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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4. 우리는 모두 필요한 사람들이야 2.

Joyfule 2009. 1. 25. 02:17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4. 우리는 모두 필요한 사람들이야 2.   
    오빠가 인정이 많다는 건 알아요, 
    여유있고 너그러운 분이니까요. 
    하지만 딸을 생각해야죠, 자라나고 있는 딸을.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거다. 
    그렇다면 늦추지 말아요. 조만간 부딪치게 될 문제일 테니. 
    서둘러 시작하는 편이 좋을 거예요. 
    지금은 이집에서 그녀가 꼭 필요한 건 아니라구요. 
    아버지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았다.
    알렉산드라, 칼은 스스로 원하지 않는 한 이집을 떠나지 않을 거다. 
    넌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지난 오랜 세월 동안 그녀가 없었다면 우린 어려웠을 게다. 
    그녀는 성실한 우리집 식구이고 너도 그것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할 거야. 
    게다가 네가 우리를 위해 무슨 일이든 벌이는 건 원치 않는다.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우리에겐 앞으로도 여전히 칼이 필요하니까 ,,, . 
    하지만 오라버니 ,,, . 
    또한 그녀가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애들 엄마가 했던 것보다 그녀가 더 엄할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해서 결코 나쁘게 키우진 않을 거야. 
    그녀는 대부분의 흑인들처럼 제멋대로 행동하게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그녀는 타고난 지혜로 아이들을 다루고 있고, 
    그녀의 지혜는 퍽 훌륭한 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거다. 
    나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란 칼퍼니아 아줌마를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기운을 되찾아 다시 거실로 들어갔다. 
    그때 아버지는 다시 신문을 집어들고 있었고, 
    고모는 자수를 걱정하고 있었다. 
    퐁, 퐁, 퐁. 바늘 꽂히는 소리에 이어 
    더 팽팽하게 천이 잡아당겨지고 퐁, 퐁, 퐁 소리가 이어졌다. 
    고모는 화가 나 있었다.
    오빠가 일어나 카펫 위를 어정어정 걸어가며 나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자기 방으로 나를 데려간 오빠는 문을 닫았다. 
    표정은 매우 진지하게 보였다.
    두 분이 다투셨어, 스카웃. 
    오빠와 나는 자주 싸우고 떠들어댔던 편이었지만 
    아버지가 다투는 모습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으므로 
    그것은 마음 편한 광경이 아니었다.
    스카웃, 고모한테 반항하지 마, 알겠니? 
    아직도 두 사람의 논쟁이 쟁쟁하게 나의 귓전을 맴돌고 있었으므로 
    오빠의 질문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나는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었다.
    뭐라고 그랬어? 
    됐어, 아빤 요즈음 우리 걱정 말고도 근심이 많으셔. 
    그게 뭔데? 
    아버지는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다.
    톰 로빈슨 일로 몹시 걱정하고 계셔. 
    나는 아버지가 그런 일로 걱정할 리가 없고 
    그런 일은 가끔 우리를 불편하게 할 뿐 오래 가지는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건 네가 뭘 모르고 있기 때문이야. 
    조금 더 있으면 ,,, 어른들과는 달라, 우리 ,,, . 
    오빠는 말을 하려다가 중간에서 그만둬 버렸다.
    요즈음 오빠의 허세는 나를 견딜 수 없게 하곤 했다. 
    오빠는 책을 읽다가도 홱 나가버리는 버릇이 있었고, 
    아직까지는 읽던 책을 내게 빌려주기는 했지만,
    하여튼 예전과는 다른 뭔가가 있었다. 
    오빠는, 전에는 내가 책읽기에 신나는 듯 보여 책을 빌려줬지만 
    지금은 나의 계발과 교육을 위해서 삼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단한 척하시네! 
    너 정말, 고모께 계속 그런 식으로 굴면 가만 안 놔둔다. 
    해볼 테면 해보시지. 이 형편없는 허수아비야. 내가 가만두나 봐라. 
    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오빠의 앞머리를 움켜잡고 다른 손으론 입을 눌러버렸다. 
    오빠가 나를 후려치는 바람에 다시 왼쪽을 시도했지만, 
    오빠의 주먹이 내 배를 향해 날아왔고, 나는 바닥에 뻗고 말았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그건 문제도 아니었다. 
    오빠도 여전히 나를 상대로 싸우고 있었으니까 우린 아직도 비긴 것이었다.
    그렇게 높고 거룩한 체하더니. 
    나는 목청껏 소리지르며 다시 덤벼들었다. 
    오빠가 아직도 침대 위에 있어 안정된 자세를 취할 수가 없었던 나는 
    온몸을 날려 때리고, 꼬집고, 잡아당기고 비틀었다.
    주먹싸움이 큰 소동으로 확대되어 아버지가 우리를 떼어놓을 때까지 
    나는 끝끝내 버둥거리고 있었다.
    자, 그만. 당장 침대로 돌아가! 
    바보, 멍청이, 매롱! 
    오빠가 나가자 아버지가 체념한 듯 물었다.
    누가 시작했니? 
    오빠요, 제게 명령하려 했어요. 
    아직은 오빠 말 안 들어도 돼죠? 그렇조,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