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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3. 내 마음속의 카스트 제도 2

Joyfule 2009. 1. 21. 01:45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3. 내 마음속의 카스트 제도 2   
    너희들 고모와 나는 지금이 어린 너희에게 꼭 필요한 때라고 느꼈다. 
    그건 이렇다, 스카웃. 
    아버지는 진지하게 말했다.
    너희 고모는 너희들처럼 나를 도와주시거든. 
    난 하루종일 너희들과 있어줄 수가 없는 데다가 
    다가올 여름은 더욱 바빠질 것 같아서 말이다. 
    네, 아빠. 
    나는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한 채 건성으로 대답했다. 
    어쨌든 난 고모의 출현이 아빠의 제안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고모는 언제나  가족을 위한 최선의 길 에 대해 자주 선언했고, 
    우리집에서의 생활 역시 그 범주 안에서 결정된 거라고 믿고 있었다.
    메이컴은 고모를 반갑게 맞이했다. 
    머디 애킨슨 아줌마는 레인케익을 구워왔다. 
    와인을 너무 많이 넣어 나를 취하게 했지만 ,,, . 
    스테파니 아줌마는 고모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 
    그들의 대화는 거의 스테파니 아줌마가 머리를 끄덕이며  
    음, 음, 음 이라고 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웃집 라이첼 아줌마는 오후에 커피를 마시러 왔고 
    나단 래들리 아저씨도 우리집 앞마당에 와서 인사를 나누었다
    고모가 우리와 함께 지내면서 생활은 다시금 매일매일의 속도로 계속 되었다. 
    알렉산드라 고모는 마치 항상 우리와 함께 살아온 것처럼 보였다. 
    선교단체모임에서 고모의 음식솜씨는 안주인으로서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해주었다. 
    독실한 개신교도인 고모는 이 모임의 필수조건인 
    맛있는 요리를 칼퍼니아 아줌마에게 맡기지 않았다. 
    또한 고모는 메이컴 기자클럽의 간사가 되었다. 
    메이컴의 파티 참석자 중에는 꽤 나이가 든 편이었다.
    고모는 보트를 갖고 있었고, 기숙학교에서 배운 예의범절이 있었다. 
    또한 도덕적 행위에 대해서는 무조건 따르며 지지했고, 
    대단한 사명을 띠고 태어난 듯한 구제불능의 수다쟁이였다. 
    고모는 학창시절에 어떠한 과목에서도 뒤지지 않는 뛰어난 우등생이었던 탓인지 
    내면의 아름다움은 미처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결코 지루해 하는 법이 없었고, 아무리 작은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그걸 조정하고 충고하며 주의를 주고 경고하는 걸 잊지 않았다.
    고모는 우리 가문이 지닌 우수성을 염두에 두고 
    다른 집안의 단점을 지적하는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고, 
    그런 습관은 젬 오빠를 오히려 재미있게 만들었다.
    고모는 메이컴 사람들에 대해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취조와 감시를 하시는 것 같아. 
    결국 그들도 우리와 같은 핏줄인데 말이야. 
    고모는 젊은 샘 메리웨더의 자살에 대해 이미 정신적인 이상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하고, 
    그것으로 그 집안을 병적인 내력이 있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또한 열여섯의 소녀가 성가대에서 
    킬킬거리기라도 하면 대뜸 못마땅하다는 투로 말했다.
    저건 모든 펜필드 가의 여자들이 경망스럽다는 걸 보여주는 거야. 
    어찌됐건 메이컴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성향이 있었다. 
    술마시는 성향, 도박, 천하고 한심한 성향 등이다.
    한 번은 스테파니 아줌마가 다른 사람에 대해 지나치게 알고 싶어하는 것은 
    유전이 분명하다고 고모가 단정하자, 아버지가 덧붙였다.
    알렉산드라, 
    네가 모든 걸 그런 식으로 연관시킨다면 
    핀치 가문 초기에 우리 조상들도 사촌과 결혼한 게 되는 거야. 
    결국 넌 핀치 가문이 근친성 결혼이라고 말하는 거야. 
    고모는 절대 아니라고 부인했는데, 
    왜냐하면 우리 집안 사람들의 손과 발이 작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고모의 유전에 관한 편견을 결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언젠가 들었던 말을 상기했다. 
    나는 훌륭한 사람이란 자신의 감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성취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아왔다. 
    그러나 고모의 간접적 견해로 볼 때 훌륭한 가문이란 
    이 땅이 발견된 이래 조그만 땅뙈기라도 갖고 있는 부류를 뜻하는 듯했다.
    그럼 이웰 집안 사람들도 훌륭하다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오빠가 말했다. 
    버리스 이웰이라는 종족은 메이컴의 쓰레기더미에서 삼 대째 살아왔고, 
    극빈자 복지연금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어찌됐건 알렉산드라 고모의 논리엔 뭔가 숨겨진 것이 있었다. 
    메이컴은 오래된 마을이었다. 
    그것은 핀치 가문 영토에서 이십 마일 떨어져 엉거주춤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역사가 시작될 무렵 철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여인숙을 하고 있던 
    싱크필드라는 약삭빠른 사람이 아니었다면 메이컴은 강가로 더 가까워질 수도 있었다
    그는 애국자가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총포 사업을 위해서라면 앨라배마에 속한 이주민이거나 
    인디언 부족이거나 가리지 않고 양쪽 모두에게 총을 팔아먹었다. 
    언젠가 그의 사업이 크게 번창할 때 윌리엄 와트 빕이라는 사령관이 
    새롭게 메이컴을 넓혀서 관할 청사를 세우려고 그곳으로 측량사를 급파했었다. 
    그 측량사는 싱크필드의 여관에 머물며 그에게 그 메이컴의 예정지를 보여주었다. 
    그때 싱크필드가 자신의 땅을 지키려는 대담한 욕심이 없었더라면 
    메이컴은 모든 이익이 철저히 배제된 윈스턴 늪지에 자리잡게 됐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