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늙는다는 것 사람들이 파도같이 밀려가고 밀려오는 지하철역 계단 가운데 한 노파가 쭈그리고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 표정에는 살아온 삶이 투명한 배경 화면처럼 배어있는 느낌이다. 어느 날이었다. 그 노파가 독오른 얼굴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일렀다. “글쎄 저년이 나보고 젊어서 뭘 했길래 이렇게 사느냐고 그래요. 그래 야 이 년아 너도 늙어서 나같이 되라”그 노파는 누군가를 향해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엉뚱하게도 오십년 세월 저쪽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이십대 초 깊은 산골 절에서 묵을 때였다. 그 절의 마당 구석에 벌통이 놓여 있었다. 어느 날 오후 마당을 거닐다가 벌통 아래서 꿈틀거리는 것들을 보았다. 다가가서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