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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 2 장 카인 - 2

Joyfule 2008. 9. 21. 07:54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 2 장 카인  - 2 
    그는 말을 멈추고 웃음띤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내 이야기가 재미있니?”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해. 
    카인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야. 
    우리들이 배우는 것은 대개 어느 면으로는 
    전적으로 진실이고 정당한 것이지만 
    이 모든 것을 선생님들이 가르치시는 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는 거야. 
    대개는 다른 면에서 볼 때 더 나은 의미를 갖게 돼. 
    예를 들자면 카인의 이야기만 해도 그래. 
    그의 이마 위의표지에 대해서도 
    우린 선생님의 설명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점이 많거든.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어떤 사람이 다투다가 형제를 해치는 일은 사실상 있을 수 있는 일이야. 
    그래서 그후론 겁을 먹고 양보하게 된다는 것도 가능하긴 해. 
    그렇지만 그가 자신의 비겁함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고
    다른 사람을 겁주기 위해 특별한 훈장까지 일부러 달았다면 
    이건 좀 우스운 일 아니니?” 
    ”그래, 그건 그래.” 나는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 문제가 나를 매혹시켰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를 달리 어떤 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까?” 
    그는 내 어깨를 쳤다. 
    ”아주 간단해. 
    여기서 문제가 되고 이야기의 주제가 되는 것은 바로 표지야. 
    이것 봐, 만약 남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그 무엇인가를 얼굴에 지니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누구 하나 감히 그를 건드리려는 사람이 없고, 
    그의 자식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남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단 말야. 
    추측이 아니라, 그들의 이마에 무슨 
    소인 찍힌 우표 같은 것이 붙어 있었던 것은 아닌 게 확실해. 
    세상에 그런 심한 일은 잘 없으니까.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무언지 경외심을 일으키는 것이 그들에게 있고 
    평범한 사람들보단 좀 엄격하고 지혜로와 보이면서도 
    대담한 그 무엇인가를 그들의 눈빛에서 느낄 수 있었을 거야. 
    이 사람은 힘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두려웠던 거야. 
    이것이그가 ‘표지’를 지니게 된 내력이야. 
    사람들은 그것을 각자 자기 식으로 설명하는 거야. 
    그런데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에에 편리한 대로 자기를 정당화시키고 싶어하거든. 
    사람들은 카인의 자식들이 두려웠던 거야. 
    그래서 사람들은 이표지를 훈장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라 
    전혀 그 반대로 해석한 거야. 이 표지를 가진 사람은 무섭다고 말한 거야. 
    또 사실 그러하기도 했겠지. 
    용기와 개성을 가진 사람은 평범한 이들에겐 두려운 존재니까. 
    두려움을 모르는 강한 종족이 자기네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매우 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거야. 
    그래서 사람들은 그 강한 종족에게 일종의 보복을 가한 거야. 
    그들이 두려워 떤 것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일종의 별명과 전설을 만들어서 붙였던 거지. 내 말 이해하겟니?” 
    ”응, ---그건 다시 말하면---카인이 정말은 하나도 나쁜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지?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가 전부사실이 아니란 거지?” 
    ”그렇다고 할 수도 잇고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있어. 
    아주 오랜 옛날의 이야기일수록 사실에 가까워. 
    하지만 그 사실들이 언제나 사실 그대로 기록되고 
    옳은 의미로 해석되어 왔다고는 볼 수 없는 거야. 
    간단히 말하자면 난 카인이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단지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그러한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라고 생각해. 
    이런 이야기는 사람들이 단순하게 지껄여대는 허무맹랑한 소문에 불과한 거야. 
    그렇지만 카인과 그의 자식들이 일종의 ‘표지’를 갖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달랐다는 것만은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해.” 
    나는 대단히 놀랐다. 
    ”그럼 동생을 죽였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믿니?” 
    나는 충격을 받아 이렇게 물어보았다. 
    ”물론 사실이야. 분명히 그건 사실일 거야.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죽였던 거야. 
    그들이 정말 형제였던가 하는 것에는 의심이 가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한 점이 아니야. 
    결국 모든 사람들은 형제라고 할 수 있는 거니까. 
    따라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죽인 것에 불과한 거야. 
    그것은 무척 영웅적인 행동이었을지도 모르고, 또 그렇지 않았을 지도 몰라. 
    그러나 하여간 약한 자들은 두려움을 느꼈던 거야. 
    그들은 한탄했겠지. 
    그렇지만 누군가가 그들에게 ‘그렇다면 왜 그들을 해치우지못하지?’ 
    하고 물으면 ‘우리가 비겁하기 때문에’라고 말하지는 않을 거야. ‘
    할 수가 없어. 그자들은 표지를 달고 있어. 
    신이 그들에게 표지를 주셨거든’ 하고 말한 거야. 
    대충 이렇게 해서 그 황당한 이야기가 날조되었을 거야. 
    아, 참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지. 그럼 잘 가!” 
    그가 알트 거리로 구부러져 돌아가자 
    혼자 남겨진 나는 이제까지보다 한층 더 어리둥절해졌다. 
    그가 가버리자마자 이제까지 한 그의 이야기가 전혀 믿을 수 없는 사실로 여겨졌다. 
    카인은 강한 사람이고 아벨은 겁쟁이였다니! 
    카인의표지가 훈장이라니! 
    그건 불합리한 이야기였으며 신에 대한 불경스럽고 방자한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신은 어디에 계셨던 말인가? 
    신께서는 아벨의 제물을 받아들이지 않으셨고, 
    아벨을 사랑하지 않으셨단 말인가? ---아니, 그럴 리 없다. 
    그건 어리석은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다. 
    나는 데미안이 나를 놀리고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하였다. 
    정말이지 굉장히 영리한 아이이긴 했다. 
    그리고 말도 조리있게 잘했고, 그렇지만 그렇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