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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23. ★ 파이아케아 경기

Joyfule 2006. 4. 16. 06:17

호메로스 -《오디세이아》23. ★ 파이아케아 경기 
 오뒤세우스가 그 말을 받아 이렇게 응수했다. 
 " 나도 그대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대가 주는 화해의 선물을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신들이 그대를 축복하시기를 빕니다. 저에게 이렇게 좋은 칼을 주셨지만, 
그대에게 이런 칼이 여러 자루 생겨 모자람을 느끼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오뒤세우스는 그 아름다운 칼의 끈을 어깨에다 걸었다.
 이윽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궁전의 하녀들이 그를 욕실로 안내했다. 
그는 하녀들이 준비한 약초 향내 나는 물에다 몸을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욕실에서 나와 연회장으로 들어가던 길에 
궁전 기둥 아래 서 있는 나우시카 공주를 만났다. 
강둑에서 만난 이래로 그 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눈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 나라 풍습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연회장에서 남자들과 
식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 첫 만남은 곧 마지막 만남이 될 터였다.
공주가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히 가십시오. 순풍이 뱃길을 편안하게 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고국에 돌아가시더라도 저를 너무 빨리 잊지는 말아 주십시오."
 오뒤세우스가 그 말에 대꾸했다.
 "나는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지만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내 삶이 다하는 날까지 
그대를 기억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아가씨여, 그대는 내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입니다."
 오뒤세우스는 이말을 남기고는 연회장으로 들어가 알키노스 왕 옆에 자리를 잡았다.

식사가 계속될 동안 음유시인은 수금을 뜯으며 노래를 불렀다. 
그 날 밤에는 특별히 트로이아 목마를 노래했다. 
그는 머리가 좋고 재간이 무궁무진한 오뒤세우스가 목마를 만들게 한 경위, 
그리고 적군의 의심을 사지 않고 트로이아 성으로 그 목마를 끌고 들어간 사연을 
노래로 불렀다. 이어서 오뒤세우스를 비롯한 특공대 용사들이 
그 목마의 뱃속에 숨어 있게 된 일과 그 날 밤에 목마의 배를 열고 나와 
트로이아 성의 성문을 연 경위를 노래로 불렀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오뒤세우스는 트로이아 전쟁의 참성과 그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무수한 부하들이 생각나서 눈물을 흘렀다.
알키노스 왕은 다시 한번 그가 우는 것을 보았다. 
알키노스 왕은 손짓으로 음유시인의 노래를 그치게 하고는 수고했다는 표시로 
자기 접시에서 멧돼지 고기를 두툼하게 베어 음유시인에게 주었다. 
음유시인이 물러앉자 왕은 옆에 있던 오뒤세우스에게 물었다.
 "트로이아 전쟁에 관한 노래만 들으면 나그네는 눈물을 흘리는 모양이오. 
혹시 트로이아 전쟁 때 가까운 사람을 잃은 적이 있소? 
트로이아 군대의 창에 친한 친구가 목숨을 잃기라도 했던 것이오?"
 그러자 나그네 오뒤세우스가 대답했다.
 "이루 셀 수 없이 잃었지요. 제가 왜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가 하면, 
제가 바로 라에르테스의 아들, 이타카 왕국의 왕 오뒤세우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열두 척의 갤리온 선에다 부하들을 가득 싣고 가서
트로이아 전쟁에 참가했습니다만 지금은 나 혼자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연회장 안에 숨막힐 듯한 침묵이 감돌았다. 사람들은 그 긴긴 침묵 속에서, 
연회장 한가운데 알키노스 왕 옆에 앉아 있는 사나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이 침묵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그가, 수금을 반주 삼아 
무수한 음유시인들이 노래하던 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고대의 영웅이나 신들 이야기를 들었듯이 
오뒤세우스 이야기를 들어 왔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뒤세우스여. 
여기에 오기까지 방황하면서 겪은 일들을 우리에게 들려 주시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당신이 트로이아를 떠나 고국으로 돌아가다가 
사라진 뒤로 오랫동안 소식이 끊어져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오."
오뒤세우스는 연회장 한가운데서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방황할 당시의 이야기를 그들에게 들려 주었다. 
그는 외눈박이 거인 이야기에서부터 키르케 이야기, 저승 세계를 다녀온 이야기. 
스퀼라와 카립디스 이야기. 태양신의 가축이야기. 
그 가축 때문에 부하들과 배를 깡그리 잃은 이야기, 
칼립소의 섬으로 간 이야기까지 했다.
새벽이 오기 직전에 잔치와 이야기는 모두 끝났다. 
파이아케아 인들이 선물로 내놓은 금붙이와 훌륭한 옷가지는 
횃불이 밝혀진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로 옮겨졌다. 
그들은 선물 꾸러미를 노잡이들이 앉는 긴 의자 옆에다 쌓았다. 
오뒤세우스는 항구가지 나온 왕과 왕비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왕비에게, 금술잔을 준 것을 고맙게 여긴다면서 이렇게 인사했다.
 "왕비마마, 좋은 운수가 늘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마마의 지아비이신 알키노스왕께서도 행복하기시를 빕니다."
그는 배에 올라 두꺼운 겉옷과 융단으로 몸을 감쌌다. 
이윽고 노잡이들이 갤리온 선을 물 위로 밀고는 노잡이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갤리온 선은 머나먼 이타카를 향해 항구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