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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0. 앵무새를 죽이는 일은 죄 1

Joyfule 2009. 1. 2. 00:59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0. 앵무새를 죽이는 일은 죄 1 
    아버지는 오십이 가까운 나이여서 허약했다. 
    오빠와 나는 아버지께 왜 그렇게 나이가 많냐고 
    여쭈어보기도 했다. 
    그 대답은 늦게 시작한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우린 아버지의 능력이나 남자다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우리반 아이들의 부모보다 훨씬 늙었으며 
    그래서 우리반 아이들이 자기 아버지에 대해 
    어쩌구저쩌구 말할 때면 오빠와 나는 그저 묵묵히 있었다.
    오빠는 열렬한 축구광이었다. 
    아버지는 결코 피곤하다는 핑계로 오빠와의 경기를 피하진 않았지만 
    오빠가 태클을 하러 달려가면 슬그머니 피했다.
    난 너무 늙어서 안 되겠는걸. 
    아버지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보였다.
     약국도 아닌 사무실에서 근무했고, 덤프트럭도 몰지 않을 뿐 아니라 
    보안관이나 농부, 자동차정비사 같은 뭔가 대단해보이는 일을 하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안경을 썼고 왼쪽 눈의 시력이 훨씬 나빴는데 
    그건 핀치 가문의 유전이었다.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할 때는 머리를 돌려 오른쪽 눈으로 봐야만 했다.
    아버지는 한 번도 사냥을 하지 않았고 포커나 낚시, 술을 마신다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 
    우리반 아이들의 아버지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놀이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단지 거실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이 전부였다.
    이런 까닭에 우린 뚜렷하게 아버지에게 바라는 것이 없었다. 
    그해 학교는 톰 로빈슨을 변호하는 우리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로 시끄러웠고, 
    누구도 그 일을 칭찬하지는 않았다. 
    세실 제이콥과의 싸움에서 손들어버린 내 비겁함 때문에 
    스카웃 핀치는 더이상 싸우지 않으며 
    그건 아빠가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것이 모두 맞는 말은 아니었다. 
    아버지를 위해 공공연하게 싸우진 않았지만 
    예전에 프란시스 핸콕한테 했던 것처럼 
    집에선 나의 모든 이빨과 손톱을 세우고 다녔던 것이다.
    아버지는 공기총을 선물하고도 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잭 삼촌이 기초만을 가르쳐주었다. 
    아버지는 총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다고만 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오빠에게 당부했다.
    난 네가 뒷마당에서 양철깡통이나 맞추며 익히길 바라지만, 
    넌 분명 새를 쫓아다니게 될 거야. 
    그때에 맞출 수만 있다면 어치는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일은 죄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아버지가  죄 라는 단어를 사용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난 머디 아줌마에게 그것을 이야기했다.
    너희 아빠 말씀이 옳다. 
    앵무새는 노래를 불러 우리를 즐겁게 해줄 뿐, 
    곡식을 축내거나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만들지는 않아. 
    그저 온 힘을 다해 노래를 불러주지.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면 죄라고 하셨을 거다. 
    아주 늙은 이웃이에요. 그렇죠? 
    그럼, 이 마을보다도 더 오래된 친구지. 
    아니, 제 말은요, 우리 길 쪽의 이웃들이 모두 나이가 많다구요. 
    이 동네에선 오빠와 나만 아이들이고 
    두보스 할머니도 백 살이 가까우시고 라이첼 아줌마, 머디 아줌마, 
    그리고 아버지도 늙으셨어요. 
    쉰 살이 늙었다고는 할 수 없지. 
    머디 아줌마가 새침데기처럼 말했다.
    나나 네 아빠는 아직 휠체어 신세는 안 지니까, 그렇지 않니? 
    그래, 나의 오래된 무덤을 태워 없애주신 
    신의 섭리는 놀라운 것이란 생각이 드는구나. 
    그집을 간수하기엔 난 너무 늙었거든. 그래, 네 말이 맞다, 
    진 루이스. 이곳의 이웃들은 모두 안정된 나이들이지. 젊은 또래가 많지 않아, 그렇지? 
    아뇨, 학교엔 많아요. 
    내 말은 젊은 어른 말이다. 
    그리고 너희들은 행운인 줄 알아야 한다.
     네 아버지 나이의 철학을 단단히 누리고 있으니까. 만일에 말이다, 
    네 아버지가 지금 삼십 대라면 너희들의 삶도 무척이나 달라져 있을 게다. 
    그럴 거예요. 지금은 아무 일도 못하시니 ,,, . 
    아니다, 그에겐 아직 힘이 남아 있어. 너도 놀랄 거야. 
    아빠가 무슨 일을 하실 수 있는데요? 
    으음. 그래, 그는 상대에게 조금도 공격할 틈을 안 주고 
    완벽하게 유산상속을 처리해주시잖니. 
    어휴 ,,, . 
    그렇다면, 그가 이 마을 체커 왕이란 건 알고 있겠지?
    우리가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는 저 영토에서 강 양쪽 저 아래 모두를 패배시켰단다. 
    말도 안 돼요, 머디 아줌마. 오빠랑 내가 언제나 아빠를 이기는데요. 
    그건 져주시는 걸 거야. 그래. 
    참, 네 아버지가 하프를 연주한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구나. 
    이렇게 쥐어짜낸 아버지에 대한 칭찬은 나를 더욱 창피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리고 ,,, . 
    그리고 뭔데요? 
    으응, 아무 것도 아니야. 하여간 네 아버지는 자랑할 만하단다. 
    하프 연주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지금은 끼여들지 않는 편이 좋겠어. 
    자, 그럼, 난 철쭉꽃을 돌봐야겠구나. 거기 판자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렴. 
    뒷마당으로 가보니 오빠가 양철깡통을 쏘아맞히고 있었고 
    여치가 그 주위를 조롱하듯 날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앞마당으로 되돌아와 구멍난 타이어, 오렌지 상자, 빨래집게, 현관 의자와 
    오빠가 준 팝콘상자에서 오려낸 성조기 등으로 
    현관 양쪽에 복잡한 울타리를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