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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2

Joyfule 2010. 9. 4. 14:33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2 
그렇게 된 것이 차라리 잘 된 일인지 몰라요.   
내 입으로 직접 모두 말하는 편이.   
친구여, 우리는 오늘로 마지막 만나는 거예요.  
우리 편안한 마음으로 작별하도록 해요.   
불평이나 분노 같은 것 없이.   
내가 너무 많은 죄를 지었다고 느끼고 있어요.   
가벼운 미풍이라도 흔히 꽃잎을 떨어뜨린다는 생각을 미처 못하고는, 
내가 너무 당신의 생에 깊이 들어간 거예요. 
나는 세상을 너무 모르거든요.   
나처럼 병든 가엾은 인간이 당신한테
동정 이상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어요.
나는 당신에게 다정하고 솔직하게 대했지요
왜냐하면 당신을 그토록 오래 알고 지냈고, 
또 당신 곁에 있으면 아주 편안하였으니까요.   
왜 이런 말까지 내가 모조리 하는지 모르겠군요.   
그리고 당신을 사랑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세상은 이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고 용납하지도 않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내게 눈을 뜨게 해 주셨지요.   
저 수도에서는 온통 우리들에 대해 공론이 자자하답니다.  
영주인 내 동생이 후작님께 편지를 올렸고, 
후작께서는 내게 당신을 다시 만나지 말라고 요구하셨어요.   
나를 용서한다고 말해 주세요. 
그리고 우리 친구로서 헤어지는 거예요. 
그녀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녀는 그것을 감추려고 눈을 감았다.
마리아, 내게는 하나의 생명이 있을 뿐입니다.   
그것은 당신과 묶여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단 하나의 뜻이 있을 뿐입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의 뜻이기도 하지요.   
그래요, 나는 혼신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렇지만 내가 당신한테는 자격 없는 상대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신분으로 보나 품위로 보나 
순결한 면에서나 나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습니다.   
당신을 나의 아내라고 부른다는 생각은 감히 할 수도 없지요.   
그렇지만 우리가 세상을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그밖의 다른 길은 없습니다.
마리아, 당신은 전적으로 자유입니다.   
나는 그런 희생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세평의 힘은 크지요.   
그러나 당신의 뜻이 진정 그렇다면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맙시다.   
그렇지만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내게 속해 있음을 느낀다면 
- 오, 그렇다면 세상 사람들이랑 그들의 차가운 비평은 잊어버립시다.   
당신을 팔에 안고 성찬대 앞으로 걸어가겠습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살아서나 죽어서나 
당신의 것이 되겠다고 맹세하겠습니다. 
친구여,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바라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이승에서 그렇게 결합하는 것이 신의 뜻이었다면, 
신께서 왜 내게 이런 병고를 주시어 
한낱 하릴없는 어린애 노릇밖에 못하게 하셨겠습니까?   
우리가 삶에서 운명이니 상황이나 사정이니 하고 부르는 것들은 
알고 나면 섭리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그것을 거역하는 것은 곧 신을 거역하는 것입니다.   
그건 어리석은 짓은 아닐지 몰라도, 불경스럽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인간들은 이 지상에서 하늘의 별처럼 떠돌아 다닙니다.   
신은 별들에게 궤도를 그려 주셨지요.   
그 궤도 위에서 별들은 만나고, 
헤어져아 할 운명이면 헤어져야 하는 겁니다.   
거역한다 한들 소용없어요.   
아니면, 그 거역이 온 세계 질서를 파괴하게 될 겁니다.   
우리는 그 뜻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믿을 수는 있습니다.   
하긴 당신에 대한 나의 애정이 왜 옳지 않은 것인지를 나도 알 수 없어요.  
아니, 그것이 옳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게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렇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서는 안 되는 겁니다.   
친구여, 얘기를 다했어요.   
우리는 겸허하게 믿으며 순리에 우리를 맡겨야 해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그녀가 얼마나 깊이 괴로워하는지를 나는 알수 있었다.   
그렇기는 해도, 삶과의 투쟁을 그토록 쉽게 포기하는 것이
내게는 부당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격정적인 말로 그녀의 고통을 더해 주지 않으려고 
한껏 나 자신을 다스리며 말했다.
지금이 우리가 이 세상에서 만나는 마지막 기회라면, 
이같은 희생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분명히 짚어 가도록 해 봅시다.   
만약 우리의 사랑이 어떤 높은 법칙을 어긴 것이라면 
나도 당신처럼 겸허하게 숙이고 들어가겠습니다.   
보다 높은 뜻에 거역한다는 것은 신을 저버리는 일일테니까요.   
인간은 때로는 신을 속일 수도, 
그 작은 꾀로 신의 예지를 이겨 낼 수도 있을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건 망상이지요.  
이같은 거인과의 싸움을 시작한 인간은 멸망하게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사랑에 맞서고 있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항간의 소문이라는 것뿐입니다.   
나는 인간 사회의 법칙을 존중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처럼 법칙이라는 것이 그럴싸하게 변조되고
엉클어졌을망정 무릇 법칙이라는 것을 존중합니다.   
병자에겐 쓴 약이 필요하지요.   
마찬가지로, 우리가 경시하는 사회의 편견이나 체면, 
분수같은 것이 없다면, 오늘날 인류를 공존시키는 
지상에서의 공동 생활이라는 목표도 이룩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는 이러한 우상들한테 많은 제물을 바쳐야 하지요 
- 아테네 시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해마다 젊은 남녀들을 한 배 가득 실어
우리 사회의 미궁을 지배하는 저 괴물한테 공물로 보내는 겁니다.
세상에 상처를 입지 않은 심장은 하나도 없지요.   
참된 감정을 지닌 사람치고 사회라는 새장 속에 편안히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날개를 꺾이지 않은 자는 한 사람도 없습니다.   
이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필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