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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0. 앵무새를 죽이는 일은 죄 3

Joyfule 2009. 1. 4. 01:37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0. 앵무새를 죽이는 일은 죄 3   
    율라 메이양, 지금 네, 네, 제가 변호사님과 통화를 했는데요. 
    라이첼 부인, 스테파니 크러포드 부인, 
    그리고 이 근처에 전화 있는 집은 모두 연락을 해서 미친개가 오고 있다고 알려주세요. 
    어서, 좀. 
    칼퍼니아 아줌마가 귀를 기울였다.
    알고 있어요, 지금이 이월이라는 건. 
    율라 메이 양, 제가 한 번 봤기 때문에 알 수 있어요. 
    빨리 좀 서둘러주세요. 
    칼퍼니아 아줌마가 오빠에게 물었다.
    래들리 씨 집에 전화가 있나 좀 보렴. 
    오빠가 전화책을 들춰보곤 없다고 대답했다.
    어찌됐든 그 사람들은 밖에 안 나올 거예요, 아줌마. 
    그래도 알려는 줘야 해. 
    아줌마는 현관 앞으로 뛰어갔다. 오빠와 내가 그녀를 바짝 따라나섰다.
    너희들은 여기 있거라. 
    칼퍼니아 아줌마의 통보가 이웃에게 알려진 듯 
    사정거리 안의 모든 집들의 나무문이 닫혀졌다. 
    아직 팀 존슨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줌마는 치맛자락을 잡고 래들리 집으로 뛰었다. 
    앞치마가 무릎 위에서 펄럭였다. 
    현관 계단을 뛰어올라 문을 두드려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나단 씨, 아서 씨, 미친개가 오고 있어요. 미친개가 온다구요. 
    뒷문 쪽으로 가려나봐. 
    내가 말했다.
    오빠가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도 마찬가지일 텐데 ,,, . 
    칼퍼니아 아줌마는 문을 세게 두드렸지만 누구도 그녀의 경고를 들은 것 같지 않았다.
    아줌마가 그곳에서 전속력으로 뛰어 올 때야 
    검정색 포드가 차도에서 유연하게 한 바퀴 돌아와 섰다. 
    아버지와 헥 테이트 씨가 차에서 내렸다.
    헥 테이트 씨는 메이컴의 보안관이었다. 
    키는 아버지와 비슷하고, 몸집은 더 왜소했다. 
    코가 유난히 길고 금속장식이 달린 장화, 승마용 바지에 면 잠바를 입고 있었다. 
    벨트 위에 총알이 나란히 채워져 있었고 무거운 라이플 소총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가 현관으로 오르자 오빠가 문을 열었다.
    너희들은 안에 있도록 해라. 칼, 그 개는 어디쯤에 있소? 
    이곳에 당도할 때쯤 됐습니다. 변호사님. 
    칼퍼니아 아줌마가 길 아래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뛰지는 않던가요? 
    네, 비틀린 상태였습니다. 보안관님. 
    그쪽으로 가야 할까, 헥? 
    여기서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겁니다. 변호사님. 
    그런 것은 대개 일직선으로 오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래들리 집 뒷마당으로 곧장 갈 겁니다. 조금 더 기다려보시죠. 
    래들리 마당엔 울타리가 있어서 갈 수 없을 거요. 
    아마 이 길을 따라 올 거야 ,,, . 
    아버지가 말했다.
    미친개는 입에 거품을 물고 펄쩍펄쩍 뛰고, 달리며, 목을 부딪기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팔월에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팀 존슨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텅 빈 길을 지켜보는 일은 황량하기만 했다. 
    나뭇잎 하나 움직이지 않았고, 앵무새도 침묵을 지켰다. 
    머디 아줌마네 집 목수 아저씨도 자취를 감추었다. 
    테이트 씨가 코를 풀고는 팔을 구부려 총을 옮겼다. 
    스테파니 크러포드 아줌마의 얼굴이 창문 위에 나타났고,
     머디 아줌마가 그 옆에 서 있었다. 
    아버지는 의자 위에 발을 올리곤 넓적다리를 손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
     저기 온다. 
    은밀한 음성이었다.
    팀 존슨이 시야에 들어왔다. 
    래들리 집과 평행을 이루는 길 모퉁이를 돌아 눈이 부신 듯 걸어오고 있었다.
    저걸 봐, 보안관 아저씨가 미친개는 일직선으로 걷는다고 하셨는데 
    정말. 저건 길에서 쉬지도 않나봐. 
    오빠가 속삭였다.
    저렇게 아파보이는 개는 처음 봤어. 
    내가 말했다.
    테이트 씨는 이마에 손을 얹고 몸을 앞으로 구부렸다.
    잘 오고 있습니다. 변호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