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호메로스 -《오디세이아》4 ★ 외눈박이 거인 .

Joyfule 2006. 3. 23. 22:38

호메로스 -《오디세이아》4. ★ 외눈박이 거인 .

*오디세이아:어떻게 키클롭스를 장님으로 만들었는지 설명하는 오디세우스 *
거인들이 몰려 나왔다.  
그들은 바위가 여전히 동굴을 막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폴뤼페모스, 누가 너를 해친다는 것이냐? 
대체 누가 해치길래 이렇게 소리를 질러 우리들의 단잠을 깨우는 것이냐?"
그러자 외눈박이 거인 폴뤼페모스가 외쳤다.
"우티카가 나를 해치고 있다. 우티카가 속임수를 써서 나를 죽이고 있다.!"
<우티카>는 <아무도 아닌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리스 말에서 <우티카가 나를 해치고 있다>고 하면
<아무도 나를 해치고 있지 않다>는 뜻이 된다. 
그러니까 외눈박이 거인은 <아무도 나를 해치지 않다, 
아무도 속임수를 써서 나를 죽이고 있지 않다>고 대답한 셈이다.
 바깥에 있던 거인 중 하나가 소리쳤다.
 "아무도 너를 해치고 있지 않다면 너를 도와 줄 필요도 없겠구나. 
어디가 아프거든 우리 아버지 포세이돈께 기도해라. 그러면 도와 주실 게다."
 외눈박이 거인들의 투덜대는 소리가 동굴 입구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장님이 되어 버린 외눈박이 거인은 고통으로 울부짖으면서,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동굴 입구로 다가가 바위 문을 한쪽으로 치웠다. 
상처가 너무 아팠던 나머지 시원한 밤바람이라도 좀 쐬면 나을까 해서였다. 그
는 동굴 입구에 주저앉아 두 팔을 벌려 동굴 입구를 막았다. 
오뒤세우스 일행이 동굴에서 도망이라도 치다가 
그 팔에 걸리면 다시 사로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오뒤세우스에게는 그럴 경우에 대비해서 새워둔 계획이 있었다. 
동굴의 가장 후미진 곳에서 그는 가장 큰 숫양들을 골라냈다. 
그는 외눈박이 거인의 침대에서 축 늘어져 있는 실버들 가지를 끊어내 
숫양을 세 마리씩 붙잡아 매고는 맨 가운데 양의 배에다 뱃사람을 하나씩 동여매었다. 
그는 숫양 중에서도 가장 크고 힘센 숫양을 골라 이번에는 자신이 
그 배에 딱 붙어 부얼부얼한 양털을 두 손으로 힘있게 움켜잡았다.
새벽이 희붐하게 밝아 오고 있었다. 
양 떼와 염소 떼는 일제히, 외눈박이 거인이 두 팔을 벌려 막고 서 있는 입구 달려나갔다. 
거인은 양과 염소가 나갈 때마다 한 마리씩 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오뒤세우스 일행이 양의 배 밑에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오뒤세우스를 배에다 매단, 무리 중에서도 가장 크고 힘센 양이 지나가자 
거인은 그 양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하소연했다.
 "내 사랑하는 집승아, 무리 중에서도 가장 늠름한고 아름다운 녀석아, 
여느 때는 맨 먼저 나오더니 왜 오늘은 왜 맨 마지막으로 나오느냐? 
너의 주인은 <우티카>라는 놈의 손에 장님이 되어 더 이상 
너의 그 늠름한 자태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래,
이주인의 불행이 너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바람에 이렇게 늦게 나오는 것이야?"
오뒤세우스 일행이 마침내 동굴 밖으로 나왔다. 
양우리를 지나 편편한 풀밭에 이르자 오뒤세우스는 
양의 배 밑에 묶여 있던 부하들을 모두 풀어 주었다. 
일행은 양 떼를 바닷가에 정박해 있는 배 쪽으로 몰았다. 
외눈박이 거인 폴뤼페모스는 소리를 지르면서 두 팔을 내저었다.
배에 남아 있던 선원들은 일행이 풀려난 것을 보고는 좋아했지만 
곧 여섯 명이나 되는 동료들이 거인에게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슬픔에 잠겨 있을 시간이 없었다. 
오뒤세우스는 몰고 온 양 떼를 모두 배에다 싣게 하고는, 
다른 배들을 기다리고 있는 작은 섬을 향하여 닻을 올리라고 명령했다. 
오뒤세우스는 절벽 위에서 비틀거리며 서 있는 외눈박이 거인을 놀려 주려고 
두 손으로 나팔을 만들어 입가에다 대고는 양 울음소리를 흉내내었다. 
그것은 오뒤세우스의 실수였다. 
그 소리를 듣고 화가 머리 끝가지 난 거인은 절벽 위의 바위를 들어 
배가 있는 쪽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바위 중 하나가 배 바로 앞에 떨어졌다. 
거대한 파도가 일면서 배가 섬 쪽으로 뒷걸음질쳤다. 
오뒤세우스는 긴 삿대로 바위를 떠밀었고 부하들은 있는 힘을 다해 노를 저어 
배를 다시 난바다 쪽으로 나아가게 했다. 
오뒤세우스는 동굴에서 당한 일이 뼈에 사무쳐 
외눈박이 거인을 향해 이렇게 소리 쳤다.
 "누가 너를 장님으로 만들었느냐고 묻거든 오뒤세우스가 그랬다고 전하라. 
라에르테스의 아들인 이타카의 왕 오뒤세우스, 
무수한 도시의 약탈자 오뒤세우스가 그랬다고 전하라!"
그러자 외눈박이 거인은 두 팔을 벌리고, 분노와 고통을 참지 못해 
걷잡을 수 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기도했다.
 "들으소서, 머리카락이 푸른 포세이돈 신이시여. 여기에 있는 제가 정말 
아버지 포세이돈 신의 아들이거든 저의 기도를 들어 주십시오. 
무수한 도시의 약탈자 오뒤세우스가 제 고향에 닿더라도 마지막에, 
그것도 홀로 닫게 하소서. 그 자가 남의 나라 배에서 고향땅에 내리는 날, 
모진 고초가 그를 기다리고 있게 하소서."
기도를 마친 거인은 조금 전 보다 훨씬 큰 바위를 들어 
오뒤세우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겨냥하고 힘껏 던졌다. 
하지만 바위는 배 있는 곳에 미치지 못했다. 
바위가 떨어지면서 일으킨 파도가 배를 휠씬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게 했을 뿐이었다. 
배는 다른 배들이 기다리는 작은 섬 쪽으로 미끄러져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