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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5. ★ 바람의 신

Joyfule 2006. 3. 24. 13:37


호메로스 -《오디세이아》5. ★ 바람의 신
오뒤세우스 일행이 다음으로 상륙한 곳은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섬이었다.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는 높이 솟은 바위산 꼭대기의 우뚝 선 눈부신 청동 궁전에서 
씩씩한 아들 여섯 형제, 아름다운 딸 여섯 자매와 함께 살고 있었다. 
아이올로스의 아들딸들은 남매끼리 혼인하는 이집트 왕실의 풍습에 따라 
다섯 쌍의 부부가 되어 살고 있었다.
아이올로스는 오뒤세우스 일행을 따뜻하게 맞아들이고, 
만 한달 동안이나 궁전에 머물게 해 주었다. 
오뒤세우스는 아이올로스에게 트로이아 성을 포위하고 있을 당시의 이야기와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그 때까지 겪은 모험담을 들려 주었다. 
이윽고 오뒤세우스는 일행이 다시 바다로 나갈 날이 오자 아이올로스는 
항해에 필요한 생활 필수품을 모두 마련해 주었다. 
그는 특별히 오뒤세우스에게는 황소 한 마리의 통가죽으로 만든 가죽 하나를 주었다. 
오뒤세우스 일행을 무사히 고향으로 실어가 줄 서풍만 빼고, 
세상의 바람이라는 바람은 다 잡아 가둔 가죽 부대였다. 
서풍을 잡아 가두지 않은 것은 그 바람이 있어야 
오뒤세우스 일행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오뒤세우스는 은으로 꼰 실로 가죽 부대의 주둥이를 꼭 잡아 묶고는 
노잡이들이 앉는 긴 걸상 밑에다 숨겨 두었다. 
아이올로스는 오뒤세우스에게, 고향의 항구에 다다르기 전에는 절대로 
그 가죽 부대를 열어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다짐을 주었다.
오뒤세우스 일행을 태운 배는 아흐레 밤 아흐레 낮을 항해했지만 
노는 한 번도 저을 필요가 없었다. 
서풍이 부드럽게 돛을 부풀려 주었기 때문이다. 
항해가 계속될 동안 오뒤세우스는 손수 방향타를 잡고 배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였다. 
그는 방향타 잡은 자리를 어떤 부하에게도 양보하지 않았다. 
열흘째 되는 날, 드디어 일행의 눈에 고향 이타카 섬이 보였다.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오뒤세우스는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눈에 익은 
고향의 산을 바라보는 순간 그 동안의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고 말았다. 
드디어 항해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데서 오는 안도감이 그를 곯아떨어지게 만든 것이다. 
오뒤세우스가 잠들어 있는 동안, 항해하면서 내내 황소 통가죽 부대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궁금해 하던 뱃사람들이 저희들끼리 말을 주고받았다.
 "우리 선장이 아이올레스로부터 받은 선물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꽁꽁 숨겨 둔 거지."
 "선장이 그렇게 꽁꽁 숨기고 밤낮 감시하는 걸 보면 틀림없이 금과 은이 
가득 들어 있을 거야. 그게 금과 은이라면 우리도 한몫 나누어 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도 선장과 함께 항해해 왔고, 고생도 선장 못지 않게 했으니까."
이런 말이 오고 갈 즈음 배는 고향 해변에 거의 다 다가와 있었다. 
해변의 바위 사이에서 사람들이 피우고 있는 모닥불이 보일 정도의 거리였다.    
뱃사람들은 노잡이들이 앉는 긴 걸상 밑에서 통가죽 부대를 꺼내어 은줄을 풀었다. 
그러자 쉭쉭거리는 소리, 우르르 쾅쾅거리는 소리, 
배폭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통가죽 부대 속에 갇혀 있던 
세상의 바람이라는 바람은 모두 일제히 부대에서 빠져 나왔다. 
바람은 바다와 하늘 사이의 공간을가득 채우고 회오리를 일으키면서 
열두 척의 배 위로 솟아올랐다. 
그 바람은 고향에 거의 다 도착한 열두 척의 배를 산산히 흩어지게 하여 
낯선 바다로 보내 버렸다.  

오뒤세우스는 뱃사람들의 비명 소리, 
무서운 바람소리에 잠을 깨고 나서야 일이 그렇게 된것을 알았다. 
절망에 빠진 오뒤세우스는 뱃전에서 폭풍의 바다로 뛰어내려 험하디 험한 
삶과 방황의 뱃길을 거기에서 끝마치고 싶어질 지경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그가 돌보아 주어야 할 뱃사람들이 있었다. 
오뒤세우스는 그들을 미워할 수 없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뱃사람들을 지휘해서 폭풍에 부서진 배를 몰았다. 
지옥 같은 물보라 속을 여러 날 항해한 끝에 그들은 가시 아이올로스 섬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도 그들을 환영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돌아온 것을 보면 신들이 그대들을 미워하고 있는 것임에 분명하다. 
신들의 미움을 산 자들에게 내 집을 빌려 줄 수 없고 내 친절을 베풀 수 없다. 
떠나라, 떠나되 다시는 뱃길로 내 해변에 이를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아이올로스는 그들을 쫓았다.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섬에서 쫓겨난 뒤로는 돛폭을 부풀려 줄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배는 노를 젓지 않으면 한 자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느린 속도로 항해하자니 다른 육지 섬을 찾을 수도 없었다. 
따라서 밤이 되어도 오를 만한 섬이 없었다. 
그들은 낮이고 밤이고 교대로 노를 젓지 않으면 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