁니다. 
    이웰은 분명 저 쓰레기더미 어디에서 부엌칼을 찾아냈을 겁니다. 
    칼을 갈며 때를 기다린 거죠 ,,, 때를 기다린 겁니다. 
    아버지가 그네에 앉았다. 
    두 손이 무릎 사이로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두 눈은 마루판자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그날 밤 교도소 앞에서의 모습과 겹쳐졌다. 
    그때 나는 아버지가 신문을 접어 의자에 놓기까지의 순간이 끝이 없을 듯 길게 느껴졌었다.
    테이트 씨가 현관 앞을 터벅거리며 서성대고 있었다.
    이 일은 변호사님이 결정하실 일이 아닙니다. 
    이 일은 제 사건입니다. 제 결정에 달려 있고, 제 책임입니다. 
    제 방법에 한 번만 눈을 돌리신다면 복잡할 것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계속 개입하신다면 전 변호사님을 거짓말쟁이라고 말할 겁니다. 
    아드님은 절대 봅 이웰을 찌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지극히 명백한 사실이며 이제는 변호사님도 그걸 아셨을 겁니다. 
    그 아이가 원한 건 여동생을 데리고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오려는 것뿐이었습니다. 
    테이트 씨가 걸음을 멈추고 아버지 앞에 섰다. 
    우리를 등지고 있었다.
    전 그다지 대단한 인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 메이컴의 보안관입니다. 
    전 태어나서부터 줄곧 이곳에서 자라나 마흔세 살이 되었습니다. 
    이 마을에 대해서만은 제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났던 일도 알고 있습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흑인 청년이 죽었습니다. 
    바로 저 인간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핀치 변호사님, 죽음이 죽음을 묻어버리게 합시다. 
    테이트 씨가 그네로 가서 아버지 옆에 놓여 있던 그의 모자를 집어 들었다.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고 모자를 눌러썼다.
    죄악을 막으려고 최선을 다한 시민에게 
    법을 위반한 죄목을 씌운다는 것은 결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젬은 그 죄악을 막았던 것입니다. 
    변호사님은 변호사님이 잘못 판단한 그 일을 온 읍내에 알리는 것이 
    제 의무라고 말씀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그렇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제 아내를 포함해서 메이컴의 모든 부인들은 엔젤케익을 만들어 
    저 사람의 문을 두드릴 겁니다. 제 생각으로 말입니다. 
    선생님과 이 마을을 위해 그런 훌륭한 일을 한, 
    저 부끄럼타는 소년의 삶을 회백등 아래로 끌어낸다는 건 ,,, 
    전 그것이야말로 죄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분명 죄악이며 전 절대로 그런 짓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건 다르겠지요. 
    하지만 이 소년만은 아닙니다. 핀치 변호사님. 
    테이트 씨는 부츠 끝으로 마루판자에 구멍이라도 내버릴 듯 했다. 
    코를 잡아당기다가 다시 왼팔을 문질러댔다.
    전 대단한 인간은 아닙니다, 
    핀치 변호사님. 하지만 여전히 메이컴의 보안관이며 봅 이웰은 자기 칼에 찔린 겁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테이트 씨는 쿵쿵거리며 현관 계단을 내려가서는 앞마당을 가로질러 성큼성큼 걸어갔다. 
    차 문이 세게 닫혔고 그는 곧 사라졌다.
    아버지는 한참 동안 마루판자만 내려다보더니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스카웃, 이웰이 그의 칼에 찔렸단다. 이해할 수 있겠니? 
    아버지는 무엇이건 기운을 북돋울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뛰어가 아버지를 꼬옥 껴안고 뺨에 키스했다.
    네, 아빠. 전 이해할 수 있어요. 
    난 다짐하듯 말했다.
    보안관 아저씨 말씀이 맞아요. 
    아버지가 팔을 풀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말이지? 
    그건 앵무새를 쏘아죽이는 것, 그런 종류였지요, 그렇죠? 
    아버지가 내 머리에 얼굴을 부볐다. 
    그리곤 일어나서 현관 그늘 쪽으로 걸아갔다. 
    활기찬 걸음걸이가 되살아나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부 래들리 앞에 서서 정중하게 말했다.
    내 아이들을 구해줘서 고맙소, 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