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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5장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쓴다 - 7

Joyfule 2008. 10. 21. 06:42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5장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쓴다 - 7 
    ”네, 그럴 수도 있겠읍니다만,” 
    나는 반대 의견을 말했다. 
    “그렇다면 개인의 가치는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 것입니까? 
    우리의 내부에 모든 것이 이미 다 준비가 되어 있다면 
    도대체 어떤 이유로 우리는 여전히노력해야만 하는 것입니까?” 
    ”잠깐!” 피스토리우스는 성급히 소리쳤다. 
    “당신이 단순히 자신의 내부에 세계를 지니고만 있느냐, 
    혹은 그것을 의식하고있느냐는 대단히 큰 차이를 가지는 일인 것이오! 
    미친 사람일지라도 플라톤을 연상시키는 사상을 창조해낼 수도 있을 것이고, 
    헤른후트파의 학교에 다니는 경건한 어린 학생이 
    그노시스파나 조로아스터파에 나타난 깊은 신화적인 연관을 
    독창적으로 생가해낼 수도 있는 일이기는 하오. 
    그렇지만 그것에 관해 아무것도 의식하고 있지는 않는 것이오!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한에 있어서는 그는 
    한 그루의 나무나 돌, 기껏해야 짐승과 별 다를 바가 없는 것이오. 
    그러나 이 인식의 최초의 불꽃이 한번 번쩍 빛나기만 해도 그는 인간이 되는 거요. 
    당신도 역시 저기 거리 위를 걷고 있는 모든 두 발 달린 족속들을 
    단지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다는 것과 
    자식을 열 달 동안 뱃속에 넣고 다닌다는 것만으로 해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요. 
    그들 중의 얼마나 많은 부류가 단지 물고기나 양, 벌레나 거머리에 불과한지, 
    얼마나 많은 부류가 개마나 벌과 같은 존재에 불과한지를 당신도 잘 알 것 아니오. 
    그들 각자에게는 물론 인간이 될 가능성이 이미 부여되어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들이 그것을 예감하고 부분적일망정 의식할 수 있게 되는 동안에만 
    그 가능성은 비로소 그들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오.” 
    우리들이 나눈 대화는 대략 이런 종류였다. 
    우리들의 대화가 나에게 전혀 새로운 것이나 
    아주 놀랄 만한 깨우침을 가져다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모든 대화들은, 심지어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들까지도
    나의 내부의 어떤 한 지점을 가볍게 그러나 끊임없이 망치질해대는 것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나의 형성을 도와주고, 
    내가 허물을 벗고, 껍질을 깨뜨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러한 매번의 대화로 나는 내 머리를 조금씩 더 높이, 
    조금씩 더 자유롭게 치켜들어 마침내 내 황금빛 새는 
    그 아름다운 머리를 산산이 부수어진 세계의 껍질 밖으로 내밀었던 것이다. 
    우리는 자주 서로의 꿈 이야기를 하곤 했다. 
    피스토리우스는 꿈을 해석할 줄 알았다. 
    한 가지 놀라운 예가 기억에 떠오른다. 
    나는 꿈을 꾸었는데 그 꿈속에서 나는 날 수가 있엇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 비상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대 비약에 의해 공중에 내동댕이쳐진 것이었다. 
    이 비상의 감각은 내 정신을 몹시 고양시켜주었지만 
    나는 곧 원하지 않았는데도 걱정될 만큼 높이 공중으로 치솟아로르는 것이 두려워졌다. 
    나는 상승과 낙하를 호흡의 정지와 내뿜는 것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자 살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꿈에 대해서 피스토리우스는 이렇게 해석해주었다. 
    “당신을 날 수 있게 한 비약이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커다란 특전이오. 
    그것은 모든 힘의 근원과 연관된 감정으로 
    그런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 누구나 불안을 느끼게 마련이오. 
    그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니까! 
    그러므로 대개의 사람들은 쉽사리 나는 것을 포기하고
     법의 규정에 따라 걸어가는 편을 택하는 것이오.
     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소. 
    당신은 유능한 청년답게 계속 날고 있는 거요. 그러니 이것 봐요. 
    당신은 점차 당신 스스로 그것을 제어할 수 있게 되고 
    당신을 휩쓸어가는 보편적인 위대한 힘에 대해 섬세하고 가냘르기까지 한 
    자기 자신의 힘이, 하나의 기관이 하나의 키와 맞먹게 된다는 
    믿을 수 없는 일을 깨닫게 될 것이오. 
    기막힌 일이지요. 그러나 그런 일이 없다면 
    미친 사람이 그런 것처럼 아무런 의지없이 공중을 나는 결과가 되는 거요. 
    하늘을 나는 자들에게는 안전한 땅 위를 걸어다니는 사람에게보다 
    깊은 예감이 부여되어 있는 것이오. 
    하지만 이들이 거기에 대한 어떤 열쇠나 키를 갖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밑바닥도, 끝도 없는 곳으로 굴러들어가고 마는 거요. 
    그러나 당신은 말이오, 싱클레어. 당신은 그것을 할 수 있소. 
    그런데 어째서 그걸 아직도 전혀 모르고 있는 거요? 
    당신은 하나의 새로운 기관, 즉 호흡 조절기를 가지고 그걸 하고 있는 거요. 
    이제는 당신의 영혼이 근원에 있어서는 얼마나 ‘개인적’이 아닌가를 알 수 있을 거요.
    다시 말하자면 당신의 영혼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 조절기를 고안해낸 것은 아니란 말이오. 
    그렇소, 그것은 새것이 아니오! 
    그건 빌려온 것이며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오. 
    그것은 물고기의 평형기관, 즉 부레인 거요. 
    부레가 일종의 폐를 겸하고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정말로 호흡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소수이지만 
    몇몇 이상스럽고 보수적인 어류가 오늘날까지도 
    분명히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거요. 
    당신이 꿈속에서 날 때 쓴 부레는 이러한 폐와 같은 종류인 것이오.” 
    그는 내게 동물학 책을 한 권 가져와서 
    그 고색창연한 물고기의 이름과 그림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나는 나의 내부에 진화 초기 시대의 기능이 생동하고 있음을 
    신비스런 전율과 더불어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