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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 Nikolaevich Tolstoi - 부활(Voskesenie:1899)4.

Joyfule 2009. 10. 2. 11:16
      
    
    Lev Nikolaevich Tolstoi -  부활(Voskesenie:1899)4.   
    흰 앞치마를 걸친 어여쁜 소녀 카츄사, 
    가슴 울렁이던 첫키스로부터 2년 후에 그녀를 만났을 때의 일, 
    그녀의 처녀를 빼앗고 다음 날 
    백 루블의 지폐를 그녀의 손에 억지로 쥐어 주고 부임지로 떠나던 일,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 네흐류도프 공작의 눈앞에 
    독살범이라는 이름으로 법정에 서 있는 창녀 카츄사, 
    이 여자는 먼 옛날 자기의 일시적인 육욕의 만족을 위하여 
    짓밟고 버렸던 가련한 소녀가 아닌가... 
    신성하고 의젓한 배심원인 네흐류도프 공작의 마음은 몹시 어수선해졌다. 
    그 때의 가련한 소녀가 창부가 되다니 
    이 여자의 신세를 이렇게 만들어 놓는 자는? 내가 아니냐! 
    젊은 시절의 우연한 내 쾌락의 원인이 되어 마침내 이러한...
    자기의 과오가 너무나 컸다는 것 
    그리고 그 커다란 죄에 대하여 자기가 너무나 태연스럽게 아니 
    오히려 잊어버린 채 오늘날까지 지내 왔다니 등뼈가 서늘해지는 것이었다
    네흐류도프는 강력카츄사의 무죄를 주장하였으나 
    법정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카츄사 자신도 울면서 
    사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하소연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재판의 결과는 답변서에 '독살할 의사가 없었다'는 일항이 빠져 있기 때문에 
    카츄사는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게 되었다
    네흐류도프의 마음은 괴로웠다. 
    그 때의 일을 기억할수록 그의 마음은 가책 받았다. 
    이튿날 그는 감방으로 카츄사를 만나러 갔다. 
    그러나 만날 수 없었다. 
    낙심하고 돌아온 그는 2년 동안이나 열어 보지 못했던 
    일기장을 꺼내어 다음과 같이 적었다
    "...4월 28일 나는 배심원으로 법정에 참석하여 
    뜻하지 않은 일로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카츄사가 죄수가 있는 붉은 옷을 입고 피고석에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그녀를 석방하기 위하여 감옥으로 면회를 갔었으나 
    시간이 늦어 면회를 허락받지 못했다. 
    나는 그녀를 만나 나의 죄를 참회하고 용서받기 위해 그녀와 결혼할 작정이다. 
    오 신이여 도와 주소서..."
    다음 날도 카츄사를 만나기 위해 감옥을 찾아갔다. 
    면회 장소로 간수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카츄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방긋 웃음을 띄우면서 말했다
    "당신이세요? 저를 만나고 싶다는 분이?"
    "오오, 나요. 당신을 만나러 왔소. 내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왔소..."
    네흐류도프는 숨가삐 말하였다. 
    이야기하는 동안 카츄사는 네흐류도프와의 일이 
    뚜렷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카츄사의 얼굴은 점점 흐려지는 것이다. 
    헤어지려 할 때 그녀는 네흐류도프의 손목을 잡고 말하였다
    "용서를 구할 만한 죄는 조금도 하지 않았어요. 
    혹시 있다고 해도 그건 벌써 지나간 일이에요"
    네흐류도프는 배반당한 마음으로 면회소를 나왔다. 
    그가 그녀를 구원하려 한다는 것을 말하면 그녀는 기뻐하고 감동할 것이며 
    옛날의 카츄사로 돌아오리라고 기대했던 그의 교만함은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네흐류도프는 속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다. 
    그는 귀족의 딸과의 약혼도 파기하고 말았다. 
    카츄사를 구하기 위해 카츄사를 바른 사람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자기 자신도 올바른 사람이 되리라 결심하고 노력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카츄사를 위하여 변호사로 청하고 진정서도 썼으며 
    모든 힘을 아낌없이 바쳐 그녀의 억울한 죄를 씻으려 하였다. 
    그는 변호사로부터 공소장을 받자 다시 카츄사를 면회하러 갔다. 
    그 공소장에 카츄사의 서명을 받기 위해서였다. 
    서명이 끝나자 네흐류도프는 그와 결혼하고 싶다는 결심을 토로했다. 
    카츄사는 안색이 달라졌다
    "그건 또 뭣 때문에요?"
    "그렇게 하는 게 신에 대한 내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오"
    "신이라구요! 무슨 신 말씀이세요! 당신은 마음에도 없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게 진실이라면 10년 전의 그 때에 신을 알고 계셨을 거에요
    (카츄사는 극도로 흥분하였다) 
    나가 주세요! 저는 죄인이고 당신은 공작님이세요. 
    이 곳에서 당신이 하실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어요"
    네흐류도프는 이렇게 외치는 카츄사의 입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점점 거칠게 퍼부어 대었다
    "멋대로 사람을 노리개감으로 만들어 놓고 그것도 모자라 
    이번엔 저를 제물로 내세워서 자기의 죄를 벗으려고... 
    아아 당신의 그 부글부글한 얼굴은 보기만 해도 치가 떨려요. 
    나가세요. 나가세요. 당신과 결혼할 바엔 목을 매어 죽어 버리겠어요... 
    왜 내가 그 때에 죽어 버리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