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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어페어 1. - 무라카미 하루키.

Joyfule 2011. 1. 5. 09:24

 패밀리 어페어 - 무라카미 하루키. 

패밀리 어페어 - 무라카미 하루키.
그런 건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여동생의 약혼자가 애당초 그다지 마음에 들지 패밀리 어페어 - 무라카미 하루키.않았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그런 남자와 결혼할 결심을 하기에 이른 
여동생 자체에 대해서도 적잖은 의문을 품기에 이르렀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주 낙담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런 느낌을 갖는 것은 나의 편협한 성격 탓인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여동생은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드러내어 그 화제를 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 약혼자를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건 
여동생 쪽에서도 똑똑히 짐작하고 있었으며, 
그런 나에 대해 그녀는 신경질을 부렸다.
"오빠는 사물을 보는 눈이 너무 좁아."하고 여동생은 나에게 말했다.
그때 우리는 스파게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스파게티에 대한 나의 생각이 너무 좁다고 지적한 셈이었다. 
그러나 물론 여동생은 스파게티 그것만을 문제로 삼았던 건 아니다. 
스파게티 얘기를 하기에 앞서 그녀의 약혼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그녀는 어느 쪽이냐 하면 약혼자 쪽을 더 문제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대리 전쟁이나 같은 것이었다.
애당초 발단은 일요일 낮에 여동생이 같이 스파게티라도 먹으로 나가자고 
나에게 말을 꺼낸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도 마침 스파게티가 먹고 싶던 참이라 '좋지.'하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역전에 새로 생긴 아담한 스파게티 전문점으로 갔다.
나는 가지와 마늘을 넣은 스파게티를 주문했고, 
여동생은 바지리코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요리가 나올 때까지 나는 맥주를 마셨다.
거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5월의 일요일이고, 게다가 좋은 날씨였다.
문제는 가져온 스파게티 맛이 '재앙'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형편없었다는 점이다. 
면은 겉이 설익어 몹시 깔깔하고 속에 심줄이 남아 있었으며, 
버터는 강아지라도 먹다 말 것 같은 '물건'이었다. 
나는 어떻게 어떻게 절반쯤만 먹고서 단념하고, 
웨이트리스에게 나머지는 치워 달라고 했다.
여동생은 그런 나를 흘깃흘깃 보고 있었는데, 
그땐 아무 말 않고 자기 접시의 스파게티를 
마지막 한 가닥까지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먹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창 밖의 경치를 바라보면서 두 병째 맥주를 마셨다.
"오빠, 뭐 그렇게 보란 듯이 남길 건 없잖아요."하고 
자기 접시가 치워진 다음 여동생이 말했다.
"맛없군."하고 나는 간단하게 말했다.
"절반이나 남길 만큼 맛없진 않았어요. 좀 참으면 될텐데."
"먹고 싶을 땐 먹고, 먹고 싶지 않을 땐 안 먹는다. 
이건 내 위장의 문제지, 임마 네 위장의 문제는 아니야,"
"'임마'란 말 쓰지 마세요. 부탁이니까. ...
'임마'란 말을 하면 꼭 어디서 굴러먹은 건달처럼 보인단 말이에요."
"내 위장의 문제지, 네 위장의 문제는 아니야."하고 나는 정정을 했다.
스무 살이 지나면서, 동생은 자신은 '임마'하고 부르는 걸 질색하면서 
점잖게 부르도록 나를 훈련시켜 왔던 것이다. 
그 둘의 차이가 어디 있는지 나로선 잘 모르겠다.
"이 가게는 갓 개점한 참이라서 틀림없이 조리장이 아직 익숙하지 못한 거예요. 
조금쯤은 너그러운 마음씨를 가져도 되잖아요?"
하고 여동생은 아까 나온 스파게티처럼 
보기만 해도 맛없는 싱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맛없는 요리를 남긴다는 것도 하나의 식견이 아닐까"하고 나는 설명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도도해졌죠?"
"더럽게 트집잡네. 생리중이냐 뭐냐?"
"시끄러워요. 웃기지 말아요. 오빠한테 그런 소리들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별로 신경 쑬 건 없다구, 
'너'의 맨 처음 생리가 언제였던가도 다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퍽도 늦어서 어머니하고 함께 의사한테 갔었잖아?"
"입 다물지 않으면 백을 던질 거예요!"
동생이 정말 화내고 있는 걸 알았기 때문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도대체가 말예요, 사물에 대한 오빠의 견해는 너무나 편협하다구요."
동생은 커피에다 크림을 추가로 넣으면서-필시 맛이 없나 보다-말했다.
"...오빠는 사물의 결점만 끄집어내어 비판하지, 
좋은 점을 보려고 들지 않는단 말이에요. 
무언가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다 싶으면 일절 손도 대려 하지 않는다구요. 
그런 걸 곁에서 보고 있자면 굉장히 신경에 거슬린단 말이에요"
"하지만 그건 내 인생이지, 네 인생은 아니야."
"그래서 남을 다치게 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곤 하나 보군요.
 ...마스터베이션만 해도 그렇죠."
"마스터베이션? 무슨 소리냐, 그게?"하고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오빠는 고교 시절에 툭하면 마스터베이션을 해서 시트를 더럽혔잖아요. 
다 알고 있다고요. ...그걸 빠는 게 얼마나 힘들다구요. 
마스터베이션쯤 시트 더럽히지 않게 하면 어때요? 
그런 걸로 남에게 폐를 끼친 말이에요."
"명심하겠어. 그 점에 대해선 말야. ...하지만 되풀이하는 것 같지만,
 나에게 내 인생이 있고, 좋아하는 것도 있고 싫어하는 것도 있어. 별수 없잖아."
"하지만 사람을 다치게 해요. 어째서 노력하려 하지 않죠? 
어째서 사물의 좋은 면을 보려고 하지 않는 거예요? 
어째서 조금이라도 참으려 들지 않고, 어째서 성장하지 않는 거죠?"
"성장하고 있어."하고 나는 좀 기분이 상해서 말했다.
"참기도 하고, 사물의 좋은 면도 보고 있어. 너와 같은 데를 보고 있지 않을 뿐이야."
"그게 오만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스물 일곱 살이나 되어서도 제대로 된 애인도 생기지 않는 거라구요."
"여자 친구는 있다구."
"잘 때만 필요한 여자 말이겠죠. 그렇죠? 
1년마다 자는 상대를 갈아대면서, 그래도 즐거워요? 
이해심이라든지 애정이라든지 헤아려 줌이라든지 그런 거 없이는, 
그건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마스터베이션이나 다를 바 없죠."
"1년마다 갈아대지는 않았어."하고 나는 맥없이 말했다.
"다른 게 뭐가 있어요? 조금쯤은 건전한 생각을 갖고,
 건전한 생활을 하는 게 어때요? 조금만 어른스러워진다면?"
그것이 우리 대화의 끝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동생은 거의 대꾸를 하지 않았다.
어째서 동생이 나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나로선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바로 일년 전쯤만 해도 동생은 나의 확고한 '되는 대로의 생활'을 함께 즐겨왔으며, 
나에 대해-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면-어떤 의미에선 동경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조금씩 비난하게 된 건 그 약혼자와 사귀게 되면서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