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호메로스 -《오디세이아》8. ★ 마녀 키르케의 섬

Joyfule 2006. 3. 28. 02:41

호메로스 -《오디세이아》8. ★ 마녀 키르케의 섬 
"이 약초를 받아 가지고 가거라. 
그러면 마녀 키르케가 만들어 주는 마법의 포도주도 그대의 모습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키르케가 가지고 있는 마법의 막대기도 그대를 해코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만약에 키르케가 마법의 막대기로 그대를 건드리거든 칼을 뽑아들고 달려들어 
금방이라도 찌를 듯이 위협하라. 
그러면 키르케는 겁을 먹고 그대 앞에 무릎을 꿇을것이다. 
키르케가 겁을 먹고 그대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것은, 
지금까지 자기 마법에 걸리지 않은 인간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키르케는 그대에게 친절과 호의를 베풀어 달라고 빌 것이다. 
그대는 키르케가 원하는 것을 베풀어 주라. 하지만 그 전에 다짐을 받아야 한다.
먼저 돼지가 되어버린 부하들의 모습을 사람으로 되돌리고 그대와 그대의 동료들에게
다시는 그같이 못된 짓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헤르메스 신은 이 말을 남기고는 환하게 빛나는 길을 따라 
신들의 궁전이 있는 올림포스로 날아가 버렸다. 
오뒤세우스는 옷의 앞섶을 열어 그 안에 풀을 넣고는 옷깃을 여몄다. 
풀의 싸늘한 감촉이 살갗에 느껴졌다.
이윽고 오뒤세우스는 키르케의 집 앞에 이르러, 
베틀 앞에 앉아 부르는 키르케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그가 현관 앞으로 접근하면서 키르케를 불렀다. 
길이 잘든 이리와 사자 무리가 다가와 그의 뺨을 핥기 시작했다. 
키르케가 나오더니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가 들어가자 키르케는 은으로 장식된, 발 받침대가 있는 의자를 권하고는 
포도주에다 치즈와 보릿가루와 꿀을 타고는, 손바닥으로 감추고 있던 
유리병에서 뭔가를 꺼내 포도주에다 떨어뜨렸다.
"드세요.제 집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오뒤세우스는 옷섶에 감춘, 꽃이 하얀 풀을 믿고는 
그 마실 거리를 단숨에 마시고 잔을 내려 놓았다. 
그러자 키르케는 예의 그 가느다란 막대기를 꺼내어 
오뒤세우스의 머리를 건드리고 나서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도 어서, 바깥에 있는 돼지 우리로 가거라."
그러나 오뒤세우스는 돼지가 되어 돼지 우리로 가기는커녕 
칼을 빼들고 키르케에게 달려들었다. 
키르케는 비명을 지르면서 칼날을 피해 오뒤세우스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는 소리쳤다.
"내 마법이 듣지 않다니, 당신은 누구신가요? 오뒤세우스가 분명하지요. 
언젠가 헤르메스신께서는 오뒤세우스라는 사람이 트로이아에서 
뱃길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섬에 들를 거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빕니다. 
서로 마음을 열어, 서로 믿고 친구가 될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합시다."
오뒤세우스는 여전히 칼을 움켜진 채로 키르케를 내려다보면서 명령했다.
"먼저 나와 내 부하들에게 해코지하는 않겠다고 신들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라."
키르케는 맹세했다. 오뒤세우스는 그제서야 칼을 칼집에 꽃아 넣었다.

키르케의 네 하녀가 나왔다. 
봄과 나무의 여신의 딸인 네 하녀는 은식탁 앞 의자에다 보라색 깔개를 깔고 
은식탁 위에 음식을 차린 다음 은술잔에 포도주를 가득가득 따랐다. 
그런 다음에는 물을 데워 오뒤세우스 몸을 씻겼다. 
오뒤세우는 따뜻한 물에 머리와 어깨를 담근 채 쌓이고 쌓인 피로를 풀었다. 
목욕이 끝나자 하녀들은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히고는 식탁 앞으로 안내하여 
우선 먹고 마실 것을 권했다. 그러나 오뒤세우스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직도 저를 의심하시는 건가요? 이제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대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으니까요."
오뒤세우스가 키르케의 말을 받았다.
"내 부하들은 어쩌고요? 그대 때문에 내 부하들은 돼지가 되어 
돼지 우리에 잡혀 있는데 어떻게 나 혼자서 먹고 마실 수 있단 말이오?"
그러자 키르케가 바깥의 돼지 우리로 나갔다. 
키르케는 돼지 우리 문을 열고 들어가 돼지들을 앞으로 불러모으고는 
그 가느다란 막대기로 돼지의 머리를 하나씩 차례로 건드렸다. 
그러자 돼지는, 돼지로 변하기 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사람으로 되돌아왔다. 
사람의 모습을 되찾은 뱃사람들은 선장인 오뒤세우스 장군에게 몰려와 
어깨동무를 한 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오뒤세우스는 키르케의 양해를 얻어 배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 안전한 해변가에 
배를 끌어다 붙이고 무기는 모두 모아 가까운 동굴에 숨기기로 했다. 
그의 부하들에게는 얼마간의 휴식이 필요했다. 
다시 뱃길로 나서자면 보급품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당분간 키르케의 섬에 머물기로 하고는 부하들을 데리고 배 있는 곳으로 가서 
거기에 남아 있는 나머지 부하들에게 그 동안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한동안 잘 먹고 잘 자면서 휴식을 취하라고 하더라는 키르케의 말을 전했다.
에우륄코스를 제외한 다른 부하들은 모두 키르케의 제안을 반가워하면서 
금방이라도 배를  해변으로 끌어다 붙이려고 했다. 
그러나 에우륄로코스는 여전히 악몽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는 키르케의 집으로 되돌아갈 것이 아니라 한시바삐 난바다로 배를 내몰아
 마녀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가자고 애원했다.
오뒤세우스는 금방이라도 에우륄로코스를 베어 버릴 듯이 칼을 뽑아들었다. 
비록 가까운 친구, 먼 친척이라고는 하나 그대로 두면 에우뤼로코스의 공포가 
다른 뱃사람들에게까지 퍼져 나갈 것 같아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른 뱃사람들은 에우뤼로코스만 남겨 두어
자기네들이 키르케의 집에서 배불리 먹을 동안 배를 지키게 하자고 졸랐다. 
오뒤세우스도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러나 일행이 에우륄로코스를 남겨 두고 키르케의 집을 향해 한참 걸었을 때 
뜻밖에도 에우륄로코스가 따라왔다. 
동료들과 함께 마녀의 집으로 가는 것보다는 혼자 남아 배를 지키는 것이 
훨씬 무섭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해서 일행이 모두 함께 키르케의 집으로 갔다. 잔치 준비는 이미 끝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