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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2 ★ 외눈박이 거인1.

Joyfule 2006. 3. 22. 02:18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오디세우스의 대사 장면

=(오디세우스) 나는 라이르테스 왕의 아들로 바로 지하 세계와 천상에서 
약삭빠르기로 유명한 그 오디세우스요. 
이곳 이타카 출신이지요. 
이타카는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높은 산에 울창한 숲이 우거진 곳입니다. 
본토에 가까운 동쪽으로는 많은 섬들이 모여 있지요.
이타카는 서쪽의 낮은 섬이고 땅이 거칠지만, 
사람들에게는 좋은 고향이 되어 줍니다. 세상 어디에도 고향 만큼 좋은 곳은 없지요.=

★ 외눈박이 거인1.
바다에서 이레를 더 보낸 뒤, 
오뒤세우스 일행을 태운 배들은 험한 바위섬에 이르렀다.  
바위섬 깊숙한 곳에는 바다로 터진, 후미진 해안이 있었다.  
그 어귀에도 조그만 섬이 하나 떠 있었다.  
산양의 발자국 이외의 어떤 동물의 발자국도 찍히지 않은 듯한 작고 아름다운 섬이었다.  
일행은 배를 섬 쪽에다 붙여 정박시키고 술과 고기로 잔치를 벌였다.  
술은 물론 아폴론 신의 제사를 도맡는 마론이 선사한 그 포도주였다.  
후미진 해안이라 파도가 잔잔해서 밤을 지내기에 참 좋았다. 
조그만 섬이 난바다의 파도를 막아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오뒤세우스는 그 후미진 해안에 다른 배는 그대루 두고, 
자기 배에다 만일을 경우에 대비해서 마론으로부터 선사받은 
술 항아리 하나를 싣고는 가장 큰 섬으로 들어갔다.  
오뒤세우스가 그 섬을 탐험하기로 한 것은 멀리 불빛도 보인 것 같고, 
희미하기는 하지만 매애애, 하는 양 울음소리도 들린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뒤세우스는,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의 섬에서처럼 
그 섬에 사는 사람들이 과연 위험한 사람들인지 아닌지 몸소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오뒤세우스는 재빨리 배를 후미진 바다를 건너 닻을 내리고는 
열두 명의 부하를 선발해서 상륙했다.  
산을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동굴 하나가 나타났다.
동굴의 높은 입구 입구 위에는 월계수 가지가 늘어뜨려져 있었다.  
그리고 입구 주위에는 큰 돌을 쌓아 만든 가축 우리 같은 것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몇 개의 우리에는 새끼 양이나 새끼 염소가 가득가득 들어 있었다.  
하지만 다 자란 가축이나 양치기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오뒤세우스 일행은 동굴 속으로 숨어 들어가 주위를 살펴보았다.  
치즈가 가득 든 몇 개의 바구니, 우유가 넘칠 것 같은 들통, 
치즈 만드는 과정에서 엉긴 우유를 걸러 내고 남은 물이 든 통이 보였다.
바깥 우리에서 새끼 양과 새끼 염소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을 뿐, 
동굴 안에는 동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뱃사람들은 치즈를 퍼담고, 되도록 많은 새끼 염소르 몰고 배로 돌아가고 싶어했지만, 
오뒤세우스는 동굴 주인의 모습을 본 뒤에야 동굴을 떠나고 싶어했다. 
시장했던 그들은 치즈를 조금 먹고는 동울 후미진 데 숨어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해질녘이 되자 짐승들이 요란하게 우는 소리,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가 바깥에서 들려 왔다.  
곧 시커먼 그리마가 동굴 입구를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여느 사람보다 엄청나게 큰, 괴물 같은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마 한가운데에 둥글고 무시무시한 눈이 하나만 박힌 외눈박이였다.  
그리스 병사들은 그제서야 저희들이 퀴클롭스(외눈박이)의 섬에 왔다는 것을 알았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박이들은 양을 치면서 
동굴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들은 농사를 짓지 않았다.  
외눈박이의 땅에는 밀이나 포도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외눈박이 거인은 불을 피우려고 주워온 거대한 나뭇단을 내려놓았다.  
나뭇단을 내려놓은 거인은, 숫양은 모두 바깥에 우리에다 남겨 놓고 
새끼 염소, 암양, 암염소만 안으로 몰아 들이고는 
동굴 입구를 크고 평평한 바위로 막았다.  
말 스물도 필로 끌어도 끄떡도 하지 않을 듯한 바위였다.  
그런 다음에는 암양과 암염소의 젖을 짠 뒤, 새끼들은 어미에게 붙여 각기 
제 어미의 젖을 빨게 했다.  
짠 젖은 마시거나 치즈를 만들기 위해 들통에도 채워 두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동안 그리스 병사들은 공포에 질린 채 
동굴 후미진 곳의 어둠 속에 웅크리고 숨어 있었다.  
하지만 어둠이 언제까지 그들을 지켜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외눈박이가 모닥불을 피우자 불길이 오르면서 비친 붉은 빛줄기에, 
동굴의 후미진 곳에 숨어 있는 그들이 모습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들을 본 외눈박이 거인이 소리쳤다.  
흡사 파도에 쓸린 해변에서 돌들이 덜그덕덜그덕 마주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났다.
 "침입자로군! 이 넓고 넓은 바다에서 왜 하필이면 이 곳으로 숨어 들었어? 
너희들, 장사꾼들이야? 다른 뱃사람들의 물건이나 터는 해적들이냐?"
오뒤세우스가 대답했다.
"우리는 그리스 사람이오. 
오랫동안 트로이아를 공격한 아가멤논 장군 부대의 군사들이오.  
트로이아는 함락되었소.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이오.  
그런데 바람과 물결이 우리를 낯선 바다로 데려다 놓고 말았소.  
그래서 우리는,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 신의 이름으로, 
지친 나그네를 한 지붕 밑으로 맞아들이는 당신의 친절과 
호의를 얻을 수 있을까 하고 이 곳으로 온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