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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사라진 트로이아의 보물

Joyfule 2006. 3. 15. 02:37

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사라진 트로이아의 보물 헥토르의 장례식을 위한 휴전이 끝났지만 트로이아 성 포위 공격전은 소강 상태로 들어갔다. 십 년 동안 계속되어 온 상태와 비슷했다. 아킬레우스도 전투에 의욕을 잃은 것 같았고 트로이아 군도 사령관을 잃은 참이라서 성문을 나와 평원으로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트로이아 군은 사실 자신들을 지원하러 오는 새 연합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맞이할 부대는 새벽의 신 에오스의 아들인 멤논 왕이 지휘하는 남쪽 나라 군대와, 아마조네스라고 불리는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막강한 전투 부대였다. 따라서 트로이아 군은 성 안에서 조용히 그들을 기다리고 싶어했다. 트로이아의 높은 성체에 위치한 아테나 신전에 오래 전 하늘에서 떨어진 아테나 여신의 방패 비슷한 거룩한 보물이 있다는 사실은, 트로이아 연합군은 물론이고 그리스 연합군도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사람들은 그 보물을 <팔라디온>, 혹은 <트로이아에 행운을 가져다 주는 보물>이라고 불렀다. 트로이아 백성들은 그 보물이 거기에 있는 한, 잿빛 눈의 여신이 그들을 도와 적군으로부터 트로이아를 지켜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트로이아 백성들은 밤낮으로 그것을 지키고 그 보물이 거기에 있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힘과 위안을 얻고는 했다. 오뒤세우스는 트로이아 성 한복판에 있는 경비가 삼엄한 신전에서 트로이아의 보물을 훔쳐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트로이아 백성들은 보물이 사라진 것을 나쁜 징조로 받아들이고 사기를 잃게 될 터였기 때문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그 보물을 훔쳐낼 수 있을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가 계획을 하나 세웠다. 델로스 섬나라를 다스리는 왕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그 중의 하나는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재주가 있고 또 하나는 돌을 떡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으며, 나머지 하나는 진흙을 올리브 기름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다고 했다. 당시 그리스 연합군은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을 공급해 주는 포에니키아 상인들에게 금으로 그 값을 지불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즈음은 금이 딸리고 있을 때였다. 오뒤세우스는 대왕 아가멤논에게 한 달만 말미를 주면 배를 타고 델로스로 가서 세공주의 뜻을 물어버고, 만일에 함께 가겠다면 데리고 오겠노라고 말했다. 마침 전투도 소강 상태에 접어든 즈음이어서 아가멤논은 그렇게 하라고 쉬게 허락해 주었다. 오뒤세우스는 한 달 안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오십 명의 노잡이가 노를 젓는 겔리온 선에 올라 먼 바다로 나아갔다. 바로 다음 날 그리스 진영에 웬 거렁뱅이 하나가 나타났다. 그 거렁뱅이가 구부정한 몸을 이끌고 디오메데스의 막사로 와서는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디오메데스는 빵 조각과 살코기가 조금 남은 뼈를 던져 주었다. 거렁뱅이가 굶주린 개처럼 뼈까지 빨아먹는 것을 보고 디오메데스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어떻게 이 곳에까지 오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거렁뱅이의 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저는 이집트 인들에게 붙잡히는 바람에 신세를 망친 크레아 해적이랍니다. 여러 해 동안 이집트의 채석장에서 일하다 거대한 바윗덩어리 사이에 숨어 채석장을 탈출했습니다. 당시 그 바윗덩어리는 뗏목에 실려서 나일 강을 따라 강변의 신전 공사장으로 운반되고 있었지요. 채석장을 탈출한 저는 포에니키아 장삿배를 탔습니다. 그런데 이 배가 트로이아 남쪽 해안에서 석장을 탈출한 저는 포에니키아 장삿배를 탔습니다. 그런데 이 배가 트로이아 남쪽 해안에서 파선하고 말았습니다. 부서진 널빤지 조각에 붙어 해안으로 올라왔는데 살아 남은 사람은 저 밖에 없었습니다." 거렁뱅이의 말을 다 듣고 난 디오메데스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싶어 그에게 깔개 하나를 던져주고 막사 앞에서 잘 수 있게 해주었다. 그 다음 날부터 늙은 거렁뱅이는 온 막사를 다 찾아다니며 구걸하는 한편 병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가 가는 곳에는 꼭 입씨름이 벌어지고 했다. 어느 장군에게, 혹은 장군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에게 험담할 거리가 있으면 이 거렁뱅이는 어떻게 알아 내었는지 그것을 진영에다 퍼뜨리고는 했다. 그래서 아가멤논은 몽둥이로 그를 두들겨 주었고 디오메데스는 엉덩이를 걷어찼으며, 이도메네오스는 자기 할아버지 험담을 퍼뜨리는 이 거렁뱅이를 창자루로 흠씬 두들겨 때려 주었다. 결국 거렁뱅이는 네스토르의 막사에서 금술잔을 훔쳐 내기까지 했다. 그것은 두 개의 손잡이 위에 각각 비둘기가 새겨진 아름다운 술잔이었다. 술잔이 거렁뱅이의 지저분한 주머니에서 발견되는 순간, 그리스 군은 입을 보아 이 거렁뱅이를 채찍으로 매우 쳐서 진영 밖으로 쫓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 전사들 몇몇이 낄낄 웃으면서 거렁뱅이를 평원으로 끌고 나갔다. 나간 김에 아주 멀리까지 가다보니 마침내 트로이아 성문 바로 앞까지 끌고 갔다. 무리를 이끌던 네스토르의 아들 트라쉬메데스는 거렁뱅이의 멱살을 잡은 채 성문안의 트로이아 군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우리는 이제 이 뻔뻔스러운 거렁뱅이에게 질리고 말았다. 그래서 채찍 맛을 좀 보이려고 한다. 불쌍해 보이면 너희들이 거두어도 좋다. 너희가 거두지 않는다면 평원을 돌아다니다 굶어죽고 말겠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만일 되돌아온다면 눈알을 뽑고 팔뚝을 잘라버리겠다." ★(이하 몇 줄이 원본에 없습니다 원본에 있는 대로 옮깁니다) 약병을 꺼내 바로 옆의 대리석 바닥에다 놓았다. 막상 여사제가 다가오자 그는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 여사제가 오뒤세우스의 옆을 지나는 순간, 등잔불빛이 조그맣고 예쁜 약병 위에서 일렁거렸다. 여사제는 허리를 굽혀 약병을 집고는 그것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약병은 마개가 조금 열려 있었다 그 약병에서 풍겨나오는 향내는 여사제가 고향에서 맡던 꽃향기와 비슷했다. 여사제는 마개를 열어 냄새를 맡아 보고는 혀끝으로 끈적끈적한 그 약을 맛보았다. 이제까지 여사제는 그렇게 달콤한 것을 맛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너무 여러 차례 약병이 비도록 맛본 것이 탈이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여사제는 마개를 닫고 병을 있던 자리에 가만히 내려놓고는 다시 기도문을 흥얼거렸다. 그러나 견딜 수 없는 졸음이 여사제에게 밀려왔다. 여사제는 제단 앞에 쓰러지면서 깊고깊은 잠 속으로 그대로 골아떨어졌다. 여사제가 들고 있던 등잔이 대리석에 떨어지는 순간, 불이 꺼졌다. 신전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그제서야 오뒤세우스는 약병을 주머니에 넣고 일어나 바닥에 잠든 사람들 사이를 엉금엉금 기어 제단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어둠 속을 더듬어 <트로이아의 보물>을 확인한 뒤, 그것을 집어 주머니 속에 있던 그 날 구걸한 빵부스러기 밑에 감추었다. 그리고 원래 보물이 있던 자리에는 미리 검은 흙으로 만든 가짜 보물을 놓아 두었다. 그는 다음에야 자는 사람 사이를 기어 처음 누워 있던 자리에 돌아와 신전 돌기둥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 때를 기다렸다. 자던 사람들이 일어나고 신전의 문이 열리자 그는 다름 사람들에 섞여 신전을 나왔다. 이른 아침이어서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오뒤세우스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되도록 음침한 곳만 찾아서 걸었다. 그렇게 걸어서 그가 간 곳은 트로이아 성의 산 쪽으로 나 있는, 그리스 진영과 반대편인 성의 동쪽 문 앞이었다. 그는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트로이아에서는 빵을 충분하게 동냥질했으니 다른 도시로 가보겠다고 말했다. 병사들은 웃으면서 트로이아보다 더 넉넉한 도시로 가기를 바란다며 성문을 열어 주었다. 그는 이다 산의 숲으로 통하는 마찻길로 들어섰다. 숲이 시작되는 곳에 이르럿을 때, 트로이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만한 거리에 온 것을 확인한 오뒤세우스는 그 길에서 벗어나 숲 그늘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거기에서 어둠이 밀려오고 서늘한 밤 공기에 한기가 느껴질 때까지 푹 잤다. 잠에서 깨어난 오뒤세우스는 주머리를 비우고는 전날 구걸한 빵을 먹었다 (시장했던 데다가, 그리스 진영까지 가려면 꽤 먼 거리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일단 시원한 산골짜기의 개울물에 다 몸을 씻은 그는 헬레네가 준 옷을 입은 다음 칼을 차고 신전에서 훔친 팔라디온, <트로이아의 보물>을 가슴에 품었다. 그런 뒤에야 개울물의 숲이 울창한 쪽 둑을 따라 걸어, 크산토스 강 어귀에 다다랐다. 이윽고 그가 이른 곳은 그리스 진영의 맨 끝에 있는 초소였다. 초소를 지키던 병사들은 횃불을 들이대 자기들 앞에 있는 사람이 오뒤세우스 장군인 것을 확인하고는 함성을 질렀다. 그러면서 병사들은 델로스로 떠난 배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오뒤세우스가 나타난 걸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러자 오뒤세우스는 멀미가 나서 일단 배를 해변에 대게 했으며 부하들이 배를 점검할 동안 자신의 진영의 일이 궁금해서 걸어오게 되었노라고 둘러대었다. 그는 병사들에게 보초를 잘 설 것을 당부하고는 아가멤논의 막사로 갔다. 대와 아가멤논은 막사로 장군들을 불러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장군들 역시 오뒤세우스가 온 것을 알고는 환호성을 올렸다. 아가멤논은 그에게 물을 포도주로, 돌을 떡으로, 진흙을 올리브 기름으로 바꾼다는 델로스 공주들은 데리고 왔으냐고 물었다. 오뒤세우스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러나 대신 우리에게 훨씬 더 귀하게 여겨질 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옷 속에서 <트로이아의 보물>을 꺼내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나서 네스토르의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 상처난 어깨를 보여 주었다. "자네, 앞으로 거렁뱅이를 쫓을 때 너무 심한 매질은 하지 않는게 좋아." 그 말에 장군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장군들에게 <트로이아의 보물>은 승리의 조짐 같은 것이었다.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황소 열 마리를 잡아 제우스 신께 제사를 지냈다. 한편 트로이아 성 안에서는 보물이 없어진 것을 알고는 난리가 났다. 백성들은 충격과 절망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많은 트로이아 백성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고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