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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32.

Joyfule 2010. 1. 1. 10:20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32.  
남편이 그 침착성과 믿음직스러운 성품은 
그녀가 착한 아내로서 평생의 행복을 
그 바탕 위에 이룩할 수 있도록 하늘에서 정해 준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남편이 자기에게 있어서, 또 아이들에게 있어서 
언제까지나 더없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베르테르도 대단히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서로 알게 된 최초의 순간부터 두 사람의 마음은 아름다운 일치를 나타내었습니다. 
오래 계속된 교제. 지금까지 겪어온 갖가지 일들이 
그녀의 마음 속에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녀가 느끼거나 생각하거나 한 흥미있는 일들은 모두 
그와 공감한 것이었으므로, 지금 헤어져야만 한다면 
그녀의 전 존재에 다시는 메꿀 수 없는 공백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아아,베르테르와 자기가 오누이간이라면! 그러면 얼마나 행복할까? 
누군가 자기 친구 가운데 한 사람과 결혼시킬 수는 없을까? 
그러면 베르테르와 알베르트와의 사이도 다시 전처럼 될 수 있을 텐데!
로테는 자기의 여자친구들을 한 사람씩 차례차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친구나 모두 어딘가 난점이 있어서, 
베르테르와 짝지어 줘도 좋을 만한 친구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그녀의 의식속에 분명히 떠오른 것은 아니지만, 
베르테르를 곁에 붙들어 두고 싶은 것이 
자기의 은밀한 소망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베르테르를 붙들어 둘 수는 없으며, 
그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자기 자신을 타일렀습니다. 
청순하고 아름다운 로테의 마음은 평소에는 경쾌하고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는데, 
지금은 답답한 중압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가로막혔으며, 
가슴은 옥죄이고, 검은 구름이 눈앞을 가리웠습니다. 
어느덧 6시 반이 되었을 때, 베르테르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발소리, 자기를 찾고 있는 그의 목소리를 그녀는 곧 알 수 있었습니다. 
로테의 가슴은 세차게 고동쳤습니다. 
베르테르가 왔을 때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린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만날 수 없다고 따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베르테르가 들어왔을 때, 그녀는 당황한 어조로 외쳤습니다.
 "약속을 어기셨군요!"
"나는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요"하고 그는 말했습니다. 
"약속은 안 했어도 제 부탁을 좀 들어 주시면 어때요? 
우리 서로간의 평화를 위해 부탁드렸던 건데" 
그녀는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의식하지도 못한 채, 
베르테르와 단 둘이 있게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두어 사람의 여자친구를 불러오도록 하녀를 보냈습니다. 
베르테르는 갖고 온 두어 권의 책을 내려 놓고서, 
달리 또 책은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로테는 친구들이 와 주었으면 싶기도 했고, 오지 말아 주었으면 싶기도 했습니다. 
하녀가 돌아와서, 두 친구가 모두 사정이 있어서 못 오겠다더라는 전갈을 했습니다. 
로테는 하녀에게 옆방에서 일을 하고 있도록 이르려 하다가, 
곧 또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베르테르는 방 안을 오락가락하고 있었습니다. 
로테는 피아노 앞으로 걸어가서 메누엣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마음을 고쳐 먹고 베르테르 곁에 가서 앉았습니다. 
베르테르는 여느 때처럼 소파에 앉아 있었습니다. 
"뭐 적당한 읽을거리가 없을까요?" 로테가 물었습니다.
 베르테르는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 서랍 속에"하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당신이 번역하신 오시안의 시가 몇 편 들어 있어요.
 저는 아직 읽지 못했어요. 
기회 봐서 당신에게 읽어 달라고 부탁해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여태껏 그런 기회가 없었고, 또 일부러 기회를 만들 수도 없었어요" 
베르테르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번역한 그 원고를 꺼내었습니다. 
그것을 손에 들었을 때 전율이 그를 엄습했습니다. 
원고를 펼쳤을 때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득 괴었습니다. 
그는 자리에 앉아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물어 가는 밤하늘의 별이여, 
그대 아름답게 서쪽 하늘에 반짝이며, 
빛나는 얼굴을 구름 사이로 치켜들고, 
그대의 언덕을 엄숙히 걸어가고 있구나. 
무엇을 보고자 이 황야를 내려다 보는가?
폭풍우는 그치고, 
멀리 골짜기 개울의 중얼거림이 들린다. 
술렁이는 물결은 바위를 희롱하고, 
저녁 파리떼의 날갯소리 들에 찼도다. 
아름다운 빛이여, 무엇을 찼는가? 
그러나 그대는 미소 지으며 즐거운 듯 머리타락을 나부끼고 있도다.
잘 있거라, 조용한 빛이여. 
나타나라! 그대 오시안의 영혼의 희한한 빛이여!
그리하여 늠름한 오시안의 빛은 나타나고, 
그리운 친구들의 모습이 내 눈에 비치도다. 
지난날처럼 로라 들판에 다시 모였도다.
안개기둥처럼 나타난 것은 핑갈의 모습이로다. 
용사들이 그를 애워싸고, 그리고 보라! 
방랑의 가인들을......
오오, 백발의 울린! 
당당한 리노! 
목소리 아름다운 알핀 
그리고 조용히 영탄하는 미노나도 있구나! 
달라져 버린 친구들이여. 
젤마 산의 축제일에 봄바람이 
번갈아가며 언덕의 풀을 휘어눕히듯이, 
노래를 겨루던 내 친구들이여!
모습도 아름답게 미노나는 눈물젖은 눈을 내리뜨고 걸어오도다. 
언덕을 불어 내리는 바람에 치렁치렁한 머리를 흩날리며, 
애처로운 그 노랫소리, 
용사들의 마음을 슬프게 하였구나. 
몇 차례인가 잘가르의 무덤을 보았으며, 
몇 차례인가 불켜지지 않은 콜마의 집을 보았기 때문이로다.
콜마는 홀로 언덕 위에서, 돌아오마 기약한 잘가르를 기다리건만, 
찾아오는 건 밤분이로다. 
사람들이여, 들으라, 언덕 위에서 탄식하는 콜마의 목소리를. 
콜마 날이 저물었도다! 
폭풍우 몰아치는 이 언덕에 나는 혼자 았노라. 
산에서 산으로 바람은 윙윙거리고, 
골짜기 물은 바위에 철썩이고, 
비 피할 오두막조차도 내게는 없구나.
달이여 구름 사이로 나와 주려무나! 
밤하늘의 별들이여, 반짝여 다오! 
빛을 보내어 나를 인도하라, 
사랑하는 이가 있는 곳으로. 
사냥에 지쳐 그이는 쉬고 있으리라. 
활을 뉘고, 사냥개들에게 애워싸인 채. 
그렇지만 안 되지, 
풀 무성한 강변의 이 바위에 있겠노라고 나는 말했으니까. 
울려 오는 소리는 물소리 바람소리. 
그이의 목소리는 전혀 안 들리누나.
뭘 하고 있어요, 나의 잘가르, 약속을 잊으셨나요? 
이게 바위요, 이게 나무랍니다. 
강물도 분명히 여기 흐르고 있어요. 
밤이 되면 여기 돌아오마고 약속한 당신.
아아, 어디서 길을 잃으셨나요, 나의 잘가르? 
당신과 함께 달아날 작정을 했어요, 
아버지도 오빠도 뿌리치고서. 
우리들 집안은 서로 오랜 원수였지만, 
당신과 나는 서로 적이 아니지요, 
오오, 잘가르!
잠잠해 다오, 바람이여. 
잠깐만이라도 조용해 다오, 물소리여, 잠시 동안만! 
그러면 내 목소리가 골짜기에 울리어 
찾고 있는 그이 귀에 들리게 되리니, 
잘가르, 나예요!
내가 부르고 있어요! 나무와 바위가 있는 이 곳이예요! 
잘가르, 사랑하는 이여!  나 여기 있어요! 
어찌하여 당신은 망설이고 있나요?
아아, 달이 나왔다. 
골짜기는 물에 잠겨 빛나고, 바위는 회색으로 우뚝 솟아 있도다. 
그러나 그이 모습 보이지 않는구나. 
앞장서 올 개들도 달려오지 않는구나. 
어쩔 수 없지, 나는 이 곳에 좀 더 머물러야지.
저기 저것은 누구인가? 
황야에 누워 있는 저 사람은? 
그이인가? 오빠인가? 말하라, 
오오,정다운 이들이여! 대답이 없구나. 
어찌 이리 가슴이 설레는가! 
아아, 역시 죽어 있구나! 
두 사람의 칼은 피에 붉게 물들었도다!
아아, 오빠, 어찌하여 나의 잘가르를 죽였나요? 
아아, 자가르, 어찌하여 우리 오빠를 죽였나요? 
나는 두 분을 다 같이 좋아했는데! 
오빠는 이 언덕 위 수 많은 기사들 가운데서도 특히 잘난 사람이었고, 
잘가르는 싸움터에서 남들이 두려워하는 용사였지. 
대답해 주세요! 내 목소리를 들어 주세요, 
사랑하는 이들이여! 아아, 그러나 대답이 없다. 
영원히 대답이 없으리라! 그들의 가슴은 흙같이 차갑도다! 
우뚝 솟은 바위 위에서, 
바람 휘몰아치는 산꼭대기에서, 
죽은 자의 영혼들이여, 말을 하라! 
두렵지 않으니 말을 해 다오! 
어디로 쉬러 가 버렸나요, 당신들은? 
어느 산 어느 동굴에서 찾아야만 하나요? 
바람 속에선 가냘픈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언덕의 폭풍우에 아무런 대답도 실려오지 않는구나.
비탄에 잠겨 나는 주저앉고, 눈물을 흘리며 아침을 기다린다. 
무덤을 파는 죽은 자의 친구들이여. 
그러나 내가 갈 때까지는 묻어 버리지 마라. 
나의 목숨도 꿈처럼 사라지리니, 
살아서 보람없는 모숨인 것을, 
나는 죽은 두 사람과 함께 여기 살리라. 
바위를 치며 흐르는 강물가에서.
그리하여 언덕에 밤이 와서, 
사람이 황야를 가로지를 때,
내 영혼을 그 사람에 실어 두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리라. 
사냥꾼은 그 소리에 무서워 떨고, 
그러다 그 소리를 사랑하리라. 
사랑하는 이들을 애도하는 내 목소리, 
정답게 정답게 울릴 터이니. 
미노나여, 오오, 이것이 그대의 노래였었지. 정
답게 볼 붉히는 토르만의 아가씨여, 
우리는 콜마를 위해 눈물을 흘렸고, 
우리의 마음은 어둠 속을 헤매었네.
울린이 하프를 들고 나와서 알핀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알핀의 목소리는 다정하였고, 
리노의 영혼은 불꽃같이 빛났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무덤 속에 잠들고, 
그 목소리 젤마성에 울리는 일 없으리라. 
일찍이 이 용사들 살아 있을 때, 
어느 날 울린은 사냥에서 돌아와, 
그들이 겨루는 노래소리 들었네. 
그 노래는 다정하고 그리고 구슬프게, 
제일가는 용사 로라르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었다. 
모라르의 영혼은 핑갈의 영혼, 
그의 칼은 오스카의 칼에 못지않았다. 
그러나 그는 싸움터에서 쓰러졌도다. 
아버지는 비탄에 잠기고, 
누이동생 미노나,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득했다. 
울린이 노래하기 시작하자, 
그녀는 살그머니 자리를 떴다. 
서쪽 하늘에 폭풍우가 닥쳐오는 것을 본 달이, 
아름다운 얼굴을 재빨리 감추듯이. 
비탄의 노래에 맞추어, 나는 울린과 더불어 하프를 켰도다. 
바람은 자고 비는 그쳤다. 
구름이 흩어져 맑게 갠 이 한낮. 
해는 끊임없이 언덕을 비추고, 강물은 붉게 물든 채 골짜기를 흘러간다. 
흐르는 여울물 소리, 내 귀에 정답구나. 
그러나 그보다 더 정다운 저 목소리는 뭔가!
오오, 그것은 알핀의 목소리, 
죽은 자를 슬퍼하여 그가 노래하고 있도다. 
그 머리는 숙어지고, 눈물짓는 그 눈은 붉게 충혈됐구나. 
알핀! 세상에 둘도 없는 뛰어난 가인이여! 
어찌하여 침묵의 언덕 위에 혼자 았는가? 
수풀에 불어닥치는 된바람처럼, 
먼 바닷가 물결소리처럼, 
어찌하여 그대는 탄식하고 있는가? 
알 핀리노여, 
내 눈물은 죽은 자를 위한 것, 
내 목소리는 무덤 속에 잠든 자들을 위한 것. 
그대,지금 모습도 아름답게 이 언덕에 서서, 
황야의 아들들 사이에서 돋보이는구나. 
그러나 그대 또한 모라르처럼 쓰러지리라. 
그리하여 그대 무덤 위에는 슬퍼하는 자가 앉게 되리라. 
언덕은 그대를 잊고, 
그대 활은 시위도 메우지 않은 채 황야에 뉘어지리라.
오오, 모라르여, 
그대 영양처럼 날쌔고 밤하늘의 물같이 맹렬하였다. 
그대의 노여움은 폭풍우와 같았고, 
싸우는 칼은 황야를 가로지르는 번갯불이요, 
그대 목소리는 비온 뒤 골짜기 냇물의 분류, 
그리고 먼산의 천둥처럼 울렸다. 
수많은 전사가 그대 손에 쓰러지고, 
그대 분노의 불길은 적을 불살라 버렸도다. 
그러나 싸움터에서 돌아왔을 때, 
그토록 평온하던 그대 얼굴! 
폭풍우 걷힌 뒤의 태양과도 같았고, 
소리없는 밤하늘의 달과도 같았다. 
그대 가슴 속, 바람 잔 호수처럼 잔잔하였다. 
이제 그대 처소는 좁고, 그대 머물 곳음 빛이 없도다! 
무덤의 폭은 불과 세 발짝. 일찍이 그대 그토록 거인이었건만! 
이끼낀 네 개와 묘석, 그것만이 그대의 유일한 기념물. 
잎 떨어진 나무 한 그루, 
바람에 나부끼는 무성한 풀들이 사냥꾼에게 용사 모라르의 무덤을 가르쳐 준다. 
그대를 위해 울어 줄 어머니도 없고, 
사랑의 눈물을 흘려 줄 아가씨도 없다. 
그대를 낳은 사람은 돌아가셨고, 모르그란의 딸도 죽었도다.
지팡이에 의지하여 서 있는 자는 누구인가? 
그 머리는 늙어 백발이요, 그 눈은 눈물로 붉어졌다. 
오오, 로라르여! 그는 바로 그대 아버지로다. 
싸움터에서의 그대 용명을 아버지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대 앞에서 원수들이 흩어져 달아나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모라르의 공훈도 들었다. 
아아, 그러나 그대 몸에 입은 상처에 대해서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구나! 
울지어다, 모라르의 아버지여, 울지어다! 
그러나 아들은 그 울음 소리 듣지 못하리라. 
죽은 자의 잠은 깊고 베고 누운 흙베개는 얕으니, 
부르는 소리에 고개 돌리는 일 없고, 
부르짖는 소리에 깨어나는 일도 없으리라. 
아아, 무덤 속에 아침이 와서, 
잠든 자들에게 '깨어나라!'고 깨우게 될 날은 그 언제일까?
안녕, 모라르여! 
숭고한 인간, 싸움터의 정복자여! 
그러나 싸움터는 이제 다시는 그대를 보지 못할 것이요, 
그대 칼의 번득임에 어두운 숲속이 밝아지는 일도 이젠 없으리라. 
그대는 대를 이을 자식 하나 남기지 않았으나, 
노래로써 그대 이름이 전해지고, 
후세 사람들은 그대를, 
싸움터에서 쓰러진 모라르의 이야기를 전해 내려가리라.
용사들은 소리네어 슬퍼하였노라. 
그러나 아르민의 목청이 터질 듯한 한숨소리가 한결 드놓았노라.
이는 아들의 죽음을 생각해서였으니, 
그의 아들은 일찍이 싸움터에서 전사했노라. 
갈말의 이름높은 영주 카르모르도 용사의 곁에 앉아 있었다. 
'아르민이여, 어찌하여 그토록 탄식하며 흐느껴 우는고?'하고 그는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