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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2. 나도 검기 때문이지 4

Joyfule 2009. 1. 17. 04:38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2. 나도 검기 때문이지 4   
     어둠침침한 교회내부의 냉랭한 습기는 모여든 사람들에 의해 천천히 가셨다. 
    각자의 의자마다에는 싸구려 종이부채가 놓여 있었고, 
    겟세마네 정원 관리 안내문이나 세관검사면제 안내,  
    원하시는 것 모두 있습니다 라고 
    번쩍이는 글씨체로 된 틴데일 철공소 광고지가 놓여 있었다.  
    칼퍼니아 아줌마는 젬 오빠와 나를 
    장의자 맨 끝으로 오라고 손짓하고 우리들 사이로 들어와 앉았다. 
    그리곤 손주머니에서 끝을 막아 묶은 손수건을 꺼내 풀은 다음 
    십 센트씩 젬 오빠와 내게 각각 나누어주었다.   
    우리도 있어요.   
    오빠가 말했다.   
    그건 너희들이 갖고 있어.  
     칼퍼니아 아줌마가 말하자 오빠의 표정에 주저하는 빛이 역력했으나 
    어른에 대한 예우라고 판단한 오빠는 동전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나도 별다른 생각없이 오빠를 따라했다.   
    칼 아줌마.   
    나는 속삭이듯 말했다.   
    찬송가는 어디에 있어요?    
    이곳엔 찬송가가 없단다.    
    그럼 어떻게 ,,, .   
     쉿.   
    어느새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가 연단 위에 서서 교인들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작고 당당한 몸집의 리버렌드 목사는 
    검정 양복에 검정 넥타이,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다. 
    금시계줄이 창문 사이로 들어온 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 교회에 아주 귀한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젬 군과 스카웃 양입니다. 
    여러분 모두 그들의 아버지를 아시리라 믿습니다. 
    자, 그럼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공지사항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가 몇 장의 메모지를 들추다가 하나를 높이 들어 올렸다.   
    선교회가 아네트 리브스 자매 집에서 다음 화요일에 모임을 갖습니다. 
    바느질감을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는 또다른 메모지를 읽었다.   
    여러분 모두 톰 로빈슨 형제의 어려움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는 소년 때부터 이 교회의 충실한 신도였습니다. 
    그의 아내 헬렌을 위해 오늘부터 다음 셋째주 일요일까지 헌금을 걷을 예정입니다.   
    나는 오빠를 탁 쳤다.   
    저것이 바로 톰 ,,, .   
    쉬이!   
    나는 칼퍼니아 아줌마를 향해 얼굴을 돌렸지만 
    입도 열기 전에 아줌마는 주의를 주었다. 
    할 수 없이 궁금증을 억제하며 다시 목사에게 주목했다. 
    목사는 내가 조용해지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찬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제보가 가운데 통로로 내려가 우리 앞에 섰다. 
    그는 낡아빠진 찬송가를 펼치며 말했다.   
    273장을 찬송하겠습니다.   
    난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찬송가도 없이 어떻게 찬송을 해요?   
    칼퍼니아 아줌마는 미소를 머금고 내게 말했다.  
    조용, 곧 알게 될 거야.   
    드디어 제보가 목소리를 가다듬은 다음 
    멀리서 울리는 듯한 대포 소리로 찬송가를 읽어 나갔다.   
    저 강 너머에 은총의 땅이.   
    제보가 읽은 찬송가 가사들이 초자연적인 음색으로 
    수백 가지의 목소리가 되어 터져나왔다. 
    다만 마지막 음절은 제보를 따라 허스키한 소리로 허밍을 했다.   
    그곳은 영원한 꿀이 있는 곳.   
    음악이 다시 부풀어 오르듯 커졌는데, 
    마지막 음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다음 음절을 읽은 제보의 목소리와 겹쳐졌다.   
    믿음의 힘으로 그 강에 닿으리.   
    그 다음엔 주저하는 듯한 목소리들이 
    제보가 우렁차게 암송함에 따라 다시 거침없이 퍼져나갔다. 
    이어서 제보가 찬송가를 덮었다. 
    찬송가 도움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꺼져갈 듯한 음성으로 제보가 이어나갔다.   
    인식의 해, 
    저기 저 영원한 꿀이 흐르는 땅이, 
    빛나는 강 바로 저 너머.  
     찬송가가 서글픈 웅얼거림으로 한 음절씩 끝날 때마다 
    단순화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젬 오빠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오빠는 제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미 보았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 다음 순서로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는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에게 축복을 내리도록 하느님께 간구하는 등 
    우리 교회 예배의식과 별다른 점이 없었다. 
    다만 설교 중에 신성한 어투로 신도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 특이할 뿐이었다.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의 설교는 
    벽에 걸려 있는 격언이 엄격히 선언이라도 하는 듯 죄에 관한 솔직한 고발이었다. 
    밀주 제조업과 도박,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여성들의 죄에 대하여 경고했다. 
    밀매업자는 흑인특정지구에 커다란 고통거리였으며 여성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이미 모든 성직자에게 흡수되어 있는 
    여성음란에 대한 교리와 또다시 마주치게 된 것이었다. 
    오빠와 나는 그 다음 주일에 우리가 다니는 교회에서 
    똑같은 설교를 들어야 했다.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면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는 
    개인적 타락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좀더 자유롭게 표현했다는 점뿐이었다. 
    이를테면 짐 하이디가 아프지도 않으면서 
    다섯 번이나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거나, 
    킨스턴스 잭슨은 이웃과의 싸움으로 평판이 좋지 않으니 
    좀더 행동에 조심하라는 등의 직접적인 경고였다.  
    이러한 설교를 끝마친 목사는 연단 앞 테이블 옆에 서서 아침헌금을 간청했다. 
    그것 또한 생소한 장면이었다. 
    한 명씩 앞으로 나가 오 센트나 십 센트를 
    검정 에나멜칠을 한 커피깡통에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그리곤 동전이 짤랑 하고 울릴 때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다소곳하게 읊조리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가 바로 
    그 테이블 위에다 커피깡통을 쏟아 동전을 긁어모으고는 
    몸을 똑바로 세워 선언하는 것이었다.   
    이것으로는 안 됩니다. 십 달러가 더 필요합니다.   
    신도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