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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아마조네스 여군 부대의 입성

Joyfule 2006. 3. 16. 00:59

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아마조네스 여군 부대의 입성 그즈음 파리스는 아마조네스 부대를 트로이아로 안내하고 있었다. 아마조네스 족은 머나먼 테르모돈 강가에 사는, 여자 군인만으로 이루어진 부족이었다. 그들은 비록 여자들이긴 했지만, 전쟁터에서는 용감한 남자들 이상으로 어찌나 잘 싸우는지, 그들을 전쟁의 신 아레스의 딸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아마조네스 족의 젊은 여왕 펜테실레이아는 사냥터에서 사슴을 향해 던진 창이 빗나가는 바람에 엉뚱하게도 동생 히폴뤼타를 죽인 일이 있었다. 가장 사랑하던 동생이었던 만큼 이 일로 인한 펠테실레이아의 슬픔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 후부터 펜테실레이아는 인생의 낙을 잃었다. 그녀에게 희망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죽는 것 뿐이었다. 그것도 전쟁터에서 명예롭게 죽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왕은 여자들로만 구성된 경호 부대를 거느리고 깊은 숲과 넓은 강가에 숨어 살다가, 트로이아 성의 방어전을 지원하기 위해 트로이아로 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깊은 숲길과 높은 산길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아는 파리스의 안내를 받았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트로이아에 이를 수 있었다. 오뒤세우스도 아마조네스 문제에 관한 한 입을 다물겠다고 한 헬레네와의 약속을 지켰으므로, 도중에 아마조네스를 노리고 숨어 있는 그리스 군도 없었다. 입성하는 아마조네스 부대를 맞기 위해 성문 앞에 몰려 나와 있던 트로이아 병사들은, 그들이 저희 전통에 따라 말을 타고 들어서는 것을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트로이아 같으면, 전차를 타고 들어오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이었다. 병사들은 별 무리 속의 달처럼 돋보이는, 처녀 병사들 속의 펜테실레이아 여왕에게 몰려들어 환호성을 질러댔다. 창을 흔드는 병사들도 있었고, 말발굽을 향해 꽃을 던지는 병사들도 있었으며 여왕의 발에 입을 맞추는 병사들도 있었다. 프로아모스 왕은 그 여군 부대를 위하여 잔치를 베풀고, 여왕에게는 금술잔과 수놓은 옷, 그리고 손잡이가 은으로 된 칼을 선물로 주었다. 여왕 펜테실레이아는 그 칼을 뽑아들고는 바로 이 칼로 아킬레우스를 쳐죽이겠노라고 맹세했다. 그 맹세를 들은 헥토르의 미망인 안드로마케는 아무도 듣지 못하게 이렇게 속삭였다. 불쌍한 애송이 같으니라고……,헥토르도 그 일을 하지 못하고 흙 속에 묻혀 버렸는데, 너 같은 애송이가 어떻게할 수 있겠느냐?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펜테실레이아는 눈부신 갑옷을 입고 선물로 받은 새 칼을 찼다. 창과 튼튼한 방패를 들고 백마에 오른 펜테레이아는 열두 처녀 경호병과 트로이아 왕족들을 거느리고 트로이아 군의 선두에 섰다. 그리고는 그리스 진영과 바닷가에 정박 해있는 검은 선단 사이로 바람같이 공격해 들어갔다.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가 펜테실레이아가 오는 것을 본 병사들은 서로 이렇게 수근거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헥토르가 지휘햇던 트로이아 군을 이끌고 오는 저 장군은 누구인가? 선두에서 전차 부대를 지휘하면서 달려오는 것을 보니 흡사 신 같지 않은가! 트로이아 평원은 그 전에도 여러 번 그랬듯이 무수한 양귀비 꽃이라도 핀 것처럼 다시 붉게 물들었다.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아마조네스 부대는 그리스 군 중에서도 가장 용감한 정예 부대를 만나 혹독한 값을 치렀다. 태양이 머리위를 채 지나가기도 전에 아마조네스 부대의 절반이 죽음을 당했다. 여왕이 더할 나위 없는 슬픔과 분노를 느낀 것은 당연했다. 부하들의 복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긴 여왕은 그리스 전차 부대에 뛰어들었다. 그리스 전차병들은 산 속에서 암사자에 쫓기는 가축 무리처럼 흩어졌다. 여왕이 외쳤다. 너희들은 프리아모스 왕에게 슬픔을 안겨 주었다. 오늘이야 말로 트로이아가 그리스에 그 값을 물게 하는 날이다. 디오메데스, 아킬레우스, 아이아스려,그리스의 용장이라 불리는 이들이여, 나와서 내 창을 받아라! 여왕 펜테실레리아는 몇 차례나 트로이아 왕가의 군사들을 선두에 서서 그리스 군을 공격했다. 얼마 남지않은 아마조네스의 병사들은 여왕 옆에서 여전히 경호병 노릇을 했다. 여왕의 지휘를 받는 트로이아 전차들은 시체 위를 덜컹거리면서 그리스 군 속을 누볐다. 펜테실레이아 여왕은 흡사 검은 구름 사이로 보이는 번개처럼 동에 번쩍 서에서 번쩍했다. 그리스군은 다시 도랑 뒤로 밀려났다. 헥토르가 살아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트로이아 군속에서 횃불 든 병사들이 뛰어나와 검은 선단의 배에다 불을 지르려고 했다. (그리스의 검은 선단 보수) 아킬레우으와 아이아스는 싸움이 시작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두 장군은 나름대로 트로이아 군에게 기습 공격을 감행하느라고 진영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여왕 펜테실레이아와 트로이아 군이 도랑을 건너는 것과 때를 같이 해서 진영으로 돌아온 두 장군은, 트로이아 군을 선단에서 떼어 놓기 위해 질풍처럼 군사들을 몰아쳤다. 아이아스는 아마조네스는 본 척도 하지 않고 바로 트로이아 군을 공격했다. 아칼레우스는 여왕을 공격하는 한편, 여왕을 호위하고 있던 마지막 남은 다섯 처녀 경호병들을 순식간에 죽었다. 그토록 아껴오던 처녀 경호병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본 여왕은 두 그리스 장군을 향해 돌진해 왔다. 여왕이 아킬레우스를 향해 창을 던졌다. 하지만 창은 아킬레우스 방패에 맞으면서 땅바박에 떨어졌다. 여왕은 아이아스에게도 창을 던지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나는 전쟁 신의 딸이다! 내 창 맛을 보아라! 그러나 그 창도 아이아스의 방패에 맞고 떨어졌다. 아이아스와 아킬레우스가 껄껄걸 웃었다. 아킬레우스는 웃으면서 자기 이외에는 아무도 들지 못하는 창을 쳐들었다. 여왕의 손이 칼집으로 가는 순간 아킬레우스가 창을 던졌다. 창은 여왕 펜테레이아의 구리 방패를 뚫고 가슴에 꽂혔다. 상처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콸콸콸 쏜아져 내렸다. 아킬레우스는 칼을 뽑아 이번에는 여왕의 백마를 베었다. 여왕과 말이 동시에 거꾸러지면서 숨을 놓았다. 펜테실레이아 여왕은 폭풍에 쓰러진 어린 포플라 나무처럼 먼지 구덩이에 널부러져 있었다. 투구도 벗겨져 있었다. 펜테실레이아 여왕의 시체를 둘러선 그리스 병사들은 머리카락을 풀고쓰러져 있는 여왕의 젊음과 아름다움에 놀라곤 했다. 아킬레우스는 슬픔과 동정을 느끼며 이미 숨이 끊어져 있는 여왕의 죽음을 애도했다. 여왕에 대해 비슷한 동정을 느끼고 있던 그리스군사들은 퇴각하는 트로이아 군을 더 이상 추격하려고도, 여왕과 처녀 경호병들의 갑옷을 벗기려 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여왕과 처녀 경호병들의 주검을 관에 넣어 프리아모스 왕에게 보내 주기까지 했다. 전날 아마조네스를 위한 환영 잔치를 베풀어 주었던 프리아모스 왕은, 그들의 주검을 화장하고 그 재를 황금 관에 넣어 트로이아 왕들의 무덤에 묻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