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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4

Joyfule 2010. 9. 7. 10:41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4 
마리아, 당신은 내가 알고 있는 최선의 피조물입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기울고, 그래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겁니다.   
당신 안에 살아 있는 말을 그대로 하십시오.   
당신은 나의 것이라고.   
당신의 가장 깊은 감정을 부인하지 마십시오.
신은 당신에게 고통스러운 삶을 주셨지만 
그 고통을 당신과 나누도록 나를 당신에게 보내신 겁니다.   
당신의 고통은 곧 나의 고통이어야 합니다.   
한 척의 배가 무거운 돛을을 감하듯이, 
우리는 그 고통을 같이 짊어져야 합니다.   
그러면 고통이라는 돛이 인생의 폭풍을 헤치고 
마침내 안전한 항구로 안내해 줄 겁니다. 
그녀의 마음속은 차츰 잔잔해졌다.   
소리 없는 저녁 노을처럼 그녀의 뺨에 홍조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눈을 반짝 떴다.   
태양이 신비스러운 빛을 발하며 다시 한번 뜬 것이었다.
나는 당신 것이에요 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것이 신의 뜻입니다.   
이대로의 나를 받아 주세요.   
살아 있는 한, 나는 당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다 아름다운 삶 안에서 
다시 하나가 되게 하시고 당신의 사랑을 보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가슴과 가슴을 맞대었다.   
나의 입술은 지금 막 내 생의 축원을 읊은 그녀의 입술을 부드러운 키스로 덮었다.   
시간은 우리를 위해 정지해 있었고, 주변 세계도 사라져 버렸다.   
그때 그녀의 가슴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 하나님, 나의 이 축복을 용납해 주소서 라고 그녀는 소곤거렸다.
이제 혼자 있게 해 주세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요. 
또 만나요. 나의 친구, 나의 사랑, 나의 구세주여! 
이것이 내가 그녀에게서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아니, 그렇지는 않았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가슴 조이는 꿈을 꾸며 잠을 잤다.  
자정이 지났는데 의사가 내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우리의 천사는 천국으로 갔다네 라고 말했다. 
이것이 그녀가 자네한테 보낸 마지막 인사일세 라고 하면서 
그는 한 통의 편지를 건네 주었다.   
편지 속에는 그 옛날 그녀가 내게 주었고,
내가 그녀에게 주었던 <신의 뜻대로>라는 말이 새겨진 반지가 들어 있었다.   
반지는 아주 오래된 종이에 싸여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미 오래 전에 써 놓은 그녀의 필적이 있었다.   
어릴 적에 내가 그녀한테 했던 말이었다.
 당신의 것은 나의 것입니다.  당신의 마리아. 
한참 동안 의사와 나는 한마디 말도 없이 같이 앉아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짊어지기에 너무나 엄청난 고통의 짐이 닥칠 때 
하늘이 보내는 일종의 정신적 기절 상태였을 것이다.   
이윽고 의사는 일어서며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가 만나는 것도 오늘로 마지막일 걸세.   
자네는 여기를 떠나야 하고, 나야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다만 자네한테 꼭 말할 것이 한 가지 있네 - 
한평생 가슴속에 품고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않은 비밀일세.  
그것을 한 사람한테는 고백하고 싶다네. 잘 들어 주게.   
우리를 떠나간 그 영혼은 참으로 아름다운 영혼이었지.   
놀랍게 순결한 정신, 깊고 진실된 마음의 소유자였지.   
나는 마리아와 같은 영혼을 또 한 사람 알았었네
 - 아니, 한결 더 아름다운 영혼이었지!
그 사람은 마리아의 어머니였다네.   
나는 마리아의 어머니를 사랑했고, 그녀도 나를 사랑했었지.   
그런데 우리는 둘 다 가난했네.   
나는 우리둘을 위해 세상에서 말하는 
존경할 만한 위치를 얻으려고 노심초사 했었네.   
그때 젊은 후작이 내 약혼녀를 보고 사랑에 빠졌네.   
그 후작은 바로 내가 모시던 제후였지.   
그분은 내 약혼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이라도 치르고, 
가엾은 고아에 불과한 그녀를 후작 부인으로 맞을 결심이었다네.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 나머지 내 행복, 
그녀를 향한 내 사랑을 희생하기로 작정했네.   
그래서 고향을 떠났고, 그녀에겐 약혼을 취소하자고 편지를 썼지.   
그후 나는 그녀를 끝내 못 만나다가 
결국 그녀의 임종에 가서야 다시 만났다네.   
그녀는 첫딸을 분만하다 돌아간 걸세.
이제 자네도 알았을 걸세.   
왜 내가 자네의 마리아를 사랑했고, 
그녀의 삶을 하루라도 연장시키려고 부심했는지를.   
그녀는 내 마음을 이생에 묶어 놓고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네.   
내가 짊어졌던 것처럼 자네도 삶을 짊어지게.   
헛된 슬픔에 사로잡혀 하루라도 잃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네.
자네가 아는 인간들을 도와 주게나.   
그들을 사랑하면서, 
한때 이 세상에서 마리아 같은 성품의 인간을 만나 알고 지냈으며 
사랑했던 사실을 신에게 감사하게.   
또 그녀를 잃은 것까지도.  신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라고 나는 말했고, 
우리는 그렇게 영 이별을 했다.
그후 며칠이 지나고, 몇 주일, 몇 달,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그러는 사이에 내게 있어 고향은 타향이 되었고, 타향이 고향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은 아직도 남아 있다.   
눈물 한 방울이 대양에 합류하듯이 그녀에 대한 사랑은 
이제 살아 있는 인류의 대양 속에 합류하며, 
수백만 - 어린 시절부터 내가 사랑했던 
수백만의 <타인들>의 마음에 스며들어 그들을 포옹하고 있다.   
다만 오늘처럼 고요한 여름날, 
홀로 푸른 숲 속에서 자연의 품에 안겨 저 바깥에 인간들이 있는지, 
아니면 이 세상에 오로지 나 혼자 
외토리로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 이르면, 
기억의 묘지에서 소생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죽어 버린 생각들이 되살아나고, 
엄청난 사랑의 힘이 마음속으로 되돌아와, 
지금까지도 그윽하고 바닥을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저 아름다운 존재를 향해 흘러간다.   
그러면 수백만을 향한 사랑이 이 사랑 안으로
 - 나의 수호 천사를 향한 이 사랑 안으로 수렴되는 것만 같다.   
그리고 이 모든 생각들은 이 끝도 없는 
사랑의 불가사의한 수수께끼 앞에서 입을 다물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