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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2. 나도 검기 때문이지 3

Joyfule 2009. 1. 16. 06:03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2. 나도 검기 때문이지 3  
    퍼스트 퍼처스 아프리칸 M.E 교회는 마을 남쪽 경계 밖 
    옛날 제재소 너머 흑인 숙소에 자리잡고 있었다.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건물로 
    메이컴에선 유일하게 뾰족탑과 종이 있는 교회였다. 
    퍼스트 퍼처스란 이름은 
    해방 노예들이 처음 번 돈으로 구입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일요일은 흑인들의 예배장소였고, 
    주중엔 백인들의 도박장소였다. 
    교회 마당은 단단한 벽돌용 진흙으로 덮여 있고, 
    근처에는 공동묘지가 있었다. 
    누가 건조기에 죽기라도 한다면 
    그 시체는 비가 와서 땅이 부드러워 질 때까지 얼음덩이에 넣어둬야만 했다. 
    공동묘지에는 부서져 흔적만 남은 묘지들도 있었고, 
    새 묘지 주변에는 색유리와 깨진 코카콜라 병이 놓여 있기도 했다. 
    피뢰침만이 불안정하게 잠들어 있을 몇몇 무덤을 지키고 있었고 
    타버린 양초가 아이의 무덤 머리맡에 꽂혀 있는 평화로운 사원 묘지였다. 
    교회 마당을 들어서자 깔끔하게 차려입은 
    흑인들 특유의 달콤씁쓸한 냄새가 우리를 반겼다.   
    사랑의 증표 라고 불리는 헤어스타일은 애서페티더 냄새와 호이츠 코롱, 
    브라운즈뮬, 박하향과 라일락향의 분으로 뒤섞여져 있었다.  
    칼퍼니아 아줌마가 우리와 동행한 것을 보자 
    남자들은 뒤로 조금 물러서며 모자를 벗었고 
    여자들은 정중한 인상을 주려는 몸짓으로 팔을 다소곳이 모으고 있었다. 
    그들은 양 옆으로 나뉘어 교회문까지 작은 통로를 만들어주었다. 
    칼퍼니아 아줌마는 화사한 옷차림을 한 교인들의 인사에 답하며 
    나와 젬 오빠 사이에서 걸었다.   
    무슨 일이죠, 칼?   
    우리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퍼니아 아줌마는 오빠와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돌아보았다. 
    그 길에 큰 검둥이 여자가 한쪽 다리에 무게중심을 두고 
    불량한 몸짓으로 서 있었다. 
    그녀는 허리에 한 손을 올리고 손바닥으로 우리를 가리켰다. 
    허리가 둥근 그녀는 아몬드 모양의 이상한 눈을 하고 
    코는 곧았으며 입술은 인디언 활모양을 하고 있었다.  
    칼퍼니아 아줌마의 손이 내 어깨를 파고드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왜 그러는 거야, 룰라?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투로 아줌마는 조용히 경멸하듯 내뱉았다.  
    검둥이 교회에 왜 백인 아이들을 데려왔죠?    
    얘들은 내 친구들이야.   
    칼퍼니아 아줌마가 말했다. 
    또 한 번 나는 그녀의 말투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다른 흑인과 같은 말투로 얘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요? 
    난 당신이 평일에만 일하는 줄 알았는데?   
    웅성거림이 군중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네가 상관할 일이 아냐.   
    그렇게 속삭이는 칼퍼니아 아줌마의 모자 위 장미가 격분으로 떨리고 있었다.  
    룰라가 우리를 향해 다라오자 칼 아줌마가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거기 당장 서, 이 검둥아.  
    룰라가 멈춰서서 말했다.   
    백인 아이들을 이곳에 데려올 필요는 없잖아요. 
    그들은 그들 교회가 있을 텐데. 
    우린 우리 것이 있고 이건 우리 교회예요. 
    안 그래요, 칼?    
    하느님은 다 같아.    
    집으로 가요, 칼. 우리가 이곳에 오는 걸 원치 않나 봐요.  
     젬 오빠가 말했다. 
    그 말이 맞았다. 
    그들은 우리가 이곳에 있는 걸 원치 않았다. 
    보이는 것보다는 분위기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우리에게로 점점 다가오는 듯 느껴져 
    난 칼퍼니아 아줌마를 올려다보았다. 
    얼핏 바라본 아줌마의 눈빛에 장난기가 서려 다시 아래를 쳐다보니 
    룰라는 사라지고 흑인들 여럿이 무리지어 있었다.  
    그 군중들로부터 누군가 걸어나왔다. 쓰레기 청소부인 제보였다.   
    젬, 여러분이 와줘서 정말 반가워요. 
    룰라는 신경쓸 것 없고 ,,,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님께서 그녀의 기를 꺾어놔서 
    뒷전에서 다투길 좋아하거든, 
    말썽꾸러기구, 건방진 생각에 공상이나 하고 ,,, 
    아무튼 우린 여러분이 와줘서 정말 기뻐요.  
     그의 말이 끝나자 칼퍼니아 아줌마는 우리를 이끌고 교회문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가 인사를 건네며 우리를 맨 앞으로 안내했다.  
    교회는 천장도 없고 페인트칠도 돼 있지 않았다. 
    벽을 따라 남포등이 놋쇠 남포받이 위에 매달려 있었다. 
    교회 의자는 소나무로, 연단은 거친 떡갈나무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그 위에는  하나님은 사랑이다 라고 씌어진 
    빛바랜 핑크빛 실크 깃발이 늘어져 있었고, 
    그 외에  세상의 빛 이라고 헌트식의 프린트가 된 
    그라비아판이 교회 장식의 전부였다. 
    그리고 일요일이면 보게 되는 피아노며 오르간, 
    찬송가나 교회 프로그램 등 교회에서 쓰는 비품들의 흔적은 어디서고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