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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34. ★ 마침내 찾아온 평화

Joyfule 2006. 4. 27. 01:26


호메로스 -《오디세이아》34. ★ 마침내 찾아온 평화 

*오디세이아:어떻게 키클롭스를 장님으로 만들었는지 설명하는 오디세우스
다음날 아침 오뒤세우스는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그에게는 할 일이 많았다. 
그가 페넬로페에게 말했다.
"궁전의 여자들은 모두 이 방에 모여 있게 하세요. 
내가 나갔다 돌아올 때 까지 어떤 사람도 이 방에 들여 놓아서는 안 됩니다. 
조용히 기다리기만 하세요."
그는 남자라는 남자는 모두 모아 궁전을 경비하게 했다. 
그리고는 텔레마코스와 돼지치기와 소치기를 불러 단단히 중무장하게 했다. 
그는 텔레마코스와 두 충성스러운 부하를 데리고 산속에 있는 왕실농장으로 향했다. 
아버지 라에르테스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여러 채의 농장 건물이 보이는 데까지 이르렀을 때였다. 
오뒤세우스는 텔레마코스를 비롯한 세사람을 미리 농장의 살림집으로 올려 보내 
시중드는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마련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은 가파른 과수원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은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계단식 포도밭이었다. 
노인은 비바람에 찌들대로 찌든 옷차림을 하고 거기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노인은 무릎에다 가시에 긁히는 것을 막아줄 두꺼운 가죽 가리개를 차고 있었다  
노인은 포도나무의 뿌리찜을 파는 데 여념이 없었다. 혼자였다. 
하인들은 계단식 포도원에 필요한 돌을 주우러 가고 없었다. 
그는 아들이 바로 곁에 다가갔을때야 고개를 들고 아들을 올려다보았다.
아들이 먼저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는 마침내 오랜 방랑을 끝내고 돌아온 자기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
"아주 열심이시군요, 어르신 이렇게 열심히 일하시니 
여기 자라는 나무 중에 어르신께서 잘 모르시는 나무는 없을 테지요. 
저는 이렇게 손질이 잘 된 포도 덩굴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누구의 노예이시지요? 이 훌륭한 포도밭의 주인은 누구시지요?"
라에르테스는 그토록 평화로운 포도밭에 갑옷으로 완전무장하고 
나타난 사람을 의아해 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나는 누구의 노예가 아니라 이 포도밭의 주인이라네. 
나는 이래봬도 한때 이타카와 주변의 섬을 다시리던 왕이 었다네.
 무슨 소리냐고? 내가 바로 라에르테스라네.
 내가 바로 지금까지 소식이 없는 저 위대한 오뒤세우스의 아버지라네. 
그대가 한 가지 질문을 했으니 나도 한가지 질문을 할 권리가 있네. 
나그네여, 그대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온 사람인가?"
오뒤세우스가 대답했다.
"저는 시켈리아 사람입니다. 저는 시켈리아에서 트로이아 전쟁을 끝마치고 
귀국하는 아드님을 만난 적이 있지요. 한동안 저희 집에서 손님으로 묵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벌써 5년 전의 일입니다. 
벌써 오래 전에 고향에 돌아와 있겟거니 하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 말에 노인은 포도 덩굴 밑에 주저 않아 슬피 울었다.
"5년 전에 시켈리아에 있었는데도 
아직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죽은게 분명할 테지."
오뒤세우스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아버지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우고는 말했다.
"아버지 겨우 19년 세월이 지났을 뿐인데 저를 알아보시지 못하십니까?"
라에르테스는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페넬로페가 그랬듯이 
그 역시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아들로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대가 진정으로 나의 아들이라면 증거를 대어 보게. 내가 믿을 수 있도록..."
오뒤세우스는 옷자락을 걷고 왼쪽 다리에 있는 
멧돼지 엄니에 입은 상처 흉터를 보여주고 포도밭을 둘러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따라와 보세요.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나무를 보여 드릴게요. 
그 나무들이 어렸을 때는 저도 어렸지요. 
어린 저는 개들을 데리고 아버지의 발치에서 놀고는 했습니다. 
저기 있는 열세 그루의 배나무도 제 것이고 열 그루의 사과나무도 제 것입니다. 
마흔 그루의 무화과도 제 것이고요. 
그리고 때가 되면 쉰 고랑의 포토밭도 저에게 주시기로 하셨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라에르테스의 무릎이 부르르 떨렸다. 
그의 가슴은 너무나 큰 기쁨에 터질 지경이었다. 
오뒤세우스가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쓰러졌을 터였다. 
라에르테스는 곧 침착을 되찾았다. 
그가 아들에게 처음으로 한 말은 경고 같은 것이었다.
"네가 네 집에 도착하면 험악한 일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임에 분명하다."
그 말에 오뒤세우스가 대답했다.
"벌써 다녀왔습니다. 험악한 일도 제 손으로 처리했습니다. 아버지, 
저의 재산을 축내고 저의 아내를 위협하던 건달들은 모두 처치하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