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달팽이 인간의 마지막 도착지 나와 친한 고교선배가 있다. 나이 팔십을 바라보는 그는 컴퓨터의 자판조차 치지 못한다고 했다. 고위직 법관으로 있을 때 비서가 다 해주는 바람에 배우지 못했다고 얼마 전 만난 그 선배의 부인이 이런 말을 했다. “남편이 그 나이에 주민센터 컴퓨터 교육반에 등록했어요.아침 열시부터 오후 여섯시까지 점심도 먹지 않고 컴퓨터 공부를 하고 있어요.” 노인이 하루에 여덟시간 이상을 집중적으로 공부한다는 것이다. 그 선배는 원래 그런 기질이었다. 고시 공부 시절 삼복 더위에 다락방에서 옷을 벗고 공부하다가 궁둥이 살이 뭉개지면서 팬티의 섬유와 뒤섞인 채 굳어져 응급실에 간 적도 있었다. 그는 사법고시 수석합격자였다. 노력뿐 아니라 그는 좋은 머리도 물려받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