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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3 ★ 외눈박이 거인

Joyfule 2006. 3. 22. 20:49



호메로스 -《오디세이아》3. ★ 외눈박이 거인 

그러나 사실 오뒤세우스는 그런 데서 친절과 호의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거인이 말했다.
 "너는 신들의 아버지 어쩌고 한다만, 
우리 외눈박이 퀴클롭스들은 제우스는 물론이고, 포세이돈을 제외한 
다른 신들 알기를 우습게 안다.  
우리가 포세이돈을 두려워하는 것은 그분이 우리 아버지이신 데다 
가장 힘이 센 신이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분만 섬기면 뒬 뿐, 다른 신은 섬길 필요가 없다."
거인은 목젖이 떨릴 정도로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웅크리고 있던 뱃사람 둘을 집어 들고는 땅바닥에다 패대기 쳤다.  
뱃사람들의 골수가 쏟아져 나왔다.  
공포에 질린 오뒤세우스 일행의 눈앞에서 외눈박이 거인은 
뱃사람들의 다리를 잡아 찢어 사자가 사냥감을 먹듯이 게걸스럽게 먹고는 
양젖을 꿀꺽꿀꺽 마셨다.  
그런 다음에는 잠을 자려는지, 웅크리고 누운 양 떼 사이에 벌렁 드러누웠다.  
거인이 잠들자마자 오뒤세우스는 칼을 뽑아 들고 거인에게 다가섰다.  
그는 칼끝을 거인의 갈비뼈 사이에다 겨누었다.  
갈비뼈 사이를 찌르면 칼끝은 거인의 간을 꿰뚫어 버릴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오뒤세우스는 거인이 죽어 버리면 
그 동굴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행의 힘으로는 입구를 막고 있는 바위를 치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가 칼을 칼집에도 꽂고  일행이 있는 자리로 돌아가 앉자 
일행은 왜 죽이지 않느냐고 묻는 듯한 얼굴을 했다.
아침이 오자 거인은 뱃사람 둘을 더 먹어 치운 다음 양젖과 염소젖을 짜고는, 
어미들은 밖으로 내몰고 새끼들은 다시 입구의 우리에도 몰아 넣었다.  
그리고는 그 거대한 바위를 들어 화살통 뚜껑이라도 닫는 듯이 
가볍게 입구를 막고는 양떼를 몰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스 병사들은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오뒤세우스의 머리속에는 한 가지 계획이 세워지고 있었다.  
그 계획대로만 되면 적어도 몇 명은 살아나갈 수 있을 터였다.
동굴 속에는 거인이 남기고 간 지팡이가 있었다.  
꺾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전히 푸른 기가 도는 올리브 나무 둥치로 만든 지팡이로, 
흡사 배의 돛대 간아 보였다.  
오뒤세우스는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이 거대한 지팡이를 사람의 키만한 높이로 자른 다음, 
부하들에게 껍질 부분을 깎아서 창자루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게 했다.  
오뒤세우스는 모닥불을 지펴 훨훨 타오르게 했다.  
그리고는 손수 올리브 나무 지팡이를 받아 한쪽 끝을 뾰족하게 깎고는 
불 속에다 집어넣어 끝부분이 딱딱해질 때까지 구웠다.  
지팡이 끝이 어느 정도 딱딱해지자 끄집어 내서,  
동굴 벽 앞에 있는 양의 똥무더기 밑에다 감추었다.  
오뒤세우스는 섬에 상륙할 때 들고 올라온 마론의 독한 포도주 한 항아리를 
외눈박이 거인의 옻나무 그릇에 가득 부어 두었다.  
물 한 방울 타지 않은 독하디 독한 포도주였다.
해질녘이 되자 거인이 돌아왔다.  전날 밤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다른 것이 있다면 거인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동굴 속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어미, 새끼할 것 없이 
짐승을 모두 동굴속으로 데리고 들어온 점이었다.
거인이 무시무시한 저녁 식사를 끝마치자 오뒤세우스가 노예처럼 공손하게 말했다.
"사람의 살을 드신 뒤에 입가심으로는 양젖보다 이것이 훨씬 나을 것입니다."
거인은 포도주를 받아 마시고는 맛이 있었던지 입맛을 다시고는 한 그릇 더 달라고 했다. 
세 그릇을 마셨는데도 그는 더 달라고 졸랐다.  
매우 기분이 좋아진 그는 그처럼 맛있는 술을 받아 마신 만큼 자기도 
선물 한 가지를 주고 싶다면서 오뒤세우스에게 물었다.
"먼저 너의 이름을 가르쳐 다오.  
내가 친절하게 굴자면 이름이라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내 이름은 <우티카>라고 합니다."
말장난을 잘 하는 오뒤세우스였다.  
<우티카>라는 말은 <아무도 아닌 사람>이라는 뜻이다.  
외눈박이 거인이 껄껄걸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네 동료들을 모두 먹고 난 다음에 <우티카>너를 먹겠다.  
맨 나중에 먹어 주는 것, 이것이 너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다."
외눈박이는 여전히 웃으면서, 머리카락이 그을리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모닥불 가까이 다가가 벌렁 나자빠지더니 그대로 코를 골았다.
오뒤세우스는 깍아서 감추어 두었던 거인의 지팡이를 꺼내어 뾰족한 끝을 
모닥불의 불길 속에 다 넣었다.  
나머지 병사들(남은 병사들은 모두 여섯 명이었다.)은 모닥불을 둘러싼 채 기다렸다.  
이윽고 거인의 지팡이 끝이 빨갛게 되자 그들은 여럿이서 이것을 들고는 
있는 힘을 다해 거인의 외눈에다 찔러 넣었다.  
오뒤세우스는 송곳으로 나무에 구멍이라도 뚫듯이 지팡이를 잡아 돌렸다.  
거대한 눈앞에서 소리가 났다.  
흡사 새빨갛게 달아오른 쇠붙이를 담금질하느라고 
찬물에다 집어넣었을 때 나는 것과 비슷한 소리였다.  
거인은 외마다 소리를 내지르며 있는 힘을 다해 몸부림쳤다.  
피가 펑펑 쏟아지는 눈알에서, 그때까지도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지팡이를 뽑아낸 거인은 소리를 질러 근처의 동굴에 사는 
동료 외눈박이 거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