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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거대한 트로이 목마

Joyfule 2006. 3. 19. 01:45
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거대한 트로이 목마 파리스가 죽었지만 트로이아 왕가에서는 헬레네를 메델라오스에게 되돌려 보내지 않았다. 그녀가 돌아가면 비참한 죽음을 당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트로이아 왕가로서는 헬레네를 그런 지경으로 몰아넣는 불명예스러운 일은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파리스의 형제 중 하나인 데이포보스에게 헬레네를 그의 집에 두고 보살피게 했다.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서 그리스 군은 트로이아 성에다 또 한 차례의 결정적인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트로이아 군은 튼튼한 성벽 뒤에서 화살을 소나기처럼 퍼부어 그들을 격퇴했다. 필로테테스의 독화살도 소용 없었다. 독화살이 날아갈 때마다 트로이아 군이 돌로 된 성벽이나 나무 문 뒤에 숨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리스 병사들이 성벽을 기어오르면 트로이아 병사들은 큰 돌을 떨어뜨려, 그리스 병사를 성벽에서 떨어뜨리거나 머리가 부숴지게 했다. 밤이 되자 그리스 군은 선단이 있는 곳으로 철수했다. 아가멤논은 회의를 소집했다. 그러나 소집을 받고 달려온 장군은 얼마 되지 않았다. 늘 그렇듯이 그들은 점쟁이 칼카스가 지혜를 짜내어 주기를 기다렸다. 칼카스가 회의장 한복판에 서서 말했다. "나는 매가 비둘기를 좇는 것을 보았습니다. 비둘기는 매의 추격에 쫓기다가 성벽 밑 바위 틈에 숨더군요. 매는 꽤 오랫동안 비둘기를 따라 그 틈으로 들어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잘 안 되더군요. 그래서 매는 위로 날아올라 역시 바위 틈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조금 있으니까 어리석은 비둘기가 태양 아래로 날아 나왔고, 매는 바로 그 순간 비둘기를 덮쳐서 죽였습니다. 우리 그리스 군은 바로 이 매를 본받아야 합니다. 이제 우린 힘만으로는 트로이아를 무너뜨리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꾀를 써야 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 순간 아테나 여신이 오뒤세우스의 마음에 기발한 생각의 씨를 뿌려 주었다. 원래 오뒤세우스는 꾀가 많아서 별명이 꾀주머니였다. 그는 일어나서 그리스 장군들에게 자기 생각을 털어놓았다. "병사들을 시켜 목마를 만드는 겁니다. 뱃속이 텅 빈, 거대한 나무 말을 만든단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군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들을 뽑아 완전 무장하게 하고 그 뱃속에 숨겨 놓고서,나머지 군대는 선단에 나누어 타고 고향으로 향하게 합니다. 그러나 아주 가는 것은 아니고 테네도스 섬 해안까지만 가서 그 섬 뒤에 숨어서 기다리는 겁니다. 트로이아 군은 칼카스가 말한 비둘기처럼 성밖으로 나오겠지요. 우리 그리스 군의 진영이 정말 텅 비었는지 궁금할 테니까요. 그러다가 거대한 목마를 보고는 우리가 왜 이런 목마를 만들었는지, 왜 거기에다 두고 떠났는지 알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러나 트로이아 병사들이 목마를 너무 자세히 관찰하게 하면 안됩니다. 혹 이 목마를 해코지하거나 뱃속에 숨어있는 우리특공대를 찾아내면 안 되니까요. 그러니 우리 그리스인 하나를 뒤에다 숨겨 두기로 합시다. 꾀 많고 용감한 사람이어야 하되 트로이아 병사들에게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아야 합니다. 이런 사람을 뒤에 남겨 놓고는 트로이아 인들의 눈에 뛰게 합니다. 트로이아 병사들은 그를 사로잡고는 묻습니다. 그러면 그는 그리스인들이 마침내 희망을 버리고 고향으로 배를 띄운 까닭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거기에다 덧붙여<트로이아의 보물>을 훔쳐 아테나 여신의 보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 한 그리스인들이, 여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고향으로 가는 뱃길에 폭풍을 만나지 않게 해줄 것을 빌었다고 대답해야 합니다. 그 말을 믿는다면 트로이아 인들은 이 목마를 성안으로 끌어 들여 아테나 여신의 신전에 전리품으로 바치겠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한밤중에 목마의 뱃속에 숨어 있던 특공대원들이 밖으로 나와 성문을 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이 때쯤이면 선단은 테네도스에서 돌아와 트로이아 앞바다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칼카스가 그 의견에 동의했다. 그 때 마침 새 두 마리가 오른쪽으로 날아갔다.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 칼카스는 일이 계획대로 잘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스 전군에서 가장 솜씨 있는 목수이자 권투 선수이기도 한 에페이오스가 자기를 도울 병사들을 뽑아 일을 시작했다. 다음 날 그리스 군의 절반에 해당하는 병사들이 손에 손에 도끼를 들고 이다 산으로 올라가 나무를 찍었다. 이렇게 찍어 낸 참나무, 소나무, 단풍나무를 노새 등에 실어 그리스 진영으로 운반했다. 에페이오스와 그 부하들은 나무를 갈라 판자를 만들기도 하고 다듬기도 했다. 사흘만에 거대한 목마가 완성되었다. 늠름한 갈기는 아가멤논의 막사 지붕보다 높았다. 텅 빈배에는 스무 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캄캄한 공간이 있었다. 오뒤세우스는 뒤에 남아 있다가 트로이아 군에 붙잡히는 역할을 맡을 지원자를 찾았다. 그러자 시논이라고 하는 젊은 병사가 일어나 자기가 그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최전선에서는 싸워 본 적이 없는 병사였다 (만일에 최전선에서 싸웠다면 트로이아 병사들에게 낯이 익었을 테고 그렇게 되면 곤란했다.) 그러나 용기만은 어떤 최전선 전투 경험자에 못지 않았다. 네스토르가 첫 번째로 목마의 뱃속에 숨는 특공대원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너무 나이가 많아서 모두가 말렸다. 아가멤논도 두 번째로 지원하고 나섰다. 그러나 선단을 지휘해서 테네도스 섬으로 가야할 사람도 그였고, 되돌아와서 연합군을 지휘해야 할 사람도 그였다. 따라서 아가멤논도 곤란했다. 결국 메널라오스, 오뒤세우스, 디오메데스, 그리고 목마를 만든 목수 에페이오스가 병사들을 데리고 목마 뱃속에 숨기로 했다. 그보다 조금 전에 메넬라오스가 오뒤세우스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만일에 트로이아를 함락시키는 데 성공하면 (일단 뱃속으로 들어가기로 한 이상 함락시키지 못하면 그들 손에 죽는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다스리는 도시 국가 중 하나를 주겠다면서 서로 가까이 살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오뒤세우스는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에게는 험한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왕국 이타카 섬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트로이아를 함락하고 우리 둘 다 살아 남는다면 그 때 내가 소원을 말하지요. 그대는 땅이나 금덩어리를 주지 않고도, 사람을 주지 않고도 내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을 겁니다." 메넬라오스는 그 때가 오면 그 소원이 무엇이 되었든 기꺼이 들어주겠노라고 제우스신의 광명에 대고 맹세했다.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고 가서 갑옷을 챙겨 입고는 목마의 뱃속으로 들어가 쪼그리고 앉았다. 뱃속에 숨을 특공대원들은 부드럽고 두꺼운 옷으로 몸을 감쌌다. 그래야 목마가 끌려갈 때 갑옷이 덜그럭거리는 바람에 들통나는 일이 없을 터였다. 특공대원들이 어둠 속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릴 동안 밖에서는 병사들이 막사에다 불을 지르고 배를 띄웠다. 선단은 테네도스 섬을 향해 나아갔다. 성벽에서 망을 보던 트로이아 병사들은 그리스 진영의 막사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연기와 바다로 나아가는 선단을 보았다. 그들은 기쁨을 억제하지 못하고 성문을 열고 해변으로 다가가 보았다. 그러나 혹시 그리스 군사들이 속임수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완전 무장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과연 목재로 지어진 막사들은 불타고 있었고 진영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굄목과 모래톱의 용골 자국만이 선단이 있었던 자리를 말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새 나무로 지어져 보릿대처럼 누런 빛깔인 목마는 바로 그 폐허가 되다시피 한 그리스 진영의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었다. 프로아모스 왕과 왕가의 귀족들은 그 크기와 지어진 솜씨에 혀를 내두르면서 왜 그런 목마를 지었는지 궁금해했다. 마음 한 켠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제사를 담당하는 계급이 아주 놓은 사제 라오코온도 두 아들을 데리고 그 자리에 나와 있었다. 그는 목마에 다가서기도 전에 멀리서부터 소리를 질렀다. "여러분, 그걸 만지지 마시오. 그리스 놈들이 우리에게 선물을 주고 갔을 리 만무합니다. 틀림없이 무슨 꿍꿍이속이 있었을 겁니다. 저 속에 병사들을 숨겨 놓았다가 적당한 때 나오게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우리를 해치도록 사악한 마법을 걸어 놓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가 창을 들어 둥그런 목마의 배를 향해 던졌다. 창이 꽂히는 순간 속이 빈 목마의 배에서 터엉 소리가 났다. 트로이아 병사들이 어쩌면 그를 도와 도끼로 배를 갈라 볼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때였다. 병사들이 시논을 끌고 그 자리에 나타났다. 병사들은 프리아모스 왕 앞에다 시논의 무릎을 꿇리면서 말했다. "갈대밭에 숨어 있는 걸 끌고 왔습니다. 발바닥을 불로 지지면 이 나무 괴물의 비밀을 털어 놓을 것입니다." 그러자 시논이 외쳤다. "나같이 비참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처음에는 내 백성이 내가 미워 죽이려 하더니 이번에는 트로이아 인들이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 프로아모스 왕이 병사에게 시논을 일으켜 세우라는 눈짓을 보내면서 물었다. "말하라. 무슨 까닭으로 너는 네 백성의 미움을 샀으며 모두들 떠났는데 무슨 연유로 여기에 남게 되었는가. 네가 제대로 말하면 우리로부터는 미움을 안 받게 될지도 모르지 않느냐?" 시논이 심호흡을 한 차례 하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하, 물으시니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팔라메데스의 친구이자 갑옷 담당입니다. 그런데 사악한 오뒤세우스가 평소에 자기를 별로 안 좋게 보던 팔라메데스를 죽였습니다. 저는 분노를 삭이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그 얘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말이 오뒤세우스의 귀에 들어갔던지 나까지 죽이려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점쟁이 칼카스가......" 시논은 잠깐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믿지 않으실 텐데 얘기해서 무엇하겠습니까? 죽여주십시오. 아가멤논과 오뒤세우스도 제가 죽기를 바랄 것입니다. 저의 목을 자르시면 메넬라오스는 고맙다는 인사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고 트로이아 사람들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프로아모스 왕은 얘기를 계속하라고 명했다. 시논은 울면서 부들부들 떨며 얘기를 이어 나갔다. "그리스 장군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신들이 맡긴 뜻이 어떠한지 알아보았습니다. 그 뜻에 따르면 바람이 순조롭고 바닷가 고요하기를 바란다면 그리스 인 중 하나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군들이 칼카스에게 누구를 희생시켰으면 좋겠느냐고 묻자 칼카스는 저, 시논을 찍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꽁꽁 묶이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그 동안 그리스 병사들은 아테나 여신에게 평화를 비는 제물로 거대한 목마를 만들었고요. 저는 밧줄을 끊고 도망쳐, 선단이 바다로 나갈 때까지 갈대밭에 숨어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저는 죽어 있을 것입니다." 시논이 어찌나 입담 좋게 얘기를 했던지 트로이아 병사들은 그 말을 믿고 손을 묶고 있던 밧줄을 풀어 주고는 뛸 듯이 좋아했다. 목마가 자기들에게 해코지를 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트로이아의 보물>인 팔라디온을 도난 당한 아테나 신전에 제물로 바치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트로이아 병사들이 목마를 끌어들이려는 찰나 끔직한 일이 벌어졌다. 거대한 두 마리의 바다뱀이 아침 안개를 가르고 나와 해변으로 올라오는 것이었다. 두 마리의 뱀은 진홍빛 볏을 세운 채 몸을 꾸불텅거리면서 물을 가르고 오는데, 어찌나 기세 등등한지 뒤로는 노 30개 짜리 겔리온 배가 일으키는 것과 맞먹을 만한 물결이 일었다. 사람들은 믿어야 할지 믿지 말아야 할지 모르는 채로 바라보고 있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 돌아서서 냅다 뛰었다. 두 마리의 괴물은 해변으로 올라왔다. 눈은 바다의 불길로 번쩍거렸고 벌어진 입에서는 끝이 갈라진 혀가 낼름거리고 있었다. 괴물은 식식거리면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그런데 바로 이 두 마리의 괴물이 라오코온의 두 아들을 덮쳐 똬리를 옥죄기 시작했다. 아버지 라오코온이 두 아들을 구하러 달려갔지만 이미 때늦은 다음이었다. 괴물은 터지고 일그러진 두 아들을 몸을 버려 두고 라오코온에게 달려들었다. 얼이 빠진 트로이아 병사들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창 같은 것을 던질 수 있었을 때이미 두 괴물이 라오코온을 감고서 목과 몸을 옥죄고 있을 즈음이었다. 라오코온은 하늘이라도 찢을 듯한 비명을 한 차례 지르고는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 생명이 그의 육신을 떠난 것이었다. 그제서야 두 마리의 바다뱀은 평원을 지나 트로이아 성으로 들어갔다. 아테나 신전의 여사 제들이 그 뱀을 보았다. 뱀은 대리석 바닥을 지나고 거대한 여신상의 방패 뒤로 들어가더니 여신의 발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구멍으로 사라졌다. 프리아모스 왕 일행은 알아보지도 못하게 터지고 찌그러진 라오코온과 두 아들의 시체 앞에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서 있었다. 그들은 두 마리의 뱀이 분노한 아테나 여신을 대신해서, 여신의 거룩한 목마에 창을 던진 라오코온에게 복수했다고 생각했다. 여신의 화를 가라앉히려면 그 거대한 제물을 성안으로 들여 신전으로 모시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람들은 거대한 목마에 밧줄을 걸고 흡사 배를 진수시키듯이 목마의 앞에다 굴림 대를 달아 굴렸다. 밧줄을 당기는 조가 편성되었다. 시논도 밧줄을 당기는 조에 들어 있었다. 목마는 울퉁불퉁 한 평원을 지나 성의 정문으로 통하는 큰길로 들어섰다. 트로이아 백성들이 목마를 맞으러 정문 앞 큰길로 몰려 나왔다. 아이들, 처녀들 할 것 없이 삼으로 꼰 밧줄에 매달려 밧줄 끌어당기는 것을 도왔다. 앞일을 미리 아는 능력이 있는 프리아모스 왕의 딸 카산드라는, 성안으로 끌어들이는 순간부터 목마는 트로이아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외쳤다. 그러나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고함소리와 신을 찬양하는 노래와 춤에 파묻힌 채,목마는 마지막 비탈길을 미끄러져 내리고 오랜 전쟁이 남긴 돌무더기를 지났다. 물론 뱃속에 숨어 있는 특공대원들과 함께였다. 정문 위의 두 망대 사이를 지나고 가파른 길을 오르자 트로이아 성의 높은 지대에 자리잡은 성채, 아테나 신전의 안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