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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22. ★ 파이아케아 경기

Joyfule 2006. 4. 15. 03:29

호메로스 -《오디세이아》22. ★ 파이아케아 경기 
다음 날 알키노스 왕은 배를 한 척 마련하고 오뒤세우스를 떠나 보낼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마을 어귀의 방파제 앞에다 정박해 두게 했다.
한낮이 되자 수많은 신하들이 궁전의 연회장에서 왕과 함께 점심을 들었다. 
왕과 신하들이 점심을 들 동안 궁전의 음유시인은 노래를 불렀다. 
음유시인은 장님이었다. 
그 음유시인은 사람들이 새의 노래를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해 새를 장님으로 만들 듯이, 
신들이 그의 노래를 더욱 그윽하게 하기 위해 장님으로 만들어 버린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노랫말에 맞게 수금을 뜯으면서 그는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들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 
왕 옆에서 노래를 듣고 있던 오뒤세우스는 흡사 거센 바람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그러듯이, 
혹은 뭇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그러듯이 겉옷을 끌어 자기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바로 옆에 있던 알키노스 왕은 오뒤세우스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노래와 수금 반주가 끝나자 왕은 모두 밖으로 나가 노천 극장에서 벌어지는 
달리기와 씨름 같은 경기를 구경하자고 제안했다. 
사람들은 모두 식탁을 뒤로 하고 궁전 앞의 운동 경기장으로 나왔다. 
젊은이들은 서둘러 경기에 참가했는데, 그 중에는 왕의 세 아들도 있었다. 
세 왕자는 달리기, 씨름, 멀리뛰기, 원반 던지기 등의 경기에 참가했다. 
그런데 세 왕자들은 오랜 고생으로 몹시 지쳐 보이기는 하나 아무래도 몸매가 
씨름꾼 같은 나그네도 경기에 참가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왕자 중 하나인 라오다마스가 오뒤세우스에게 경기에 참가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경기에 참가하기에는 저의 머리가 너무 복잡합니다."
 오뒤세우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젊은이들이 오딧세우스를 비웃었다. 
그 중의 하나인 에우뤼알로스는 노골적으로 비웃으면서 이런 말까지 했다.
 "우리가 사과해야겠군요, 기껏해야 장사꾼 아니면 장삿배의 선장일 터인 그대에게 
씨름을 하자고 했으니......바보같이 그것도 모르고 
그대를 운동 선수쯤 되는 것으로 오해했습니다."
이 말에 오뒤세우스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의 두 눈 사이가 좁아졌다.
 "이렇게 나이를 먹고, 전쟁과 방랑으로 형편 없는 꼴이 되기는 했소만 
내게도 좋은 시절이 있었답니다. 하지만 그 좋은 시절에 내게 깃들어 있던 것들이 
아직 조금은 내 몸 어딘가에 남아 있는 듯하니, 어디 한번 시험해 볼까요?"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겉옷자락을 걷어 허리띠에 채울 생각도 않은 채 
원반 중에서도 가장 크고 무거운 청동 원반을 집어 한 차례 돌려 보고는 그대로 던졌다. 
군중들은 활 모양을 그리면서 날아가는 원반을 눈길로 뒤쫓다가 달려나가 
원반 떨어진 자리를 살펴보았다. 
오뒤세우스의 원반은 그 날 가장 잘 던진 청년의 원반이 떨어진 자리보다 훨씬 
멀리 날아가 있었다. 
원반 던지기로 다시 기운을 차린 오뒤세우스는 권투든 씨름이든 활쏘기든 
자신이 있는 사람은 나서라고 했다. 
그러나 자기 나라 젊은이들이 모든 경기에서 차례로 망신을 당할 것 같다고 생각한 
알키노스 왕은 정중하게 그 도전을 물리쳤다.
"우리의 자랑거리인 세상에서 제일 가는 재주를 보여 드리지요."
왕은 이렇게 말하고는 음유시인을 불러, 춤꾼들이 춤을 출 수 있도록 수금을 타게 했다. 
사람들이 물러나면서 둥그런 춤판이 만들어졌다. 
음유시인은 수금을 들고 그 둥근 춤판 한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춤꾼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수금 소리에 맞추어 춤꾼들의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연주하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의 사랑 노래는
여름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웠다. 
두 춤꾼이 반짝반짝 빛나는 공을 하나 들고 나와 춤추면서 공을 던지고 받기 시작했다. 
한 춤꾼이 펄쩍 뛰어오르면서 공을 다른 춤꾼들을 둘러싸고 발을 굴러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정말 어느 누구도 겨룰 수 없는 기술이군요. 이같이 훌륭한 기술은 본 적이 없습니다."
오뒤세우스가 혀를 내둘렀다.
춤이 끝나자 알키노스는 신하들을 주위로 불러 모으고는 항구에는 
나그네 손님을 태우고 갈 배가 기다리고 있으니, 각자 손님에게 금붙이나 
좋은 옷가지를 선물로 줄 것을 권했다. 
그는 오뒤세우스를 모욕한 에우뤼알로스에게도 용서를 비는 선물을 내놓을 것을 권했다. 
모두가 선물을 내놓는 데 선선히 동의했다.
알키노스 왕 자신은 이름 있는 기술자가 세공한 커다란 금술잔, 
왕비가 베를 짜서 만든 훌륭한 겉옷과 속옷을 선물로 내놓았다. 
왕비 아레테는 이 선물을 향긋한 냄새가 나는 나무 상자에 넣어 오뒤세우스에게 건데 주었다. 
신하들도 차례로 선물을 가져오게 해서 항구의 방파제에서 기다리고 있는 배에다 싣게 했다. 
에우뤼알로스는 손잡이가 은으로 되어 있고, 칼집은 아주 오래 묵은 상아로 만들어진 
청동 칼 한 자루를 선물로 주면서 공손하게 이렇게 말했다.
 "나그네 손님이시여, 그대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제가 혹시 손님께 욕을 했다면 
그 욕은 바람에 날려가 버리기를 빌겠습니다. 
모쪼록 신들께서 도우셔서 그대 고국의 항구에 안전하게, 
그리고 빠른 시일 안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