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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2. 나도 검기 때문이지 5

Joyfule 2009. 1. 18. 01:24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2. 나도 검기 때문이지 5  
    여러분은 이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고 계실 겁니다. 
    헬렌은 톰이 감옥에 있는 동안 아이들과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동전 한 개라도 더 헌금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곤 리버렌드 목사가 손을 들어 큰소리로 말했다.   
    알렉, 문을 닫아요. 
    십 달러가 모일 때까진 누구도 이곳을 떠나서는 안 됩니다.   
    칼퍼니아 아줌마가 손주머니를 열어서 낡은 동전지갑을 꺼내 
    젬 오빠에게 반짝이는 이십오 센트를 건네주었다.   
    아니에요, 칼 아줌마 우리 돈으로 넣을게요.   
    오빠가 속삭였다.   
    네 것도 내놔, 스카웃.   
    그 교회 안의 분위기가 차츰 무겁게 가라앉았고, 
    리버렌드 목사가 신자들에게 기대하고 있는 그 마음이 
    서서히 내게도 전해졌다. 
    선풍기는 지치지 않고 시끄러운 소음을 내고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교인들의 발소리만 흩어지고 있었고, 
    씹는 담배를 즐기는 사람은 더욱 고역스러워 보였다.  
    순간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의 준엄한 음성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캘로 리처드슨, 난 당신이 이 통로에 나오는 걸 아직 보지 못했소.   
    카키색 바지를 입은 깡마른 사내가 통로로 나와 동전을 떨어뜨렸다. 
    사내의 행동에 동의한다는 표현이 교인들 사이로 짓눌린 듯 터져나왔다.   
    아직 부양가족이 없는 분들이 희생을 하셔서 
    십 센트씩 넣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힘들게 십 달러가 모아졌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따뜻한 공기가 밀려들어왔다. 
    제보가  요르단 폭풍의 강둑 을 읊는 것으로 예배는 끝을 맺었다.  
    나는 좀더 남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칼퍼니아 아줌마는 나를 앞세우고 통로로 몰았다. 
    교회문 앞에서 칼 아줌마가 제보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오빠와 나는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의문스러운 점들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나중에 칼퍼니아 아줌마에게 묻기로 마음먹었다.   
    이곳에 찾아와줘서 정말 기쁘구나. 
    너희 아버님처럼 훌륭한 분을 찾아보긴 힘들단다.   
    결국 나의 호기심이 터져나왔다.   
    이 교회에서는 왜 톰 로빈슨의 아내를 위해 헌금을 해야 하나요?    
    모르고 있었니? 
    헬렌은 아이가 셋이라서 밖에서 일을 할 수가 없거든.    
    그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되잖아요. 목사님.   
    들판에서 일하는 흑인들은 그들의 아이들을 
    그늘진 적당한 곳에 놓아두곤 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두 줄의 면끈 안에 앉아 있었고 
    갓난아이는 엄마 등에 업히거나 헝겊자루를 이용하여 그 안에 앉혀놓았다.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가 머뭇거리다가 얘기를 시작했다.   
    진 루이스 양, 
    헬렌은 요즈음 일거리를 찾기가 아주 어렵단다 ,,, . 
    목화 따는 철이 오면 링크 디스 씨가 그녀를 써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 .    
    왜 그러는데요, 목사님?   
    어느새 칼퍼니아 아줌마의 손이 나의 어깨 위에 올려져 
    지긋이 누르는 압박감이 전해져왔다.  
    여기 들어오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는 간단히 인사치레를 했고, 
    오빠도 똑같은 인사말을 한 다음, 
    우리는 그 자리를 벗어나 집으로 향했다.   
    칼 아줌마, 톰 로빈슨이 무슨 잘못을 하고 감옥에 있는지는 알지만, 
    그렇다고 그의 아내를 고용하지도 않나요?   
    내가 물었다.  
    칼퍼니아 아줌마는 곤색 무명 원피스에 테있는 모자를 쓰고 
    젬 오빠와 나 사이에서 걷고 있었다.   
    사람들이 톰이 한 일을 떠들고 다니기 때문이란다. 
    사람들은 자기 가족과 관련이 없으면 별생각 없이 떠들어대거든.    
    그가 무슨 짓을 했는데요?   
    칼퍼니아 아줌마가 한숨지으며 말했다.   
    저 ,,, 봅 이웰 씨가 자기딸을 강간했다고 고발을 했단다.    
    이웰 씨요?   
    나는 기억의 촉수를 곤두세웠다.   
    학교에 첫날만 오는 그 이웰 아이와 연관이 있나요? 
    왜, 있잖아요. 아빠가 그들을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하셨거든요. 
    난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들어본 적이 없어요. 
    아빤 ,,, .    그래 맞아, 그 사람이야.    
    만약 메이컴의 모든 사람들이 이웰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안다면 
    헬렌을 그렇게 취급하지는 않을 텐데 ,,, 
    그런데 강간이 뭐예요, 아줌마?    
    아버지께 여쭤보도록 해요. 
    더 잘 설명해주실 테니까. 
    너희들 배고프지 않니? 
    오늘은 목사님이 엉킨 걸 푸시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지. 
    대체로 이처럼 지루하게 인도하시진 않으셨거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