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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4. 우리는 모두 필요한 사람들이야 3.

Joyfule 2009. 1. 26. 09:38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4. 우리는 모두 필요한 사람들이야 3.   
    아버지가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젠 그만해라. 
    젬이 올바른 행동을 한다면 오빠 말도 들어야 한다. 그럼 됐지? 
    묵묵히 지켜보던 알렉산드라 고모가 
    아버지와 함께 복도를 걸어가며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계속 얘기한 일 중의 하나일 뿐이에요 ,,, . 
    그말은 우리가 다시 공동의식을 갖도록 만들었다.
    우리들 방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붙어 있었다. 
    내가 그 벽에 달린 문을 닫자 오빠가 말했다.
    잘 자라, 스카웃. 
    오빠두. 
    나는 형광등 스위치를 올리려고 조심스레 다가가며 우물거렸다. 
    그리곤 침대로 가려는데 따뜻하고 뭉클한 것이 밟혔다. 
    고무 같기도 했지만 확실하지 않은 어떤 것이 움직이는 소리까지 내고 있었다.
    스위치를 올리고 나서 내려다보았지만 바닥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연결문을 두드렸다.
    왜 그래? 
    뱀의 느낌이 어때? 
    조금 거칠거칠하고 차갑지 뭐. 
    먼지 낀 것 같기도 하구. 그런데 왜? 
    내 침대 아래에 있는 것 같아. 이리 와서 좀 봐줄래? 
    너 장난치려는 거지? 
    오빠가 문을 열었다. 
    파자마 차림이었고, 내가 주먹으로 쳐서 생긴 멍이 입 언저리에 나타나 있었다. 
    나는 안쓰러운 마음으로 입 언저리를 쳐다보며 
    뱀 같은 것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넌 내가 얼굴을 들이대면 엉뚱한 짓을 생각해낼 거야. 잠깐 기다려봐. 
    오빠는 부엌으로 가서 자루가 긴 비를 가져왔다.
    침대 위로 올라가봐. 
    진짜 뱀인 것 같아? 
    사실 이런 일이 아주 황당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 마을의 집들은 지하실 없이 바닥에서 몇 피트 정도 위에 지어졌던 것이다. 
    아직 파충류가 들어왔다는 소문은 많지 않았지만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었다. 
    라이첼 하버포드 아줌마는 어느 날 실내복을 걸어두러 가보니 
    벽장에 방울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고 했다. 
    그것이 매일 아침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셔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오빠가 시범적으로 침대 밑을 훑었고, 
    나는 뱀이 있는지 보려고 발 아래를 일일이 조사했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오빠가 더 깊숙이 휘저었다.
    뱀이 킬킬거려? 
    뱀이 아니야, 누군가 있어. 
    갑자기 갈색 꾸러미가 침대 아래서 튀어나왔다.
     순간 오빠가 비를 들어 내리쳤는데, 
    딜의 머리에서 일 인치 정도 빗겨나갔다.
    맙소사! 
    오빠의 목소리가 얼어붙었다. 
    딜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딜은 더 건강해진 듯 보였다. 
    완전히 몸을 펴고는 어깨를 추스르고 발목도 돌리고 
    목뒤를 문질러 근육을 푼 다음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오빠는 다시 하느님을 불렀고, 나도 할 말을 잃었다.
    난 지금 굶어죽을 지경이야. 뭐 먹을 것 좀 없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상태에서 나는 부엌으로 내려가 
    우유와 저녁에 남긴 옥수수빵을 가져왔다. 
    딜은 습관대로 앞이빨로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나는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여길 어떻게 온 거니? 
    우유와 옥수수빵으로 겨우 기운을 차린 딜은 
    그의 틀에 박힌 이야기투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의 새아버지는 딜을 몹시 미워한 나머지 
    사슬로 묶어 지하실에 가두어버렸다. 
    메리디안에는 지하실이 있다고 했다. 
    살려달라고 외쳐대는 소리를 들은 농부가 그를 구해주었는데, 
    마음씨 착한 농부는 통풍장치 안으로 
    두 말 정도의 콩깍지를 넣어주었던 것이다. 
    딜은 벽에서 사슬을 잡아당겨 도망칠 수 있었지만 
    팔목엔 쇠고랑이 그대로 채워져 있었다.
    메리디안에서 이 마일 밖까지 헤매다가 규모가 작은 서커스단을 만나 
    그 자리에서 낙타 목욕시키는 일에 고용되었다. 
    그의 정확한 방향감각으로 추측컨대 메이컴에서 강 하나 사이인 
    애보트 군이 있는 앨라배마에 도착할 때까지 서크스단과 함께 
    미시시피 전체를 여행했으며, 나머지 길은 걸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