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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17.

Joyfule 2009. 12. 14. 04:01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17.  
로테는 달빛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도록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켜 주었네. 
달은 너도밤나무 숲의 꼭대기에 걸려 우리 앞에 펼쳐진 언덕을 구석구석 비추고 있었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 었네. 
우리가 있는 장소가 깊은 암흑에 싸여 있는 아늑한 곳이 있었는데, 
이윽고 로테가 말문을 열었네.
"달밤에 산책을 하면, 저는 언제나 돌아가신 분들 생각이 나요. 
자꾸만 죽음이라든가 내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우리도 언젠가는 저세상에 갈 게 아니예요?" 
로테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네. 
"베르테르 씨, 우리는 저세상에서 다시 만나게 될까요? 
서로가 알아 볼 수 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로테"하며 나는 눈에 눈물이 그득한 채 그녀의 손을 잡았네."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세상세서나 저세상에서나 나 다시 만나게 되구말구요!"
나는 그 이상 말을 계속할 수가 없었네. 
빌헬름이여, 
내가 애달픈 이별을 가슴 속에 숨기고 있을 때 그녀가 나에게 그런 말을 묻다니!
"돌아가신 그리운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요?"
로테는 말을 계속하였다네. 
"우리가 몸성히 잘있으면서, 변함없이 그 분들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요? 
아아! 조용한 저녁 무렵, 어머니의 아이들, 곧 제 동생들과 같이 있을 때, 
아이들이 어머니에게 했던 것처럼 제 둘레에 모여들 때마다 어머니가 임종하실 때
<어머니의 아이들을 어머니처럼 돌보겠어요>하고 약속했던 
그 일을 제가 정성껏 지키고 있는 모습을 어머니께서 보셨으면 하고 말입니다. 
저는 이렇게 중얼거린답니다.
<그리운 어머니, 만일 제가 아이들에게 대하여 
어머니만큼 좋은 어머니 노릇을 못 하고 있다면 그 점은 용서해 주세요. 
아아! 그렇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옷을 입혀 주고, 빵을 먹여 주고, 그리고 또 이게 가장 중요한 일인데, 
아이들을 잘 다독거려 주며 사랑하고 있어요. 
그리운 어머니, 우리가 단란하게 지내는 정경을 보신다면, 
아마도 어머니는 하느님께 뜨거운 감사를 드릴 거예요. 
어머니께서는 임종 때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의 행복을 하느님께 기도하셨으니까요>라구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네! 
아아, 빌헬름이여, 
그 누가 그녀의 말을 되풀이할 수 있으랴! 
생명 없는 차가운 문자로 그 성스러운 정신의 꽃을 어찌 표현할 수 있으랴! 
알베르트는 점잖게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네. 
"로테, 그런 생각을 너무 골똘히 하면 해로와요. 
당신이 곧잘 그렇 생각에 사로잡힌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요. 제발 부탁이니......" 
"아아, 알베르트 씨"하고 그녀는 말했네.
 "잊지 않으셨겠지요, 저녁마다 조그마한 둥근 테이블 둘레에 모여앉아 있었던 일 말이예요. 
아빠는 아직 여행에서 돌아오시지 않고, 아이들은 재워 놓은 뒤였지요, 
당신은 가끔 책을 갖고 오셨지만, 그것을 펼치는 일은 좀처럼 없었지요.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그 기품있는 영혼과 접촉하는 일이 마음을 사로잡았으니까요. 
어머니는 아름답고 다정하고 쾌활하셨으며, 휴식을 모르는 분이었어요. 
하느님은 제 눈물을 알아 주실 거예요.
 저는 침대에서 하느님 앞에 엎드려<부디 어머니와 같은 사람이 되게 해 주소서> 하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로테!"하고 소리치며 나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네.
내 눈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그녀의 손을 적셨네.
 "로테, 하느님의 은총이 당신에게 있고, 또 어머니의 영혼도 결코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베르테르 씨가 저희 어머니를 생전에 아셨더라면" 
로테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네. 
"어머니는 당신이 인정할 만한 훌륭한 분이었어요!" 
나는 까무러칠 것만 같았네. 이토록 자랑스러운 말을 나는 들어 본 적이 없었네. 
로테는 말을 계속하였네.
"하지만 어머니는 한창 나이에 돌아가셨어요. 
막내가 태어난지 채 6개월이 되기 전이었어요. 오래끈 병환도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조용히 운명에 몸을 맡기고 있었는데, 
다만 아이들, 특히 막내 일을 생각하며 가슴아파하셨어요. 
마침내 임종이 가까워지자 저에게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오너라>하셨어요,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갔는데, 
작은 애들은 아직도 사정을 알지 못했고, 큰 애들은 어쩔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침대 주위에 둘러서자, 
어머니는 두 손을 들고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해 주시고, 
한 아이씩 차례로 입을 맞춰 준 다음 밖으로 내보냈어요. 
그리고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저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어다오>. 
저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맹세를 했지요. 
<로테, 이 약속은 지키기가 쉽지 않단다> 하고 어머니는 말씀하였어요. 
<어머니의 마음과 어머니의 눈을 지녀야만 하는 거야. 
그것이 어떤 것인지 너는 잘 알고 있을 거다.
때때로 네 눈에 글썽거리는 감사의 눈물을 보고 나는 그걸 알게 됐지. 
네 동생들을 위해서 부디 그런 마음과 눈을 가져 주기 바란다. 
그리고 아버지에겐 아내와 같은 정성과 순종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위로해 드리도록 해라>. 
어머니는 아버지를 찾으셨으나, 아버지는 집에 계시지 않았어요. 
슬픔을 못이겨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밖으로 나가셨던 겁니다.
알베르트 씨, 당신은 그 때 방에 계셨죠. 
어머니는 당신 말소리를 듣고 누구냐고 묻고는, 당신을 곁에 부르셨어요. 
그리고 당신과 저를 보시며, 너희 두 사람은 행복할 거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겠지, 하시고는 안심한 듯이 평온한 눈길을 보내셨어요......" 
알베르트는 로테의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하면서 외쳤네.
 "그래, 우리는 행복해!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아갈 거요!"
냉정한 알베르트도 완전히 자제력을 잃고 있었으며,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네. 
"베르테르 씨"로테는 다시 말했네.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면, 
가장 사무치게 느끼는 것은 아이들일 거예요. 
아이들은 그 뒤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엄마를 데리고 가 버렸어>
하며 오래도록 슬퍼했지요" 
로테는 일어섰네. 나는 그제야 제정신이 들이 깜짝 놀라면서 로테의 손을 잡았네. 
"그만 돌아가요"하고 그녀는 말했네."밤이 늦었어요"
로테는 손을 빼려 했으나, 나는 더욱 힘을 주어 그 손을 잡았지.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하고 나는 외쳤네.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서로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난 가겠어요"그런 다음에 나는 덧붙였네. 
"기꺼이 작별하겠어요. 그러나 영원한 이별이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겁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로테! 안녕히 계십시오, 알베르트 씨!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됩니다" 
"내일 말이지요?"하고 로테는 내 말을 농담으로 돌리며 말했네. 
그 <내일>이 어떤 것인지 나는 똑똑히 느꼈다네! 
아아, 그러나 로테는 그것을 짐작조차 못하는 걸세. 
두 사람은 가로수가 우거진 길을 나란히 걸어갔다네. 
나는 그 자리에 선 채 달빛속을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 습을 바라보고 있었지. 
그러고는 땅바닥에 엎드려 실컷 울었다네. 
이윽고 나는 벌떡 일어나 언덕 위로 뛰어 올라갔네. 
아래를 내려다보니까, 
보리수나무 아래 정원 출입구 쪽으로 걸어가는 로테의 하얀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네. 
나는 그 쪽을 향해 두팔을 내밀었지. 그러나 그 모습은 이미 사라져 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