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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6.★ 바람의 신

Joyfule 2006. 3. 26. 01:56


호메로스 -《오디세이아》6.★ 바람의 신 
이레째 되는 날에야 섬이 눈에 띄었다. 
오뒤세우스 일행은 그 섬으로 배를 몰아갔다. 
입구 양쪽이 절벽으로 가려진 아주 안전한 항구가 나타났다. 
오뒤세우스는 부하들에게 배를 항구 안으로 몰고 들어가 
안전한 곳에다 닻을 내리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그 자신이 지휘하던 배만은 난 바다에 그냥 남아 있게 했다. 
그가 지휘하던 배의 뱃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바람부대를 연 뱃사람들이었다. 
그는 그 부하들이 또 무슨 말썽을 저지를까 두려웠던 것이었다. 
그는 부하들에게 명령하여, 자기가 지휘하던 있던 배를 항구 어귀의 
높은 바위 기둥에 단단히 묶어 두게 했다. 
그리고는 그 배의 뱃사람들을 지휘하면서 항구 밖에 머물렀다.
오뒤세우스로서는 참으로 잘 한 일이었다. 
그 섬에는 밤이 어찌나 짧은지 마지막 햇살이 서쪽 하늘로 사라지자마자 
벌써 먼동이 터 올랐다. 해가 뜨기 직전에 오뒤세우스는 
항구 어귀에 있던 배의 뱃사람 셋을 보내어 그 섬이 어떤 섬인지 엿보게 했다.
뭍으로 오른 세 염탐꾼의 눈에 오래지 않아 마을 입구가 보였다. 
동구 밖에는 나무 그늘에 가려진 샘이 있었다. 
그 샘에는 머리카락이 길고 어깨가 넓은 처녀가 물을 긷고 있었다. 
세 염탐꾼은 그 처녀에게, 그 섬나라 왕은 누구이며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처녀는 웃으면서 농담이라도 하듯이 말했다.
"여러분이 찾는 분은 우리 아버지예요. 나를 따라 오세요. 
금방 아버지 계신 곳으로 안내할테니까."
세 염탐꾼은 처녀의 뒤를 따라갔다. 
마을 한가운데엔 멋대가리 없이 큰 궁전이 서 있었다.

그러나 그 섬나라 왕이 세 염탐꾼에게 베푼 친절은, 
저 외눈박이 거인 폴뤼페모스가 한 대접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섬나라 왕은 세 염탐꾼은 보자마자 
그 중의 하나를 붙잡아 궁전 기둥에다 패대기를 쳤다. 
뱃사람은 머리가 부서지면서 곧 숨을 거두었다. 
왕은 그 뱃사람의 시체를 저녁거리로 삼겠다고 말했다. 
나머지 두 뱃사람은 가까스로 궁전을 빠져 나와 배가 있는 곳으로 죽어라고 내달았다.
섬나라의 괴물 왕은 큰 소리로 부하들을 불렀다. 곧 부하들이 달려왔다. 
여느 사람들이라기보다 거인들에 가까웠다. 
왕의 명령에 따라 절벽 위에 이른 거인들은 좁은 항구 어귀에 정박에 있는 
배를 향하여 커다란 바위덩어리를 던지기 시작했다

왕의 궁전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쳐 온 두 선원은 절벽 위에서 뛰어내려, 
항구 어귀에 정박해 있는 배로 헤엄쳐 오고 있었다. 
배에 오르는 부하들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 있던 오뒤세우스는 그제서야 
자기네 함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깨달았다. 
그의 귀에는 부하들의 외마디 비명 소리, 떨어져 내리는 바위덩어리에
배가 부서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 왔다. 
그로서는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는 칼을 뽑아, 기둥에다 배를 묶어 두고 있는 밧줄을 자르면서 
다른 배에 탄 부하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는 고함을 질렀다.
 "노를 저어라. 모든 신들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노를 저어라. 살고 싶으면 노를 저어라!"
머리 위에 죽음의 위험이 도시리고 있다는 것을 모를 노잡이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한 사람이 된 양, 힘을 합하여 노를 저었다. 
그러자 배는 가죽끈에서 풀려난 사냥개처럼 난장판이 되어 
있는항구를 뒤로 하고 난바다로 미끄러져 나갔다.
노를 저으면서 그들은 죽음의 항구에서 무사히 빠져 나온 것을 기뻐할 시이도 없이, 
그 항구에서 죽음을 당한 동료들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오뒤세우스는 저 푸른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늘어뜨린 바다위 신 포세이돈이, 
장님이 되어 버린 아들 외눈박이 거인 퀴클롭스의 기도를 들어준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았다. 
열두 척의 배 중에서 이제 남은 것은 
오뒤세우스 자신이 타고 있는 배, 단 한 척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