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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2. 나도 검기 때문이지 6

Joyfule 2009. 1. 19. 00:57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2. 나도 검기 때문이지 6   
    그분은 저희 목사님과 똑같아요. 
    그런데 왜 그런 식으로 찬송을 하나요?   
    오빠가 물었다.   
    라이닝 말이니?    
    그걸 그렇게 말하나요?    
    그래, 라이닝이라고 하지. 언제나 그런 식으로 한단다.   
    젬 오빠는 일년 정도 헌금을 모아 찬송가 책을 사야겠다고 의사를 표시했다.  
    칼퍼니아 아줌마가 웃었다.   
    그래도 소용없단다. 그들은 읽지를 못하거든.    
    못 읽는다구요? 그 모든 사람들이요?   
    나는 호들갑스럽게 물었다.   
    응, 못 읽는단다. 
    우리 퍼스트 퍼처스에서는 오직 네 명이 글을 읽는데 내가 그중 한명이지.    
    무슨 학교에 다니셨어요, 칼 아줌마?  
    오빠가 물었다.   
    아무 곳도. 
    글쎄 누가 내게 글을 가르쳤을까? ,,, 음 ,,, 
    그래, 머디 애킨슨 부인의 고모이신 부포드 부인이셨다.    
    그럼 칼 아줌마도 그 정도 나이세요?    
    나는 핀치 변호사님보다도 나이가 많단다.   
    칼퍼니아 아줌마가 싱긋이 웃었다.   
    몇 살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언젠가 기억을 더듬어 본 적이 있었지. 
    그때 내가 핀치 변호사님보다 몇 년 정도 더 기억할 수가 있었거든. 
    사실, 많다고 해도 그다지 많지는 않을 거야. 
    남자들은 여자만큼 기억을 잘 못하니까.    
    생일이 언제예요, 아줌마?    
    난 진짜 생일을 몰라요. 
    그저 기억하기 쉽게 크리스마스로 하고 있단다.    
    하지만 아줌마는 아빠보다 훨씬 젊어보여요.   
    오빠가 말했다.   
    흑인들은 쉽게 늙지 않는단다.    
    어쩌면 글을 모르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칼퍼니아 아줌마가 제보를 가르치셨어요?   
    오빠가 물었다.   
    그래요, 젬. 그가 소년일 때는 학교조차도 없었지. 
    그래도 난 그를 가르쳤단다.   
    제보는 칼퍼니아 아줌마의 큰아들이었다. 
    내가 그런 일들을 조금만 깊이 생각했더라면 
    그녀의 성숙된 삶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들 제보가 청년에 가까운 나이였지만 
    난 그점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럼 우리들처럼 초급용 책으로 가르치셨나요?   
    내가 물었다.   
    아니, 매일 성경 한 페이지씩을 읽혔단다. 
    부포드 부인이 나를 가르치신 책을 내가 어디서 구했는지 너희들은 모를걸?   
    우리는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그건 말이다. 너희들의 할아버지이신 핀치 선생님이 주셨단다.    
    그러면 칼 아줌마도 핀치 가문의 영토 출신이세요? 
    어째서 한 번도 그런 얘기를 해주지 않았죠?    
    그래, 난 분명 그곳 출신이야, 
    젬 선생. 부포드 가문과 핀치 가문의 영토 사이에서 살면서 
    대부분 양쪽 집안 일을 했단다. 
    그리곤 네 아빠가 엄마와 결혼하시자 메이컴으로 온 거지.    
    그게 무슨 책이었는데요?   
    내가 물었다.   
    블랙스콘의 (비평서)였단다.   
    젬 오빠가 한대 얻어맞은 듯 멍청하게 물었다.   
    그럼 제보에게도 그 책으로 가르쳤나요?    
    그렇지. 왜, 뭐가 잘못됐나?   
    칼퍼니아 아줌마가 손가락을 입에 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것이 내가 갖고 있던 유일한 책이었거든. 
    너희 할아버지께서 블랙스톤은 훌륭한 영어문장을 사용했다고 하셨단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다르게 말했구나.   
    오빠가 알 만하다는 듯 말했다.   
    다른 사람 누구?    
    다른 흑인들 말이에요. 
    물론 칼 아줌마도 교회에선 그런 식으로 말했지만요 ,,, .   
    나는 칼퍼니아 아줌마가 지켜온 적당한 이중생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우리 가족과 밖의 생활에서 두 개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했다는 것을 한 번도 알아채지 못했다.   
    칼 아줌마, 
    수준이 낮다는 걸 알면서 그들과 있을 땐 왜 그런 투의 말을 하세요?    
    으음, 그건 말이다, 
    첫째는 나도 검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돼요.   
    젬 오빠가 말했다.  
    칼퍼니아 아줌마는 모자를 기울여 머리를 긁적이곤 
    다시 귀까지 조심스럽게 눌러썼다.   
    그걸 정확히 설명하기란 좀 어렵구나. 
    음 ,,, 스카웃이 집에서 흑인들 말투를 썼다고 해보자. 
    왠지 어색하겠지. 그렇지? ,,, 
    마찬가지로 내가 우리 교회에서 백인 말투만 쓰고 다닌다면 
    그들은 내가 모세한테라도 덤빌 듯 꼴값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단다.    
    하지만 칼 아줌마는 더 많이 알고 있잖아요.   
    나도 오빠를 거들었다.   
    내가 아는 걸 모두 다 말할 필요는 없단다. 
    그건 첫째 교양있는 일도 아니고, 
    둘째, 사람들이란 자기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법이거든. 
    더욱 화만 나게 할 뿐이지. 
    옳은 일을 지적해줘도 전혀 바꾸려하지 않는단다. 
    그들이 배우길 원하든 말든 그저 그들의 방식대로 따라가주는 것이 최선이란다.    
    가끔 칼 아줌마를 찾아봐도 되나요?   
    아줌마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를 보다니? 매일 보구 있잖니?    
    칼 아줌마네 집에서요. 일이 끝나면 아무때나 ,,, 
    아빠가 승낙하실 거예요.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환영하지.   
    우리는 래들리 집 앞 보도 위를 걷고 있었다.   
    저기 현관 좀 봐.   
    오빠가 말했다.  
    나는 그네 위에 앉아 있는 유령이라도 기대하며 래들리 집을 살펴보았다. 
    그네는 비어 있었다.   
    거기 말고, 우리 현관.   
    나는 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꼿꼿하고, 고집스럽게 알렉산드라 고모가 
    마치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흔들의자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