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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Hardy -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1891)6.

Joyfule 2009. 8. 19. 04:06

    Thomas Hardy -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1891)6.      
그 후 긴 여름 해가 질 무렵 테스는 목장에 남아서 젖을 짜고 있었다. 
석양빛을 받으며 하얀 레이스가 달린 모자를 쓰고 젖을 짜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이었다. 
테스를 찾아 목장에 나온 에인젤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테스를 보자
발소리를 죽이며 다가갔다. 
그는 테스에 대한 애정이 날이 갈수록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에인젤은 테스의 모습에서 자신의 이상형을 본 것이다. 
진흙 속에 박혀 있는 보물처럼 테스도 자신에게서 교육을 받는다면 
지성과 교양을 갖춘 여인이 되리라 에인젤은 지독히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자연으로 끌리는 두 사람의 애정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어쩌면 테스의 거부보다도 에인젤에게 있는 이성 때문이 아닐까?
이성적이고 사리 분별이 뛰어난 에인젤은 
어느덧 테스를 자신이 아는 것보다 더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에인젤은 들의 여신처럼 건강하고 아름다운 테스를 보자 
테스를 두 팔로 힘껏 끌어안고 말았다
  "용서하십시오. 난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테스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 참, 소가 다 놀라서 젖통을 차고 말았어요"
  "테스, 나와 결혼해 주오"
  "아아 에인젤 씨, 그런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난 당신의 아내가 될 수 있는 여자가 아녜요"
  "그건 왜요? 테스 당신은 날 사랑할 수 없다는 건가요?"
  에인젤은 더욱 세게 테스를 감쌌다
  테스의 얼굴에서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사랑하고 있어요. 진정으로 사랑해요. 그렇지만 당신하고 결혼을 할 수는 없어요"
  "무엇 때문에? 다른 남자와 약혼이라도..."
  "아녜요"
  테스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제게는 그런 자격이 없어요. 당신하곤 신분도 다르고 또 저는..."
  테스는 그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중대한 얘기가 있다. 
그러나 그 말의 내용은 무거운 화석처럼 움직일 줄을 몰랐다
깊은 밤에 일어난 그 숲의 사건 자기는 이미 처녀가 아니라는 것을 
고백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지만 그 사실을 말하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었다. 
사랑하지만 절대로 결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토록 에인젤이 자신을 사랑한다면 몸과 마음을 다해 
오직 에인젤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자신을 용서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에인젤은 또 다시 테스를 포옹하며 
  "그럼 내 말을 듣고서 대답해 줘요. 
난 세계에서 누구보다도 당신의 훌륭한 성품을 이해하고 당신을 사랑하고 있소. 
당신도 날 사랑해 주겠지?"
  테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을 승낙하겠소?"
  에인젤의 말을 들으면서 테스는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했다
  '아아, 나는 이 진실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 
나는 이 사람과 헤어질 수는 없다. 
이 사람이야말로 진정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테스, 분명히 대답해 주오"
  "만일 내가 당신의 아내로서 당신을 행복하게 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나 없이는 살 수 없을 만큼 당신이 나를 사랑해 주신다면"
  "테스! 결국 승낙해 주었구려"
  테스는 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에인젤의 손등에 뜨거운 키스를 했다
테스와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집에 돌아간 에인젤은 
저녁에 가족 예배를 마친 후에 아버지께 말을 했다. 
학벌이 없고 집안도 가난하지만 순결하고 정숙하며 독실한 종교 신자이고 
농장 생활에 있어서는 월등한 아가씨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규수는 네가 결혼할 만한 훌륭한 가문이니? 정말 정숙한 숙녀이구?"
  어머니가 불쑥 말을 했다
  "그 규수는 농부의 딸이지만 보통 숙녀 정도가 아니에요. 
감정이나 성품이나 몸가짐이나... 가문만 좋으면 뭘 합니까. 
장래 제가 하는 일에 협조자가 되어야죠"
  "마시는 정말 가문 좋고 예쁘고 교양 있고 남 주기는 아깝지"
  어머니는 안경 너머로 아들을 쳐다보았다
  "외면상으로 좋은 것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테스의 생활과 행동은 시 그것입니다"
얼마 후 테스는 어머니에게 이 목장에서 신분이 좋고 
교육을 받은 에인젤과 결혼하게 됐다는 편지를 냈다. 
어머니로부터는 곧 테스의 결혼을 기뻐하는 회답이 왔다
"사랑하는 테스, 네가 훌륭한 사람과 결혼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너는 전에 있었던 그 일을 결코 남편될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 
말을 하고 나면 불행이 오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네가 나빴던 것이 아니라 구차한 사람들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란다
네가 50번을 물어도 나는 똑같은 대답을 하겠다. 
너는 마음 속에 있는 일을 털어놓고 
무슨 일이건 말해 버리는 정직한 성품이기 때문에 나는 걱정이다. 
너의 행복을 비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니 내 말을 꿈에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네 결혼에 대해서는 아직 아버지에게도 말하지 않고 있다. 
네 아버지는 술김에 주책없이 네 결혼을 사방에 퍼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불쌍한 줏대없는 인간이 되고 말았단다
사랑하는 테스야, 생기에 넘치는 마음으로 결혼해 다오. 
결혼 선물로는 사이다를 한 독 보내겠다. 
에인젤에게 안부를 전하도록"
에인젤에게 아직 말을 하지 못한 괴로운 비밀을 
어머니는 이렇듯 간단히 처리하고 있는 것이 야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의 표리를 잘 알고 있는 어머니 생각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만일 에인젤과의 애정이 무너지게 된다면
테스는 이 세상을 살아나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