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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3. 내 마음속의 카스트 제도 3.

Joyfule 2009. 1. 22. 02:15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3. 내 마음속의 카스트 제도 3.   
    그러나 반대로 메이컴은 싱크필드 여관을 기점으로 상당히 넓어졌다. 
    그때 싱크필드는 당시 측량사가 지독한 근시에다 술에 취한 걸 이용하여 
    자신의 이해타산에 맞게 지도와 도표를 고쳐놓았던 것이다. 
    그리곤 다음날 술 다섯 병과 함께 그 고쳐진 도표를 하나는 그들 것으로 
    또 하나는 사령관용으로 잘 싸서 보낸 것이다.
    메이컴이 지금처럼 된 첫째 이유는 관할청이 있기 때문에 
    다른 소지방과 다르게 궁색스러움을 면하였다는 것이다. 
    처음에 세워진 건물은 견고하고 조형미가 뛰어났으며 메이컴의 자랑인 거리는 넓었다. 
    전문인의 비율도 높아 다른 지방 사람들은 이를 뽑기 위해 메이컴을 찾아야 했고, 
    마차를 고치거나 영혼을 구제받기 위해, 또는 노새를 검사하러 메이컴으로 몰렸다.
    그러나 싱크필드 전략은 결국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것은 당시 유일한 수송로인 강으로부터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상품을 사려는 사람들은 메이컴 주의 북쪽 끝에서 메이컴으로 가는데 
    이틀을 소비해야 했고 그 결과 메이컴은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넓은 목화밭과 임목지역으로 된 여전한 풍경으로 남아 있게 된 것이었다.
    메이컴은 전쟁으로 인한 커다란 피해는 없었으나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과 제도적 장치를 위한 꾸준한 검토가 추진되었다. 
    하지만 그건 지역 이기주의에 불과했고, 새로 이주한 사람들은 거의 정착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 지역사회 사람들끼리 인연이 깊어져 갔으므로 
    같은 집안끼리 결혼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간혹 누군가 몽고메리나 모빌에서 살다가 되돌아와도 
    메이컴 특유의 분위기에 흡수되어버렸다. 
    그런 분위기는 나의 유년기와 별 다름이 없었다.
    메이컴은 진정한 의미에서 카스트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야 옳았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카스트 제도는 
    마을 어른들과, 시간의 흐름 속에 살아온 현재의 시민들로 대별되어 
    서로를 철저히 들여다본다는 것이었다. 
    마음가짐이나 성격, 성장기의 모습과 행동거지 등이 
    대대로 이어져 세월이 흐름에 따라 세련되어왔다.
    크러포드의 마음은 그 자신의 것만이 아니다. 
    메리워터의 삼 대는 불건전하다. 
    진실은 델라필즈 은행에도 없다. 
    부포드 사람들은 그렇게 걷는다. 
    이와 같은 격언이 암암리에 생겨났고 날마다의 삶을 간단히 지배하고 있었다. 
    신중한 전화 없이는 절대 델라필즈 은행으로부터 수표를 끊을 수 없었고 
    머디 애킨슨 아줌마의 어깨가 올라간 이유도 그녀가 부포드 집안이기 때문이었다. 
    그레이스 메리웨더 부인이 리디아 필크햄 상표의 진을 홀짝인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녀의 어머니도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알렉산드라 고모는 잘맞는 장갑처럼 메이컴의 세계에 적응해나갔다. 
    그러나 오빠와 나의 세계와는 결코 맞지 않았다. 
    나는 툭하면 어떻게 고모가 아버지가 잭 삼촌의 누이가 될 수 있는지 의아해 했다. 
    그래서 오빠가 꽤 오래 전에 얘기해준 만다라 꽃뿌리나 
    슬쩍 바꿔친 아이에 관한 희미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은 단지 
    고모의 한 달간의 체류를 종합해본 추상적 고찰에 지나지 않았다. 
    고모는 우리와 대화를 나눈 적이 거의 없었고 
    식사 시간이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만 겨우 마주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때는 여름이어서 우리는 늘 집 밖에서 놀았다. 
    가끔 물을 마시러 집 안으로 뛰어들어갈 때면 
    메이컴 숙녀들과 함께 거실에서 차를 홀짝이거나 속삭이며 
    부채질하는 고모와 맞닥뜨리기도 했다. 
    그러면 틀림없이 나를 불러세웠다.
    진 루이스! 이리 와서 이분들께 인사드려라! 
    내가 문 앞에 나타나는 순간 고모는 나를 부른 걸 후회하는 듯 보였다. 
    나는 보통 진흙투성이에 모래를 뒤집어쓰고 있었던 것이다.
    네 사촌 릴리께 인사드려라. 
    어느 날 오후 복도에서 고모는 나를 불러세웠다.
    누구라구요. 
    너희들 사촌 릴리 브룩이란다. 
    저 분이 우리 사촌이세요? 몰랐는데. 
    알렉산드라 고모는 릴리 사촌에게 송구스러운 듯한 미소를 점잖게 보내고, 
    나에게는 단호한 비난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릴리 브룩 사촌이 떠나면 난 꼼짝없이 야단을 맞을 것이다.
    아버지가 핀치 가문에 대해 말하기를 게을리했거나 
    가족으로서 품위를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해 소홀히 여긴 것은 슬픈 일이었다. 
    고모는 젬 오빠를 호출했고 오빠는 내 옆에 조심스레 앉았다. 
    고모는 잠깐 자리를 떠나 (조슈아 클레어 명상집)이라고 
    금장으로 찍힌 자줏빛 벨벳책을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