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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30.

Joyfule 2009. 12. 30. 09:34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30.  
 12월 20일
고맙네, 빌헬름. 
그 말을 그렇게 해석해 준 자네의 우정에 사의를 표하네. 
물론 자네 말은 옳네. 나는 떠나는 편이 나을걸세. 
그러나 자네들 곁으로 돌아오라는 제안에는 따를 수가 없네. 
나는 역시 먼 곳으로 떠나고 싶네. 
자네가 나를 데리러 와 주겠다는 말, 정말 고맙네. 
다만 앞으로 2주일 정도 더 미루어 주게나. 
나중에 편지로 자세한 것을 알려 줄 테니까, 그 때까지만 기다려 주게. 
무엇이나 무르익기 전에는 따지 말아야 하는 법이거든.
2주일 동안 더 있고 덜 있는 것의 차이는 대단한 것일세. 
어머니께 말씀 좀 전해 주게, 아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그리고 여러 가지로 쓰라린 일을 겪게 해 드린 것을 부디 용서해 달라고. 
기쁘게 해 주어야 할 사람들을 슬프게 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었네.
잘 있게, 가장 친애하는 나의 친구여. 
하늘의 모든 축복이 자네에게 내리기를! 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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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 
로테의 마음 속에 어떤 생각이 오가고 있었으며, 
남편에 대한 배려와 그녀의 불행한 친구에 대한 상념이 어떠했었는지, 
우리는 그것을 말로 표현하기가 곤란합니다. 
다만 우리는 로테의 성격을 알고 있으므로 대강은 짐작을 할 수가 있고, 
또 상냥한 마음씨를 지닌 여성이라면 로테의 심정이 되어 생각하고, 
로테와 더불어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즉, 로테는 베르테르를 멀리하기 위하여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하려고 굳게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로테가 그 실행을 망설였다면, 그것은 친구에 대한 진정한 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이 베르테르에게 있어서 얼마나 쓰라린 희생인지, 
아니,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말 진지하게 
그 결심을 실행해야만 할 필요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런 만큼 더한층 자기의 지조가 남편의 그것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던 것입니다. 
마지막에 수록한 편지를 베르테르가 친구 앞으로 쓴 것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일요일이었는데, 그 날 저녁때 그는 로테를 찾아갔습니다. 
로테는 혼자 있었습니다. 
그녀는 마침 어린 동생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용 장난감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베르테르는 아이들의 기쁨을 예상하고, 
자기의 유년시절, 갑자기 문이 열리면 촛불이며 과자며 사과 등으로 장식된 트리가
 눈앞에 나타나서 천국에 들어간 것같이 황홀한 기분이 되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신에게도"하고 
로테는 사랑스러운 미소로써 당혹스러운 심정을 감추며 말했습니다.
 "당신에게도 선물이 있을 거예요. 얌전하게 하고 계시면요.
 기다란 양초라든가 그런 걸......" 
"얌전하게 하고 있는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하고 베르테르는 외쳤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로테?"
"목요일 저녁이 크리스마스 이브예요. 
아이들도 오고 아버지도 오십니다. 모두들 각각 선물을 받게 되지요. 
그 때 당신도 오세요. 그렇지만 그 전에는 오시지 마세요." 
베르테르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부탁이예요"하고 로테는 말을 이었습니다. 
"어쩔 도리가 없어요. 
저를 안정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하시고 제발 그렇게 해 주세요. 
이대로 가다간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베르테르는 그녀에게서 눈길을 돌리고, 
방 안을 오락가락하면서 입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안 된다......' 그
러한 거동으로 미루어 베르테르가 빠져든 상태를 알아챈 로테는, 
이런 말 저런 말을 하면서 그의 마음을 풀어 주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좋아요, 로테"하고 베르테르는 외쳤습니다. 
"이제 다시는 당신을 만나지 않겠습니다!"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베르테르 씨, 
당신은 저희 집에 오셔도 좋고, 또 오셔야만 해요. 
다만 지나치지만 않게 해 주세요. 
아아, 어째서 당신은 이토록 격렬하게, 
한 번 손에 잡은 것을 꽉 붙잡고 놓지 않으려 하실까요? 
무슨 일에나 억누를 수 없는 정열을 솓는 성품이시군요! 제발"
로테는 베르테르의 손을 잡고 말을 이었습니다.
 "분수를 지켜 주세요! 
당신만한 인격, 당신만한 학문, 당신만한 재능이면 
달리 얼마든지 재미있는 일을 즐기실 수가 있어요. 
대장부다와지도록 애쓰세요. 
저 같은 여자에게 이런 슬픈 애착을 같지 마시고, 
당신을 측은하게 생각하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해 드릴 수가 없는 여자인걸요" 
베르테르는 이를 악물고 어두운 표정으로 로테를 보았습니다.
로테는 그의 손을 잡은 채로 말했습니다. 
"잠깐만 차분히 생각해 봐 주세요, 베르테르 씨! 
당신은 당신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거예요. 
일부러 자신을 파멸시키려고 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되지 않으세요? 
어째서 저를? 
저는 남의 아내인데 어째서 이런 사람을......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저를 당신 것으로 할 수가 없다,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당신의 망음을 끌고 있는게 아닐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잡혀 있던 손을 빼내고, 
시선을 고정시켜 불쾌한 듯이 상대방을 지켜보았습니다. 
"훌륭하시군요!" 하고 베르테르는 외쳤습니다. 
"정말 훌륭하십니다. 
알베르트가 그런 대사를 꾸며 낸 거로군요. 전략가야, 훌륜한 전략가!" 
"그 정도 말이야 아무라도 할 수 있어요" 
로테가 응수했습니다. 
"이 넓은 세상에 당신의 소망을 채워 줄 만한 아가씨가 한 사람도 없을까요? 
한 번 마음먹고 찾아보세요. 틀림없이 그런 사람이 눈에 띌 거예요.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벌써 오래 전부터, 
당신을 위해서나 저희들을 위해서나 걱정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예요. 
요즘의 당신은 일부러 자신을 좁은 세계로 몰아넣고 있는 것 같아요. 
용단을 내리세요! 여행을 하면 틀림없이......기분도 풀릴 거예요! 
부디 당신에게 어울리는 좋은 분을 찾아 내도록 하세요. 
그리하여 진정한 우정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베르테르는 차갑게 웃었습니다. 
"그 말을 인쇄를 해서 온 세상의 가정교사들에게 배부해 주시도록 하지요. 
로테, 앞으로 얼마간만 더 나를 이대로 내버려 두어 주십시오. 
그러면 만사가 다 잘 될 테니까요!" 
"아뭏든 베르테르씨, 크리스마스 이브 전에는 오지 마세요, 네?"
베르테르가 뭐라고 대답을 하려 했을 때 알베르트가 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두 사람은 어색한 저녁인사를 나누고, 둘 다 거북한 듯 방 안을 서성거렸습니다. 
베르테르는 내용도 없는 잡담을 꺼냈으나, 
그것도 곧 바닥이 나고 말았습니다. 
알베르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다가 알베르트는 아내에게, 자기가 부탁했던 일은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아직 하지 못했다는 대답을 듣고는 두세 마디 잔소리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베르테르에게는 그것이 매우 차갑게 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