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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3

Joyfule 2010. 9. 6. 08:37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3  
당신은 세상을 잘 모르겠지만, 내 친구의 경우만 생각해도 
여러권 비극을 묶어 들려 드릴 수 있을 겁니다.
한 친구가 어떤 소녀와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가난했고, 여자 쪽은 부자였지요.  
양가의 부모와 친척들은 서로 모멸하며 싸움질을 했고, 
결국 두 남녀의 심장은 상처를 입었지요.  
왜?  중국의 누에고치가 뽑은 명주옷을 못 입고 
미국산 목면옷을 입은 부인은 불행하도고 생각하는 세인들 탓이었습니다.
또 한 친구도 어떤 소녀와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친구는 신교도였고 여자 쪽은 카톨릭이었지요.   
양쪽의 모친과 사제들이 불화를 일으켜 
결국 두 남녀의 심장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왜? 3백 년 전에 카알 5세와 프랑시스 1세, 
헨리 8세가 벌인 정치적 장기 놀음 때문이었지요.
 세 번째 친구도 한 소녀와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친구는 귀족이고 여자 쪽은 평민이었지요.   
양가의 자매들이 거품을 물고 반대를 하는 통에 
두 남녀의 심장은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왜? 왜냐하면, 1백 년 전에 어느 전쟁터에서 
한 병사가 왕의 생명을 위협하는 적군 군사를 죽이 까닭이었지요.   
덕분에 그 병사는 귀족 칭호와 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옛날 피를 흘리게 한 대가를 
오늘날 그의 증손인 그 친구가 망쳐진 인생으로 치른 거랍니다.
통계학자들의 얘기에 의하면, 
매시간 한 사람의 심장이 찢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그 말을 믿습니다.   그렇지만 왜?   
세상 어디에서나 타인간의 사랑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하물며 남녀간의 사랑은 말할 것도 없구요.   
두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는 경우 - 
한쪽 여인은 희생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경우 -
한쪽이든, 아니면 두 남자 다 희생이 됩니다.   
왜? 대체 결혼은 염두에 두지 않고는 여자를 사랑할 수 없는 걸까요?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고 
게걸스럽게 탐하지 않고는 여자를 쳐다볼 수도 없는 걸까요?
당신은 눈을 감아 버리는군요.   
내가 너무 지나치게 말을 한 모양이군요.   
어쨋든 세상이 인생의 가장 성스러운 것을 
가장 천박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겁니다.   
하지만, 마리아! 그러지 말아요.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세상 안에 살며 세인들과 더불어 말을 하고 
상대를 하려면 세인들의 언어를 쓸 수 밖에 없지요.
그렇지만, 저 소란스런 바깥 세상에는 괘념하지 말고, 
두 마음이 순수한 마음의 언어를 쓸 수 있는 우리만의 성전을 지킵시다.   
세상 편에서도 이같은 은둔의 상태를 - 
자신들이 옳다는 것을 의식하며 저속한 세태의 흐름에 맞서는 
이같은 숭고한 마음들이 용기 있는 항거를 존중한답니다.
세인들이 말하는 사려라든가 온당함, 선입견 같은 것은 
담쟁이 덩굴과 같은 것이지요.   
초록색 담쟁이 덩굴이 줄기와 뿌리를 무수히 뻗어
견고한 성벽을 장식하는 것은 보기에 아름답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들은 너무 무성하게 버려 두어서는 안 돼요.   
그러면 그것은 우리 마음의 구조 틈서리마다 뻗어 들어가, 
안에서 우리를 응집시키는 시멘트를 파괴할 테니까요.
 마리아, 내 것이 되어 주십시오 - .   
 당신 심장의 소리에 따르십시오.
이제 당신의 입술에 올려질 말은 당신과 나의 삶을, 
당신과 나의 행복을 영원히 결정할 겁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내 손 안에 잡힌 그녀의 손이 뜨거운 마음의 악수에 응답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 안에서는 파도가 일고 폭풍이치고 있었다.   
층층이 쌓인 구름이 그 폭풍에 의해 걷히며 
내 앞에 펼쳐지는 푸른 하늘은 지금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그녀는 결정의 순간을 마냥 미루려는 듯 나직한 소리로 물었다.
왜라니요?   마리아! 
어린애한테 왜 태어났느냐고 물어 보십시오.  
꽃한테 왜 피었느냐고, 태양에게 왜 비추느냐고 물어 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이 대답이 미흡하다면, 당신 옆에 놓인, 
당신이 그토록 애독하는 책으로 대답을 대신하지요.
<가장 선한 것은 가장 사랑하는 것일 수 밖에 없으니, 
이 사랑에는 유용이나 무용, 이익이나 손해, 
소득이나 상실, 명예나 불명예, 칭찬이나 비난, 
그밖의 이런 유의 것이 결코 염두에 두어져서는 안 되느니라.   
그 보다는 진실로 가장 고귀하고 가장 선한 것은 
그것이 오로지 고귀하고 선하다는 것 때문에 
가장 사랑하는 것이 되어야 할지니라.   
모름지기 인간은 외형으로부터나, 
내면으로부터 그것을 향해 살도록 자신을 맞추어야 하느니라.   
다시 말해 외형으로부터라 함은 - 
무릇 피조물 가운데에는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더 선한 것으로 존재함을 이름이니, 
곧 영원한 선이 어떤 것 안에서는 다른 것 안에서보다 
더 많거나 더 적게 빛을 발함을 말하는 것이니라.   
따라서 영원한 선이 가장 크게 빛을 발하여 
반짝이며 작용하여 알려져서 사랑을 받는 존재야말로 
피조물 중에 가장 선한 것이며, 
그같은 작용이 가장 적은 존재가 어쩔 수 없이 가장 미천한 것인 셈이니라.   
이렇듯 인간은 피조물을 상대하고 교제하면서 이 차이를 인정하기 때문에, 
그에게는 항상 가장 선한 피조물이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며, 
애를 써서 그것에 접하도록 하여 그것과 하나가 되어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