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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 6 장 야곱의 싸움 - 2

Joyfule 2008. 10. 23. 01:31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 6 장 야곱의 싸움 - 2 
    그는 말을 멈추었다. 잠시 숨을 돌리더니 그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리가 아프락사스라고 이름지은 우리의 새로운 믿음은 아름다운 것이오, 
    싱클레어. 그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으뜸가는 믿음이오. 
    그러나 그것은 아직 갓난애에 불과하지요. 
    아직 날개도 돋지 않은 거요. 고독한 종교, 그건 아직 진짜가 못되는 거요. 
    종교란 공통적인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되며, 예배와 도취, 
    축제와 비법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되는 거요.” 
    그는 자기의 생각에 몰두해 들어갔다. 
    ”그 비법은 단독적으로나 아니면 조그만 단체에서 행해질 수는 없나요?” 
    나는 주저하면서 물었다.
    ”그건 될 수가 있지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이미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소. 
    만약 그런 일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수년쯤은 감화원에 처박히게 될 그런 예배를 행해왔소. 
    그러나 나는 그것도 진짜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소.” 
    갑자기 그는 내 어깨를 쳤으므로 나는 놀라 몸을 움츠렸다.
     “이봐요!” 그는 성급하게 소리쳤다. 
    “당신도 역시 비법을 갖고 있소. 
    당신은 분명히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꿈을 가지고 있을 것이오. 
    그것을 알려는 건 아니오. 
    그러나 분명히 말해두지만 당신은 그것을, 그 꿈을 갖고 살아가시오. 
    그것을 갖고 놀고 그것을 위한 제단을 마련해 주시오! 
    완전하진 않지만 그러는 것도 하나의 길일 수 있는 거요. 
    우리들이, 당신과 나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이 세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는 장차 알게 되겠지요.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는 우리의 내부에서 
    그것을 매일같이 개선해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존재는 의미가 없는 것이오. 
    생각해보시오. 싱클레어, 당신은 이제 열 여덟 살이오. 
    당신은 매춘부의 뒤를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오. 
    그러고 보면 당신은 아마 사랑의 꿈이나 사랑의 소원을 갖고 있을 것이 분명하오. 
    아마도 당신은 그것에 대해 공폴르 느끼고 있겠지. 두려워하지 마시오. 
    그것이 바로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서 최상의 것일 테니 말이오! 
    당신은 나를 믿어도 좋소. 
    나는 당신과 같은 나이 때 나의 사랑의 꿈을 너무 억눌렀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었소. 
    그래서는 안 되는 거요. 
    아프락사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되는 거요.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영혼이 우리의 내부에서 소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금지되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거요.” 
    나는 깜짝 놀라 그의 말에 반박했다. 
    “하지만 마음에 떠오르는 이리라고 해서 무엇이든지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닐 텐데요! 
    자기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이니까요.” 
    그는 내게 다가섰다. 
    ”형편에 따라서는 그것도 허용될 수 있소. 대개는 착각에 불과하지만, 
    내 말 역시 당신의 뇌리에 떠오르는 일이라고 
    무엇이든지 간단하게 해치워버리라는 건 아니오.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당신의 마음에 떠오른 그 자체의 좋은 의의를 가진 어떤 일을 배척한다든가, 
    그것에 대해 도덕적인 평가를 제시함으로써 그것을 망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요. 
    자기나 다른 사람을 십자가에 못박는 대신 
    엄숙한 생각으로 포도주를 마시며 희생의 비법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는 거지요. 
    물론 그런 행위를 하지 않고서도 자기의 충동과 유혹을 
    존경과 사랑으로 취급할 수도 있긴 할 거요. 
    그것들은 자기의 뜻을 나타낼 거요. 
    그것들은 다 뜻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혹시 당신에게정말로 미친 생각이나 죄를 범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싱클레어, 혹시 당신이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진다거나 
    얼토당토 않은 추잡한 일을 저지르고 싶으면 잠깐 동안이라도 
    아프락사스가당신의 내부에서 그렇게 공상하고 있다고 생가해보시오! 
    당신이 죽이고 싶은 어떤 사람은 실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단지 하나의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고,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그의 형상 속에서 
    우리들 자신의 내부에 숨어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그것을 미워하는 것이오. 
    우리들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진정으로 우리를 흥분시키지는 못하는 법이니까 말이오!” 
    피스토리우스가 이토록 나의 내심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나를 가장 강하게, 또는 가장 기묘하게 감동시킨 것은
     이 충고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내 마음속에 지니고 있던 
    데미안의 말과 똑같은 음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피차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지만 
    그들은 내게 똑같은 소리를 한 것이다. 
    ”우리가 보는 사물이라” 피스토리우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들의 내부에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이오. 
    우리가 우리의 내부에 갖고 있는 것 이외의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살고 있는 것이오. 
    그들은 단지 외부의 형상만을 현실이라 여기고 
    자기의 내부에 들어 있는 그들만의 독자적인 세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있는 거요. 
    그렇게 한다면 행복할 수는 있는 거요. 
    내가 만일 일단 다른 길을 발견하게 된다면 
    더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을 다라가지는 않을 거요. 
    싱클레어, 대다수가 가는 길은 편하지만 우리들의 길은 힘든 거요.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