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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1. 동백꽃과 두보스 할머니 6

Joyfule 2009. 1. 12. 01:46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1. 동백꽃과 두보스 할머니 6  
    한 달이 지난 오후, 
    오빠는  월터 스콧 경 (젬 오빠는 (아이반호)를 이렇게 불렀다)을 열심히 읽고 
    두보스 할머니가 틀린 곳을 지적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할머니는 비명처럼 소리쳤다.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침대로 가서 두보스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사무실에도 돌아와보니 아이들이 보이질 않아서요. 
    이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두보스 할머니는 아버지를 보고 미소지었다. 
    그토록 싫어한다면서 어떻게 아버지에게 말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몇 시인지 알고 있수, 애티커스?   
    할머니가 물었다.   
    정확히 다섯시 십오분입니다. 
    저 자명종은 다섯시 삼십분에 울리기로 되어 있군요. 
    전 그걸 알고 계신가 해서요.   
    우리는 매일 조금씩 더 오랫동안 그집에 잡혀 있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 자명종은 매일 몇 분씩 더 늦게 울렸던 것이고 
    그때까지 그녀의 발작도 늦춰진 것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덫에 걸려든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 자명종만이 우리를 놓아주는 신호였던 것이다. 
    그 자명종이 끝까지 울리지 않는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가 알기로는 젬의 읽기가 거의 끝나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말했다.   
    내 기억으로는 일주일이 더 남아 있는 걸로 아는데 ,,, 
    그냥 확인을 한다면 ,,, .   
    할머니가 말했다. 
    젬 오빠가 벌떡 일어났다.   
    그게 아니 ,,, .   
    아버지가 젬 오빠를 가로막았고 오빠도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빠는 
    일주일을 더 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주일뿐이다, 젬.    
    싫어요, 아빠.   
    오빠가 버텼다.  
    아니, 그렇게 하도록 해라.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음주에도 계속해야 했다. 
    그 후로는 자명종 대신 이젠 됐다며 우리를 풀어주었다. 
    어떤 날은 우리가 너무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아버지가 먼저 돌아와 신문을 읽고 있기도 했다. 
    그때쯤엔 할머니의 발작은 없어졌지만 
    늙는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가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또 어떤 날에는  월터 스콧 경 에 나오는 
    성이나 성곽 주위에 있는 연못에 대한 문장이 할머니는 지루하게 했고, 
    그러면 느닷없이 잔소리로 우리에게 들러붙었다.   
    제레미 핀치, 
    내 동백꽃 자른 거 반성하라고 했는데, 반성했느냐?   
    오빠는 분명 그렇다고 대답했다.   
    넌 내 만년초도 죽이려 했어, 그렇지? 
    제시가 그 꽃이 피어나려 한다고 했는데 ,,, . 
    다음엔 어떻게 하려고 했지? 응? 뿌리채 뽑을 거냐?   
    오빠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고 대답했다.   
    우물거리며 말하지 마. 
    머리를 들고 네, 할머니라고 말해라. 
    네 아버지처럼 그냥 넘어가진 못해.   
    오빠의 턱이 올려졌다. 
    그리곤 아무 원망의 빛도 없이 할머니의 얼굴을 응시했다. 
    오빠는 지난 몇 주일에 걸쳐 정중한 말씨와 
    호기심을 없애는 일에 단련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곤 할머니가 해대는 소름 끼치는 끔찍한 질문에도 공손히 대답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그날이 왔다. 
    두보스 할머니는 어느 날 오후 이만 됐다고 말하며 덧붙였다.   
    오늘로써 끝이다. 
    모두들 좋은 날들이 되길 바란다.   
    그렇다, 끝이었다. 
    우리는 보도 위를 풀쩍 뛰어내리기도 하고 
    신나는 해방감을 느끼며 괜히 소리도 질렀다.  
    그해 봄은 따스했다.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져서 우리는 오래도록 실컷 놀 수 있었다. 
    오빠는 전국의 모든 대학 축구선수의 생생한 점수통계표를 작성하느라 분주했다.  
    매일밤 아버지는 신문의 스포츠란을 읽어주었다. 
    올해에도 앨라배마 팀은 로즈 바울 팀과 다시 겨루게 되었다. 
    우수선수의 명단이 나왔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아버지가 윈디 시턴의 칼럼에 열중하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잠깐 두보스 할머니 댁에 다녀오마. 늦진 않을 거다.   
    그러나 아버지는 잠잘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캔디상자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무슨 일인데요, 아빠.   
    오빠가 궁금해 했다. 
    우리가 풀려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우리는 
    현관에 나와 있는 할머니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