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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35.★ 마침내 찾아온 평화

Joyfule 2006. 4. 28. 05:12


호메로스 -《오디세이아》35.★ 마침내 찾아온 평화 
노인은 아들의 귀향을 기뻐하면서도 
가슴에 밀려드는 불안의 그림자는 감출 수 없었다.
"우리는 수가 적다. 건달들의 가족 친지들이 복수하겠다고 몰려오면 
무슨 수로 맞설 수 있겠느냐?"
"그것은 그 때 가서 걱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집으로 올라가시지요.
 텔레마코스를 먼저 올려 보내어 음식을 장만하게 했습니다"
두 사람은 살림집으로 올라갔다. 텔레마코스는 돼지치기와 소치기의 손을 빌려 
벌써 불에서 갓 구워낸 고기를 자르고 포도주를 따르고 있었다. 
라에르테스는 몸을 씻고, 하인이 가져다 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식사를 시작하면서 오뒤세우스가 말했다.
"제가 아버지 연세가 되었을 때도 아버지처럼 
건강하고 풍채가 볼 만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응수했다.
"내가 네 나이만한 시절만큼 힘이 있어서 
어제의 싸움에 함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이제 막 식사를 시작하려는 참인데, 라에르테스를 돌보던 하녀의 남편 
돌리오스와 그의 세 아들이 돌을 모으러 갔다가 시장한 배를 움켜안고 돌아왔다. 
돌리오스 일가족이 돌아온 옛 주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돌리오스와 오뒤세우스는 오래간만에 만난 옛 친구 사이처럼 스스럼이 없었다. 
세 아들은 앞을 다투어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았다. 
모처럼의 화기애애한 점심 식사 자리였다.
그 즈음, 오뒤세우스가 돌아왔다는 소식, 
그리고 건달들이 모두 궁전에서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이 
온 마을 온 섬으로 퍼져 나갔다. 
살해당한 건달들의 가족과 친지들이 꾸역꾸역 궁전 앞으로 모여들었다. 
가족들은 시체를 거두어 장례식 준비를 했다. 
다른 섬에서 온 가족들은 시체를 배에 실어 고향 섬으로 보냈다. 
그리고는 마을의 공회당에 모였다. 
모두 한자리에 모이자 제일 먼저 오뒤세우스의 화살에 쓰러진 
안티노오스의 아버지 에우페이테스가 벌떡 일어나 
오뒤세우스를 적으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내가 그를 우리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가 무수한 병사들, 
무수한  배를 끌고 갔다가 모든 것을 잃고 혼자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뿐입니까? 그는 무수한 이타카의 젊은이들을 죽였습니다. 
그가 이타카로 가져온 것이 무엇입니까? 
슬픔입니다. 우리의 명예는 어디로 갔습니까? 
우리가 그 자를 되쫓아가서 우리 형제와 자식들의 복수를 하지 않으면 
우리 이름은 후손들에게 코방귀감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한 지혜로운 노인은 오뒤세우스 손에 죽은 젊은이들이 
죽을 만한 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족 친지들은 무기를 들고 에우페이테스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오뒤세우스가 그 날 아침 왕실 농장으로 올라갔다가는 것을 알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편 왕실 농장의 살림집에서 오뒤세우스 일행이 식사를 막 끝마쳤을 때였다. 
문 앞에 서서 망을 보던 돌리오스의 아들 중 하나가 돌아서면서 
아무래도 산길에서 창날이 햇빛을 받고 번쩍거리는 것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 밖으로 달려나갔다. 
오뒤세우스와 텔레마코스, 충직스러운 돼지치기와 소치기, 늙은 돌리오스와 
라에르테스, 돌리오스의 아내와 세 아들, 이렇게 열두 사람뿐이었다. 
미리 준비해 둔 무기로 무장했다. 
농장에서 방어하기보다는 넓은 데서 싸우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판단한 
오뒤세우스는 일행과 함께 농장의 문을 열고 적을 맞기 위해 
산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때 아테나여신이 다시 한번 그를 도우러 나타났다.
먼저 여신은 다음과 같은 말로 라에르테스의 용기를 북돋았다.
"내 친구 라에르테스여, 제우스 신께 기도하라. 
눈빛이 빛나는 아테나 여신에게 기도하라. 그리고는 힘껏 창을 던져라."
무기를 잡아본 지 오래인 노인 라에르테스는 이상한 힘이 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재빨리 제우스 신과 아테나 여신에게 기도했다. 
기도가 끝났을 때 적의 선두가 창을 던지면 맞을 만한 거리로 접근했다. 
그는 창을 잡고 뒤로 힘껏 젖혔다가는 그대로 에우페이테스를 향해 던졌다. 
에우페이테스가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그의 갑옷에서 쨍그랑 소리가 났다.

뒤따라오던 무사는 우두머리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멈칫했다. 
오뒤세우스와 텔레마코스가 각기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창을 움켜쥐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아테나 여신이 무리 속에서 양쪽의 무사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이타카의 사람들이여, 
피를 더 흘리기 전에 이 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라."
여신의 음성이 들리자 복수전에 나섰던 사람들의 가슴속으로 공포가 번져 갔다. 
그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돌아서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뒤세우스의 피는 이미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져 있었다. 
그는 함성을 지르면서, 들짐승을 쫓는 사냥개처럼 적의 뒤를 덮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제우스 신이 마른 번개 하나를 그의 앞으로 던졌다. 
아테나 여신이, 신들의 아버지인 벼락의 신 제우스의 화를 돋우기 전에 
그 자리에 멈추라고 명령했다.
그 순간 오뒤세우스가 냉정을 되찾았다. 그는 여신의 명에 복종했다. 
그의 아버지와 아들과 나머지 사람들도 여신의 명에 복종했다. 
그들은 칼을 칼집에다 찔려넣고는 창 자루에 기대어 섰다. 
그리고는 아들과 형제의 복수를 맹세하고 올라왔다가 
도망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아테나 여신은 모두 어울려 잔치를 벌이게 하고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게 했다. 
이로써 서로 원수로 대하던 두 편을 화해하게 한 것이다. 
이타카와 주변의 섬에 마침내 평화가 왔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