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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 앙드레 지드.22

Joyfule 2010. 3. 9. 07:12
 
좁은 문 - 앙드레 지드.22   

불멸하는 지혜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우리에게 가르치기를
인간의 아들들이여, 너희 심려로 얻은 열매는 무엇이뇨?
헛된 영혼들이여, 
그 무슨 과오로 너희 혈관의 깨끗한 피로 영양을 주는 빵이 아니라,
더욱 허기지게 하는 그림자를 그토록 번번이 사들이느뇨?
내가 너희에게 권하는 이 빵은 천사들의 양식이니
주께서 먼저 밀을 고르시어 손수 만드신 빵임을 알라
이 감미로운 빵은 너희가 뒤쫓는 세상 무리들의 식탁 위에는
오르지 않는 빵임을 알라
나를 따르는 자에게 이 빵을 주리라
오라, 살기를 원하는 자 잡으라 먹으라 그리고 살지어다.
....
복되이 갇혀 있는 영혼은 속박되어 평화를 찾으며
영원히 마르자 않는 힘찬 샘물로 목을 축이도다.
누구나 와서 마실 수 있는 물, 그 물은 뭇 사람을 부르고 있도다
그러나 우리가 미친 듯이 찾아다니는 물은 진흙투성이 샘물이거나
언제나 흘러가 버리는 거짓된 웅덩이 뿐이로다
얼마나 아름다워! 
제로옴, 얼마나 아름다워! 
정말 나만큼 너도 이 시가 아름답다고 생각할까? 
내 책에 있는 주를 보면 도말르 양이 부르는 이 송가를 듣자 
맹뜨농 부인은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고 그 일부를 되풀이시켰대. 
나도 이젠 이걸 외었는데 아무리 읊어도 싫증이 나지 않아. 
그저 한 가지 섭섭한 일은 네가 이 송가를 읽는 걸 듣지 못했다는 것 뿐이야.
신혼 여행중인 부부에게는 계속 반가운 소식 뿐이야. 
찌는 듯한 더위에도 줄리에뜨가 베이욘느와 비아릿쯔에서 
얼마나 즐겼는지 너도 이미 알고 있지. 
다음에 그들은 퐁따라비에를 거쳐 뷔르고스에 머물렀다가 
피레네 산맥을 두 번이나 넘었대. 
지금 몽세라에서 줄리에뜨가 보낸 감격에 찬 편지가 왔어. 
아직 열흘간은 바르셀로나에 머물렀다가 
에뜨와르의 포도 수확 일로 9월 이전에 님므로 돌아올 작정이래. 
일주일 전부터 아버지와 나는 퐁궤즈마르에 있어. 
내일이면 미스 아슈뷔르똥이 오실 것이고 로베르도 나흘 후에는 오게 되어 있어. 
가엾게도 그 애가 시험에 실패했다는 것은 너도 알고 있겠지. 
어려웠다기보다는 시험관이 워낙 
얄궂은 문제들을 내는 바람에 그만 어리둥절했던 모양이야. 
네가 편지한 것도 있고 해서 나는 그 애가 준비가 부족했다고는 생각지 않아. 
단지 그 시험관은 학생들을 그처럼 골탕먹이는 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애.
너의 성공에 대해서는 내가 새삼스럽게 축하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네겐 당연한 이야기야. 나는 그토록 너를 믿고 있는 거야. 
제로옴! 네 생각만 하면 내 가슴은 부풀어올라. 
전에 이야기하던 그 연구를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어?
...여기 정원에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하지만 집안은 텅 빈 것 같애. 
올해는 노지 말라고 당부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날이면 날마다 마음속으로 이 말을 되풀이 하고 있어. 
그처럼 오랫동안 너를 못보고 지내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지 
가끔 나도 모르게 너를 찾을 때가 있어. 
책을 읽다가도 문득 고개를 돌리곤 해... 꼭.
다시 편지를 계속해. 밤이야, 모두가 잠들었다. 
열려진 창 앞에서 지금 늦도록 네게 편지를 쓰고 있어. 
정원은 향기로 찼고 바람도 따스해. 
우리가 어렸을 때 퍽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들었을 때 
바로 '감사합니다. 하느님. 이런 것을 만들어 주셔서'라고 했던 것이 생각나? 
오늘 밤 나는 진정으로 
'감사합니다, 하느님, 이처럼 아름다운 밤을 만들어 주셔서!'라고 생각했어 
그러자 나는 갑자기 네가 내 겉에 있었으면 했고, 
네가 내 곁에 있다는 것을 느꼈어. 
너무도 사무치게 느껴서 아마 너도 느꼈을 거야. 
그래 편지에서 흔히 
'고귀하게 태어난 영혼에 있어서는'감탄은 감사와 혼동된다고 너는 썼지. 
아직도 얼마나 쓸 것이 많은지 몰라!... 
지금 나는 줄리에뜨가 써보낸 그 빛나는 나라를 생각하고 있어. 
나는 좀 더 넓고 좀 빛나고 좀 더 쓸쓸한 다른 나라를 생각하고 있어. 
어느날 어떻게인지도 모르지만 알지 못하는 
신비로운 나라를 우리가 보게 되리라는 이상한 신념이 내 가슴속에 깃들어 있어... 
내가 얼마나 기쁨의 소용돌이 속에서 얼마나 사랑에 흐느끼면서 
이 편지를 읽었는지는 쉽사리 짐작이 갈 것이다. 
뒤이어 딴 편지들도 왔다. 
물론 알리싸는 퐁궤즈마르에 내가 가지 않은 것을 고마워 했고 
그 해에도 그녀를 만나러 오지 말아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나를 보지 못해 섭섭해 했고
 이제는 내가 곁에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듯 편지지마다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나오고 있었다. 
거기에 견뎌 낼  힘을 나는 어디서 얻었을까? 
필경 아벨의 충고와 갑자기 나의 기쁨을 헛되게 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또 마음이 끌려들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또 마음이 끌려들지나 않을 까 하는 자연적인 긴장감에서였을 것이다.
그 뒤에 온 편지들 중에서 이 이야기와 연관이 있는 것을 전부 옮겨 쓰겠다.
그리운 제로옴
네 편지를 읽노라면 온몸이 기쁨으로 녹아내리는 것 같애. 
오르비에또에서 부친 편지에 답장하려던 차에 
삐루즈와 아씨지에서 쓴 편지를 동시에 받았어. 
마음은 여행 중이고 몸만 이곳에 있는 것 같애. 
정말 나는 너와 함께 움부리아의 하얀길을 걷고 있어. 
아침이면 함께 길을 떠나고 아주 새로운 눈으로 동트는 걸 바라보고...
정말 꼬르또느의 언덕 위에서 나를 불렀니? 그래 나도 들었어...
아씨지 위의 산에서는 몹시 목이 말랐어! 
그때 프란체스코회 수도사가 준 한 컵의 물이 얼마나 달았는지! 
오, 제로옴! 나는 너를 통해서 모든 것을 보고 있어.
성 프란체스코에 대해서 네가 써 보내준 이야기는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그래, 마음의 해방이 아니라 마음의 간격을 찾아야 해. 
마음의 해방이란 언제나 가증스러운 오만이 뒤따르게 마련이니까. 
야심은 반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봉사하기 위해 사용해야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