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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32.★ 건달들의 최후

Joyfule 2006. 4. 25. 04:23


호메로스 -《오디세이아》32 . 
★ 건달들의 최후
오뒤세우스는 서 있던 자리에서 펄쩍 뛰어 문턱 위로 올라섰다. 
발치의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어 시위에 메운 그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번에는 다른 과녁을 쏘겠다. 
여기에 있는 어떤 궁사도 쏘아 보지 못한 과녁이다."
겨냥을 마친 그가 화살을 쏘아 보냈다. 
안티노오스는 황금 술잔을 들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목에 화살을 맞고 뒤로 나자빠졌다. 
황금 술잔이 땡그랑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건달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욕지거리를 해대면서 눈을 부릅뜨고, 
벽에 걸려 있던 방패와 창 같은 무기를 찾았다. 
그러나 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뒤세우스는 또 하나의 화살을 시위에 걸고 외쳤다.
 "이 개 같은 자들아! 
네놈들은 내가 트로이아에서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네놈들은 내 집 음식을 축내면서 내 아내를 위협했을 것이다. 
형편이 네놈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자 
네놈들은 신들조차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때가 왔다. 네놈들에게 죽을 때가 온 것이다!"
 그러자 건달 중 하나인 에우뤼마코스도 건달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칼을 뽑아라! 식탁을 방패 삼아 저항하라. 
나를 따르라. 저 자를 문턱에서 몰아내야 한다."
 그는 칼을 뽑아들고 소리를 지르면서 
오뒤세우스가 서 있는 문턱 쪽으로 달려갔다.

 오뒤세우스가 또 하나의 화살을 날려 보냈다. 
에우뤼마코스는 청동 가슴가리개를 차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꼬꾸라지면서 식탁 하나를 쓰러트렸다. 
그 바람에 몇 개의 포도주 잔이 떨어지면서 바닥으로 포도주가 번졌다. 
암피노모스도 공격해 왔다. 텔레마코스가 창을 던져 그를 바닥에 내굴렸다. 
그는 팔다리를 버둥거리다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에게 창고로 가서 무기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오뒤세우스는 또 하나의 건달을 쓰러뜨리면서, 
아들 쪽으로는 눈길도 돌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 다녀오너라. 화살이 떨어지기 전에 다녀와야 한다."
 텔레마코스가 전속력으로 내달았다. 
잠시 후 텔레마코스가 방패와 창과 투구를 한 아름 안고 왔다. 
오뒤세우스와 텔레마코스 자신. 그리고 에우마이오스와 필렉티오스 몫이었다.
 그들은 오뒤세우스가 쏘아 보내는 화살의 엄호를 받으면서 
투구를 쓰고 무기를 나누었다. 
오뒤세우스는 화살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나머지 셋의 엄호를 받으면서 
투구를 쓰고 창을 잡았다.
 그러나 염소치기 멜란티오스 역시 창고로 통하는 비밀 통로를 알고 있었다. 
건달들이 모두 죽음을 당하면 자기 역시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멜란티오스는 창고로 숨어 들어갔다. 
잠시 뒤 그는 나귀 짐으로 한 짐은 될 만한 갑옷과 창을 짊어지고 돌아왔다.
건달 무리 속에 무장한 건달이 늘어가고 있는 것을 안 오뒤세우스는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와 소치기 필렉티오스를 불러 무기 창고로 가서 
누가 무기를 꺼내와 건달들을 돕고 있는지 알아보게 했다. 
두 사람이 창고 쪽으로 달렸다. 
두 사람은 화물 묶는 밧줄로 멜란티오스를 꽁꽁 동여매고 
밧줄의 한쪽 끝을 천장의 들보에다 걸고는 끌어당겼다. 
멜란티오스의 몸이 공중으로 올라갔다. 
두 사람은 멜란티오스를 그렇게 매달아 놓고는 싸움이 끝난 뒤에 
주인 오뒤세우스로 하여금 적당한 벌을 내리게 할 생각이었다. 
두 사람은 재빨리 오뒤세우스와 텔레마코스가 싸우고 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문을 등진 네 사람 대 건달 무리의 싸움은 점점 치열해져 갔다. 
 아테나 여신이 다시 한번 나타났다. 
이번에는 오뒤세우스 왕의 어린 시절 친구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나타난 
아테나 여신은 오뒤세우스에게 힘을 내라고 외쳤다. 
흡사 마차 경기에서 마부가 한편인 동료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소리를 지른 아테나 여신은 이번에는 
제비로 둔갑하여 연회장 대들보 위에 앉았다. 
여신은 연회장 곳곳이 잘 보이는 대들보 위에서 마법으로 오뒤세우스를 도왔다. 
안티노오스가 죽고 난 뒤부터 무리를 지휘한 건달은 무리 중에서 
힘이 가장 센 것으로 알려져 있는 아겔라오스였다. 
아겔라오스의 지휘 아래 건달들은 한꺼번에 여섯 개씩의 창을 던졌는데 
아테나 여신은 이 여섯 개의 창 모두가 과녁에서 빗나가게 했다. 
그러나 오뒤세우스를 비롯한 네 사람의 창은 반드시 건달을 넷씩 쓰러뜨리게 했다.

 건달들이 던진 창에 텔레마코스가 상처를 입었다. 
긁힌 정도의 아주 가벼운 상처였다. 
또 하나의 창은 에우마이오스의 방패에 맞은 뒤 
그의 어깨를 찢어 놓고 바닥에 떨어졌다.
 문 앞에 버티고 선 오뒤세우스 부자와 두 용사 앞으로 
몰려드는 건달들은 수가 워낙 많았다. 
따라서 겨냥하지 않고 던져도 반드시 한 둘씩은 쓰러졌다.
 던지는 창이 바닥나자 오뒤세우스 일행은 칼을 뽑아들었다. 
오뒤세우스를 선두로 네 사람은 적의 무리 속으로 뛰어들면서 
닥치는 대로 칼을 휘둘렀다.
 대들보에 앉아 있던 아테나 여신은 다시 모습들 바꾸어 이번에는 
아이기스 방패를 든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이기스 방패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에 사로잡히게 하는 특별한 방패였다. 
 건달들은 공포에 사로잡힌 채 부들부들 떨었다. 
그들은 오뒤세우스의 공격에 맞서는 대신 등에 떼에 쫓기는 가축 떼처럼 
구석자리로 쫓겨가 거기에 오구구 모여 섰다. 
네 사람은 구석으로 따라 들어가면서 닥치는 대로 적을 무찔렀다. 
 왕실의 전령 메돈은 건달 편에 들지 않으려고 애쓰는 한편, 
되도록 왕실에 충성을 다하려고 애쓰던 사람이었다. 
그는 싸움이 계속될 동안 소가죽을 뒤집에쓰고 식탁 밑에 숨어 있다가 
기어나와 텔레마코스의 발치에 몸을 던지면서 자비를 빌었다. 
음유시인 페미오스는 수금을 든 채로 오뒤세우스 앞에 무릎을 끓고는 외쳤다. 
 "제가 강요에 못 이겨 저들을 위해 노래를 부른 죄밖에 없다는 것은 
왕자님께서 잘 아실 것입니다. 
전하를 위해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저의 평생 소원이었습니다."
 오뒤세우스는 두 사람의 목숨을 살려 주고는 
안뜰로 보내 왕실의 신전 앞에 엎드려 있게 했다. 
 오뒤세우스 왕은 다시 전투태세를 정비했다. 그러나 싸움은 끝난 뒤였다. 
마지막 건달까지 죽음을 당한 것이었다. 
건달들의 시체는 연회장에 쌓여 거대한 무더기를 이루고 있었다. 
흡사 그물로 건져 올려 물가 모래밭에 쌓아 둔 물고기 무더기 같았다.
 텔레마코스가 달려가 왕실의 늙은 유모 에우뤼클레이아를 데려왔다. 
에우뤼클레이아는 피투성이가 되어 도살자처럼 서 있는 오뒤세우스와 
적의 시체 더미를 보고는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외마디 소리는 곧 승리를 기뻐하는 환성으로 바뀌었다. 
오뒤세우스가 그런 유모를 꾸짖었다.
 "죽은 사람들을 눈앞에 두고 그렇게 환성을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기뻐서 기쁘다고 하는 것은 좋지만, 
시체 앞에서는 조용히 기뻐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뒤세우스는 텔레마코스와 하인들을 시켜 시체를 모조리 안뜰로 끌어내게 했다. 
그리고는 하녀들의 우두머리 에우뤼노메의 감독 아래 
연회장을 깨끗이 치우게 했다. 
하녀들은 바닥의 피를 닦고 벽과 의자와 식탁의 피도 말끔히 씻어냈다.
오뒤세우스는 하인들에게 멜란티오스를 끌어내어 안뜰에서 죽이게 했다. 
하인들은 멜란티오스의 피도 말끔히 닦았다. 
오뒤세우스는 불에다 유황을 넣어 유황 연기로 연회장을 소독했다. 
밖에서 잠그어 두었던 여자들이 지내는 안뜰 문도 활짝 열렸다. 
그 문이 열렸을 당시 주위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페넬로페의 하녀들이 횃불을 들고 연회장으로 내려왔다. 
하녀들이 옛 주인을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하녀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오뒤세우스에게 다가와 그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오뒤세우스도 그들 하나하나를 알아보았다. 
젊은 하녀들이 아니라, 그가 트로이아로 떠날 당시부터 
페넬로페를 보살펴 온 아주 나이 많은 하녀들이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