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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아킬레우스 전사하다

Joyfule 2006. 3. 18. 14:22
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아킬레우스 전사하다 트로이아 장군과 왕자들, 그리고 원로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열었다. 프리아모스 왕도 함께 했던 그 자리에서 트로이아 인들은 멤논 왕이 올 때까지 성 안에서 방어만 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멤논 왕이 에디오피아 군대를 이끌고 출발한 시점이 아마조네스가 출발한 시점과 비슷했던 만큼, 조만간 트로이아 지원군을 몰고 당도하리라 믿고 있었다. 트로이아 군에서 가장 냉정한 사람으로 알려진 폴뤼다마스는, 기다릴 것도 싸울 것도 없이 헬레네에게 올 때의 갑절쯤 되는 보석을 주어 메넬라오스에게 돌려 보내면 될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파리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폴뤼다마스를 비겁자라고 소리치면서 헬레네와 조금만 가까이 지내 보면 트로이아의 운명 따위는 안중에 두지 않을 자라고 비난했다. 트로이아 군은 평원에서 후퇴하고 성안에서 기다렸다. 드디어 멤논 왕이 도착했다. 파리스와 아킬레우스를 제외한다면 그만큼 풍채 좋은 사람은 트로이아 평원에 있을것 같지 않았다. 멤논 왕은 이만 빼면 흰 것이 하나도 없는 군대를 이끌고 왔다. 에디오피아의 강렬한 태양에 그을려 병사들은 모두 새까맣게 되었다. 프리아모스 왕은 또 한차례 잔치를 베풀고는 커다란 금술잔에 포도주를 남실남실하게 따라 멤논 왕에게 건네 주었다. 멤논 왕은 그 포도주를 단숨에 마셨다. 그는 싸움에 대해 큰소리치지 않았다. 단지 이렇게 말을 했을 뿐이었다. 내가 만일에 훌륭한 장군이라면 싸움이 시작돼 봐야 드러날 것입니다. 어쨌든 오늘은 일찍 자는 것이 좋습니다. 아침이면 싸워야 할 사람들이 잠을 안 자고 술 마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못됩니다. 아침이 왔다. 멤논 왕은 새까만 군사들을 이끌고 평원으로 나갔다. 만약 번쩍거리는 갑옷 차림의 아킬레우스가 용기를 주지 않았다면, 싸움에 지치지 않은 멤논의 군사들을 보는 순간 그리스 군사들의 사기는 많이 꺽여 버렸을 것이다. 멤논 왕은 그리스 군의 왼쪽날개를 공격했다. 그는 이 공격전과 방어전에서 네스토르의 아들인 안틸로코스와 맞붙었다. 멤논 왕이 이 젊은 왕자를 덮치는 기세는 흡사 검은 사자가 아기를 덮치는 것과도 같았다. 안틸로코스가 가까운 옛 왕릉 앞에 서있던 비석을 뽑아 멤논에게 던졌다. 비석에 머리를 맞은 멤논 왕은 뒷걸음질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러나 곧 다시 일어나 안틸로코스에게 창을 던졌다. 창은 가슴 가리개를 뚫고 안틸로코스의 가슴에 박혔다. 그는 이렇게 해서 아버지 네스토르 앞에서 숨을 거두었다. 멤논 왕은 좌우를 무차별 공격하면서 안틸로코스의 주검에서 갑옷을 벗겨 내었다. 네스토르는 아들의 주검에 접근할 수 없게 되자 전차를 타고 아킬레우스에게 달려가, 안틸로코스의 주검이 욕을 보지 않게 도와 달라고 애원했다. 아킬레우스는 즉시 젊은 안틸로코스의 주검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이로써 멤논 왕과의 한 판 싸움은 피할수 없게 된 셈이었다. 멤논 왕은 아킬레우스를 맞기 위해 부하들을 뒤로 물렸다. 멤논이 먼저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아킬레우스에게 던졌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방패로 바위를 막으면서 달려나와 멤논 왕의 어깨를 찔렀다. 부상을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얼굴이 시커먼 멤논 왕은 창을 던져 아킬레우스에게도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입게 했다.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렸으나 아킬레우스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팔에는 아무리 부상을 당해도 치명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킬레우스와 멤논 왕은 칼을 뽑아들고 맞붙었다. 무수한 칼질이 서로의 방패와 투구를 때렸다. 두 사람의 투구 위에 달린 긴 말총 볏은 칼에 잘려, 강풍에 떨어진 새처럼 땅바닥에 떨어진지 오래였다. 두 사람이 서로 노리는 것은 방패 가장 자리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무릎과, 방패와 투구끈 사이의 목줄이었다. 두 사람의 발 아래에서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이윽고 아킬레우스가 오랫동안 노리고 있던 곳을 먼저 재빨리 찌르고 들어갔다. 맴논은 그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아킬레우스의 청동 칼끝은 갈비뼈 사이로 파고 들었다. 맴논 왕이 땅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생명은 그의 몸을 떠났다. 아킬레우스는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진격했다. 온 그리스 군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스 군은 트로이아 군을 성의 정문까지 추격했다. 정문은 병사들와 전차들, 좇고 좇기는 자들로 복작거렸다. 그리스 군이 트로이아 성 안으로 밀고 들어간다면 기나긴 포위 공격전은 그것으로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성문 위에는 파리스가 있었다. 파리스는 닳고 닳은 활시위를 새 것으로 갈아 끼우고 있었다. 그는 화살통에서 화살을 하나 골라 시위에 먹이고는, 성문을 밀고 들어오는 아킬레우스를 겨눠 사위를 당겼다가 놓았다. 화살이 날고 있을 동안 아폴론 신은 이것을 인도했다. 화살은 치열하게 접근전을 벌이고 있는 병사들의 다리 사이를 빠져나가 드디어 아폴론이 노리던 과녁에 명중했다. 바로 무릎 가리개로도 가리지 못하는 발뒤꿈치였다. 아기 아킬레우스를 스튁스 강물에다 담글 때 어머니 테티스가 손으로 쥔 곳, 따라서 스튁스 강물에 잠기지 못한 곳이 바로 아킬레우스의 발목이었다. 아킬레우스의 몸에서 죽음이 파고들 수 있는 곳은 발목뿐이었다. 아킬레우스는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그러나 곧 다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면서 외쳤다. "어느 비겁한 놈이 멀리서 날 쏘았느냐? 그 자에게 이리로 내려와 창칼로써 나와 맞서라고 하라." 그는 발꿈치에서 화살을 뽑았다. 피가 용솟음치며 흘러 나왔다. 피는 사방으로 튀었다. 아킬레우스의 눈앞이 가물거리시 시작했다. 그는 비칠거리며 미친 듯이 창을 휘둘렀다. 그러나 힘이 다한 그는 걸음을 멈추고 창에 몸을 의지한 채 외쳤다. "트로이아의 개들아! 나는 이렇게 죽는다만 너희들은 내 창끝을 피하지 못하리라!" 그러나 겨우 이 말만을 남기고 아킬레우스는 앞으로 쓰러졌다. 갑옷이 땅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트로이아 병사들은 아킬레우스의 숨이 완전히 끊길 때까지 차마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지 그가 죽어가는 것을 구경만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죽어가는 사자를 바라보고 있는 사냥꾼 같았다. 이로써 헥토르가 죽으면서 한 예언은 이루어진 셈이었다. 헥토르는 숨을 거두기 직전에 아킬레우스가 성의 정문에서 파리스의 손에 죽음을 당할 것이라고 예언한 적이 있었다. 그제서야 성문 앞 큰길에서 있던 트로이아 군사들이 아킬레우스의 주검을 갑옷채 차지하기 위해 새카맣게 몰려들었다. 그리스 군사들 역시 장례를 치루려면 그 주검을 지켜 진영으로 운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때문에 그의 시신을 사이에 두고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양쪽 군사가 어찌나 빽빽하게 어우러져 있었던지 성벽 위의 트로이아 군사들은 저희 군사가 맞을까 봐 활도 쏘지 못했을 정도였다. 결국 오뒤세우스가 부상당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아킬레우스의 팔을 잡아 끌어 들쳐 업고는 비틀거리며 선단 쪽으로 내달았다. 아이아스와 그의 부하들은 오뒤세우스의 뒤를 따르면서 좇아오는 트로이아 군을 막았다. 트로이아 군이 너무 접근할 경우엔 그들을 공격하여 다른 트로이아 군 속으로 몰아넣고는 했다. 아킬레우스의 주검은 그의 막사로 옮겨졌다. 브리세이스를 비롯한 여자들이 그의 몸에서 피와 먼지를 닦고는 관 위에 눕히고 흰 겉옷으로 덮었다. 그리고는 곡을 하고 만가를 불렀다. 살아 남은 그리스 장군들은 아킬레우스 자신이 얼마 전에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그랬듯이, 긴 머리채를 잘라 그의 주검 위에 놓았다. 바다에서 그의 어머니<은빛 발> 테티스가 시녀 요정들을 데리고 물위로 솟아올랐다. 깊은 바다 수정의 방에서 여름 날의 파도처럼 솟아오르며 부르는 테티스 일행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는 온 해변에 골고루 퍼져 나갔다. 공포에 질린 그리스 병사들은 해변에서 도망치려고 했다. 그때 노와 네스토르는 이런 말로 그들의 두려움을 가라앉혔다. "두려워할 것 없다. 세상을 떠난 아드님을 보러 오신 그의 어머니와 바다의 요정들이다." 그제서야 그리스 병사들은 마음을 놓았다. 테티스와 바다의 요정들은 그를 둘러싸고는 인간 세상 여자들의 곡소리와 만가 부르는 소리에 신들 세상의 곡소리와 만가를 보탰다. 그리스 인들은 나무를 쌓아 거대한 화장단을 만들고 아킬레우스의 주검과 제물로 잡은 황소, 꿀 항아리, 포도주 항아리를 올리고 불을 붙였다. 불이 사그러들자 영웅의 주검이 남긴 흰 재를 모아, 파트로클로스의 무덤에서 꺼낸 손잡이가 두 개 달린 금술잔에 넣고 파트로클로스의 재와 잘 섞었다. 이 금술잔을 다시 묻은 뒤 무덤을 높이 쌍호 봉우리 한가운데에 비석을 세웠다. 그 땅을 지나는 사람과 바다로 나가거나 들어오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이 누구의 무덤인지 알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어서 아킬레우스를 추모하는 장례경기가 열렸다. 파트로클로스의 장례 경기 때처럼 전차경주, 달리기, 권투와 씨름 겨루기가 벌어졌다. 모든 경기의 우승자들에게 테티스는 귀하고 명예로운 선물을 내렸다. 경기가 끝나자 테티스는 헤파이스토스 신이 특별히 만들어 준 아들의 귀하기 짝이 없는 갑옷을 가져다 무덤 앞에 놓고 이렇게 말했다. "이 갑옷을 가장 용감한 전사에게 드리겠습니다. 트로이아 군사들로부터 아킬레우스의 주검을 빼앗아 이렇게 장례를 지낼수 있게 해준, 가장 큰 공을 세우신 분이 이것을 차지하도록 하세요." 테티스는 이 말을 남기고는 바다의 요정들을 데리고 바닷속으로 되돌아갔다. 아이아스와 오뒷세우스가 일어나 서로 자기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차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각자 자기야말로 갑옷을 차지할 자격이 있으며 용감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용감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왕 네트토르가 일어나 이런 말을 했다. "남아 있는 우리들 중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한 사람을 뽑아 이 갑옷을 준다는 건 예삿일 이 아니오. 왜인 줄 아십니까? 이 갑옷을 차지하지 못한 사람은 속이 상할 것이고, 우리가 자기를 푸대접한 것으로 오해할 것이기 때문이오. 그 사람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는 전과 다를 것이고, 이것은 우리에게 굉장히 큰 손실이 될 것임에 분명하오. 하지만 꼭 두 분 중에서 한 분을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가 직접 하지는 말도록 합시다. 누구는 오뒤세우스를 선택하고 누구는 아이아스를 선택한다면, 이 두 무리 사이에서도 적의가 싹틀 있으니 말이오. 우리 진영에는 몸값이 지불되기를 기다리는 많은 트로리아 포로들이 있지 않소. 그들에게 심판을 맡기기로 합시다." "현명하신 말씀이오." 대왕 아가멤논도 만족스러워했다. 트로이아 포로들이 회의장으로 불려나왔다. 오뒤세우스와 아이아스는 그들 앞에서 연설을 함으로써 아킬레우스의 갑옷 소유권을 주장하기로 했다. 아이아스가 먼저 연설했다. 그런데 갑자기 짓궂은 장난을 좋아하는 포도주의 신 디오뉘우스가 아이아스를 취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그의 연설은 엉망이 되었다. 그가 자기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아이아스는 오뒤세우스를 깎아내리기 위해 그를 겁쟁이, 약골이라고 부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의 연설이 끝나자 오뒤세우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아이아스는 나를 겁쟁이, 약골이라고 합니다만 이렇게 부르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는 일은 트로이아 인들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들은 나와 많이 싸워 보았으니 잘 알 것이고, <트로이아의 보물>을 가져온 것도 나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파트클로스의 장례 경기에서 나와 그가 싸운 것을 잊지 않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부상을 갓 나은 몸으로 그와 싸웠습니다. 비기기는 했습니다만 이 것만 보아도 그는 나를 약골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트로이아 포로들이 의견을 모아 두 사람 중에서 오뒤세우스가 더 용감한 장군이며, 따라서 아킬레우스의 갑옷은 그의 차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아스의 얼굴이 검붉게 변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던 그는 친구들에게 끌리다시피 해서 회의장을 나갔다. 막사로 돌아갔지만 그는 그 날 해가 질 때까지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말도 하지 않았다. 디오뉘우스 신이 그에게 광기를 불어넣음으로써 벙어리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어둠살이 끼어 올 때까지도 아이아스는 그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둠이 깊어갈 즈음부터는 사악한 생각이 그의 머리를 맴돌았다. 그는 칼을 들고 어둠 속을 나섰다. 오뒤세우스의 막사를 찾아가 그를 처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이아스는 오뒤세우스의 막사에 이르기 전에 양떼를 만났다. 그리스 군이 양식의 일부로 기르고 있는 양떼였다. 그는 양떼 속으로 뛰어들어 닥치는 대로 양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오로지 죽이기에만 열중한 것이다. 새벽이 오기 시작하자 그에게도 맨 정신이 돌아왔다. 그는 자신이 오뒤세우스를 죽인 게 아니었으며, 대신 무수한 양의 시체 앞 피웅덩이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아스는 광기가 불러 일으킨 그런 불명예를 안고 살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칼을 뽑아 땅바닥에 거꾸로 단단히 세웠다. 그리고는 뒤로 조금 물러섰다가 그 칼끝 위로 몸을 던졌다. 칼끝이 심장에 박히면서 그의 광기도 그것으로 끝이 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