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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5.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1.

Joyfule 2009. 1. 29. 01:36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5.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1.    
수많은 전화, 
피고의 변론과 피고의 어머니가 보낸 
용서를 구하는 장문의 편지가 도착한 후, 
딜은 당분간 우리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후 일주일은 평화롭게 흘러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서히 악몽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어느 날 저녁 무렵이었다.
딜이 건너와 있었고 알렉산드라 고모와 아버지는 각자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는 고모에게 예의를 갖추기로 마음먹은 터였다.
오빠의 키는 부쩍 자라 나무집에 손쉽게 올라갈 수 있었는데도 
딜과 나를 위해 줄사다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때까지도 딜은 손끝 하나 까딱 않고 
부 래들리를 끌어내는 묘안을 짜내려고 분주했다. 
뒷문에서 앞마당까지 레몬즙을 떨어뜨려놓으면 
마치 개미처럼 그 자국을 따라 나올 거라는 등등.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가 나갔다. 헥 테이트 씨였다.
들어오시라고 해라. 
아버지가 말했다.
저, 핀치 변호사님, 밖에서 사람들이 뵙자고 하는데요. 
메이컴에서 남자 어른들이 앞마당에 서 있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죽음과 정치. 나는 누가 죽었을까를 생각하며 오빠와 문가로 다가갔다.
집 안에 있거라. 
아버지가 큰소리로 말했다. 
오빠는 거실의 전등을 끄고 코를 창문에 처박고 내다보고 있었다. 
고모가 만류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잠깐만요, 고모. 누구인지만 보구요. 
딜과 나는 또다른 창문을 차지했다. 
여러 명의 남자들이 아버지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고 
그들은 한꺼번에 얘기하는 듯 보였다.
  ,,, 내일 그를 군내 교도소로 옮기는 ,,, . 
테이트 보안관이 말하고 있었다.
말썽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아무 일 없으리란 보장은 할 수가 없어서요 ,,, . 
어리석은 소리. 여긴 메이컴이요, 헥. 
아버지가 타이르듯 말했다.
전 ,,, 그저 불안해서요. 
보안관, 이미 이 공판의 연기신청은 얻어냈고 미심쩍은 일도 전혀 없소. 
오늘이 토요일이니 공판은 월요일쯤이 될 거요. 
보안관이 그를 하룻밤만 지켜주면 돼요. 할 수 있겠소? 
이렇게 어려운 때에 메이컴에서까지 
소송의뢰인에 대해 원한을 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아버지가 말했다.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링크 디스 씨의 얘기로 갑자기 조용해졌다.
이곳에서 어떤 짓을 벌일 사람은 없어요. 
저기 올드새럼 작자들이 걱정인 거요 ,,, 안 그렇소, 보안관? 
그럼 재판관할구를 바꾸세요. 
이제 그건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테이트 씨가 말했다.
아버지가 뭐라고 말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오빠에게 고개를 돌리자 조용히 하라고 손을 내저었다.
 ,,, 게다가 당신은 그런 패거리들을 겁내진 않을 거 아니오. 
아버지의 말이었다.
 ,,, 그들이 취해 있을 땐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 . 
일요일엔 술도 안 마시고 대부분 교회에 가 있을 거 아니오 ,,, . 
어찌됐거나 이 문제가 워낙 예삿일이 아니라서 ,,, .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고모는 거실 전등을 꺼버린 건 집안망신이라고 했지만 오빠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 왜 변호사님이 이 일에 손을 대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링크 디스 씨가 계속했다.
이 일을 계속하신다면 모든 걸 잃게 될 겁니다. 모든 것을 말입니다. 
당신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오? 
이것이야말로 아버지의 위험스런 반문이었다. 
그 순간 나는 얼마 전에 내게 던졌던 아버지의 말투가 떠올랐다.
스카웃,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버지는 체커판을 휙 쓸어버렸고, 
곧이어 오빠에게 말했다.
젬,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다면 이걸 읽도록 해라. 
오빠는 그날 저녁 내내 헨리 W. 그래디의 연설문을 읽어내느라고 낑낑거려야 했다.
링크, 그 사람을 전기의자에 앉힐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진실이 밝혀질 때까진 그럴 수는 없소. 
그리고 당신은 무엇이 진실인지 알고 있을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