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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 Nikolaevich Tolstoi - 부활(Voskesenie:1899)5.

Joyfule 2009. 10. 4. 23:11
      
    
    Lev Nikolaevich Tolstoi -  부활(Voskesenie:1899)5.   
    카츄사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네흐류도프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틀 후 면회하러 갔을 때에는 카츄사의 눈에는 번뇌와 초조한 빛이 있었다. 
    네흐류도프는 이 날도 결혼에 대해 말을 꺼냈으나 그녀는 듣지 않았다
    "또 한 번 말하겠소. 꼭 나와 결혼해 주오. 
    당신이 납득할 때까지 나는 어디까지나 당신을 따라가겠소"
    그는 불쌍한 이 여자를 구하기 위해 시베리아까지도 따라갈 결심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로원에 공소하기 위하여 그는 페테르부르크로 떠났다. 
    드디어 카츄사의 공소 사건은 심의에 오르게 되었다. 
    변호사 파나린은 자신과 열의를 가지고 원판결의 부당함을 논증하였다. 
    그러나 검사는 공소의 이유의 부적합함을 주장하였다. 
    그리하여 공소는 기각되고 말았다. 
    네흐류도프는 몹시 낙심하여 모스크바에 되돌아왔다
    짧은 기간 동안에 카츄사의 마음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격심한 고뇌가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녀는 처음에는 네흐류도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끝까지 그를 미워하려 하였다. 
    그러나 그의 진심은 그녀를 움직였다. 
    카츄사는 점점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 경건하고 순진한 여자가 되었다. 
    이제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네흐류도프가 
    자기에게 해 주는 것이 과분하고 황송스럽다는 생각까지 드는 것이었다.
    동시에 카츄사는 아직도 네흐류도프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가 단호히 그의 청혼을 거절한 것도 
    그 결혼이 네흐류도프에게 불행한 것이라고 느껴진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미 옛날의 자신을 되찾은 카츄사를 느끼지 못하고 
    다만 수치심도 없는 여자로 자기를 대하는 
    네흐류도프의 태도가 야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카츄사가 호송대에 들어가기로 확정되자 
    어디까지나 카츄사의 사면을 얻으려는 마음을 관철하려고 마음먹은 네흐류도프는 
    그녀와 함께 출발할 준비를 하였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영지를 농민들에게 분배하고 
    집과 가재 도구를 누님에게 양도하는 등 명예와 부귀를 내던져 버렸다. 
    모든 것을 내던진 네흐류도프는 이제 다만 카츄사의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 
    눈 쌓인 시베리아 벌판까지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찌는 듯이 무더운 날씨였다. 
    호송되는 죄수들은 남자가 623명, 여자가 64명이었다. 
    죄수들이 모두 광장에 모였다. 
    드디어 출발 소리가 울렸다. 
    벼락같은 소리를 내며 옥문이 열렸다. 
    동시에 쇠사슬 소리가 높이 울리기 시작했다. 
    호송병의 총소리 전송하러 온 사람들의 작별하는 소리와 
    그에 대답하는 죄수들의 목소리! 대열은 움직여 나갔다
    네흐류도프는 여죄수들의 대열 중에 카츄사를 본 듯했으나
    그 모습은 많은 군중 속에 섞여 보이지 않았다. 
    그는 대기시켜 두었던 마차에 올라 대열의 뒤를 쫓았다. 
    한눈도 팔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카츄사의 얼굴에는 
    각오의 빛이 나타나 있었다. 
    더위는 점점 심해졌다. 
    죄수 몇 사람은 일사병으로 죽어 넘어졌다. 
    네흐류도프는 도중에 사경에 이른 죄수 한 사람을 발견하자 
    곧 그를 위해 자기가 탄 마차를 제공했다. 
    그가 정거장에 닿았을 때에는 죄수들은 모두 열차에 오른 뒤였다. 
    그는 잠시 동안 카츄사와 말을 할 수 있었다. 
    기적 소리가 나자 쇠창살이 있는 죄수 열차는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카츄사가 있는 죄수 분대는 거의 3천 마일을 기차로 달렸다. 
    카츄사는 보통 형사범과 함께 베름 시까지 기선을 탔으나 
    그 곳에서 네흐류도프의 노력으로 정치범들 속에 들어갈 수 있었다. 
    카츄사는 정치범들 사이에 들어가서 지금까지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해졌다. 
    또한 정치범들에게서 대단히 유익한 감화를 받게 되었다. 
    특히 심손이라는 혁명주의자는 카츄사의 좋은 스승이 되었다. 
    심손은 은근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감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카츄사는 그의 마음을 눈치챘었으며 
    그만큼 고귀한 사나이에게 사랑을 받은 것이 그녀의 기쁨이 되었다. 
    네흐류도프의 사랑과 청혼은 
    그가 자기의 과거의 죄를 씻으려는 도의적인 감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심손의 사랑은 달랐다. 
    그는 카츄사를 한사람의 여자로서 
    현재 있는 그대로의 그녀에게 사랑을 바치고 있었다. 
    카츄사와 심손은 입 밖에 내지 않았으나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9월이 되자 싸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때때로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죄수 일행이 베름 시를 떠날 때까지 
    네흐류도프는 두 번 카츄사를 만날 수 있을 뿐이었다. 
    그것마저 자세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