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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6. 흑인을 변호하는 아버지 5

Joyfule 2009. 2. 10. 01:27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6. 흑인을 변호하는 아버지 5    
    이것은 새로운 뉴스였다. 
    아버지가 원한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관점. 
    그런데 왜 그것에 대해 아무 말씀도 안 하셨을까. 
    여러 차례 우리는 아버지 입장에 대해 또한 자신에 대해 변호해야만 했는데....... 
    아버지는 그 얘기를 해주었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덜 싸우고 소동을 피우기 않기 위해서라도 설명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마을사람들의 태도는 어때야 하는가.
    법정이 아버지를 지명했고, 아버지는 그에 대해 변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점이 바로 마을사람들이 싫어하는 이유라니 ......
    나는 혼란스러웠다. 
    흑인들은 백인들이 모두 들어가기를 기다렸다가 입장하기 시작했다. 
    아이들러즈 클럽의 한 멤버가 지팡이로 막았다.
    "어이, 잠깐 기다려요. 아직 위층으로 올라가지 마시오." 
    그리곤 그 클럽 할아버지들이 오르기 시작했다. 
    딜과 오빠는 나를 찾아 빠져나오다 거의 압사 직전의 상태에서 소리쳤다.
    "스카웃, 이리 와. 거긴 자리가 없어. 서서 봐야 될 것 같아'
    "저길 좀 봐!" 
    오빠는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위층엔 흑인들이 들끓고 있었고 설 만한 자리는 모두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행운이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 내 탓이었다. 
    오빠에게 핀잔을 들으며 궁상맞게 벽에 기대고 있었다.
    "너희들 이곳으로 올라오겠니? "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가 위층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검은 모자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목사님. 스카웃이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버렸어요." 
    "그래? 자리를 만들어보마." 
    잠시 후 리버렌드 목사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아래층은 자리가 없구나. 어때, 발코니라도 괜찮겠니?" 
    "물론이죠, 목사님." 
    오빠가 대답했다.
    우리는 법원 복도로 뛰듯이 나가 지붕이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가 숨을 몰아쉬며 우리들과 함께 
    흑인들이 있는 발코니 쪽으로 천천히 비집고 들어갔다. 
    맨 앞줄에 있던 네 사람이 좌석을 내주었다. 
    그 흑인들이 있던 발코니는 삼면으로 되어 있었는데 
    삼층 높이의 베란다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매우 잘 보였다.
    배심원들은 아래층 왼쪽의 기다란 창문 밑에 앉아 있었다. 
    볕에 그을리고 깡마른 것으로 보아 그들은 모두 농부인 듯했다. 
    그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읍내 사람들은 배심원석에 앉지 않으려고 파업을 하거나 사퇴하기도 했다. 
    배심원 중 한두 명은 커닝햄 사람들 같은 옷차림으로 신분도 분명치 않았는데,
    모두 연단 위에 똑바로 앉아 빈틈없이 주시하고 있었다.
    순회재판 법무관과 또다른 남자, 
    아버지와 톰 로빈슨은 등을 보이며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법무관 책상 위엔 갈색 책과 누런 서판장이 놓여 있었다. 
    아버지 앞에는 아무 것도 놓여있지 않았다. 
    관람석과 법정을 나누어놓은 가로대 바로 안쪽엔 
    증인들이 우리 쪽을 등지고 소가죽 의자에 앉아 있었다.
    테일러 판사는 졸린 늙은 상어처럼 의자 위에 앉아 있었고 
    그의 방어(pilot fish)들은 바로 아래에서 무언가를 빠르게 쓰고 있었다.
    테일러 판사는 내가 항상 보아왔던 대부분의 판사와 똑같은 이미지였다. 
    부드러운 백발에 혈색이 좋은 편인 그는 
    자신의 법정에서 놀랄 만큼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때로는 양다리로 버티고 서 있거나 주머니칼로 손톱을 다듬기도 했고, 
    언제나 조는 듯한 인상이었다. 
    한 번은 변호사가 그를 깨워놓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쌓여 있는 책더미를 바닥으로 밀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러자 판사는 눈도 뜨지 않은 채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했다.
    "휘틀리 변호사, 또 한 번 그런 짓을 하면 백 달러 벌금을 물리겠소."
    그는 평생을 법률로 살아온 사람으로, 부주의한 듯 보여도 
    그 앞에 놓여 있는 모든 소송절차에 대해 철저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법정이 열리고 처음으로 판사를 몹시 당혹스럽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건 커닝햄이라는 사람들의 사건으로 그들은 올드새럼 출신이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 초창기에서부터 같은 이름이 나오게 된 것이었다. 
    커닝햄 집안과 코닝햄 집안이 결혼을 했고 
    그들은 토지 분배로 마찰이 생겨 재판을 의뢰했다. 
    그때 이 사람들이 논쟁하는 동안 짐스 코닝햄은 
    자기의 어머니가 계속 커닝햄으로 발음했다고 증언했다. 
    사실 그녀는 코닝햄이라는 철자를 정확히 알지 못했고 
    책을 읽을 줄도 몰랐으며 베란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아홉 시간 동안 이 엉뚱한 사건을 듣게 된 후 테일러 판사는 
    그 소송사건을 법원 밖으로 집어던져 버렸다.
    "이건 소송방조에 근거가 되는 거야!" 
     이렇게 소리치며 이건 소송 당사자들이 각각 자신들의 이름에 
    정확한 발음을 결정하여 그것에 만족하기를 
    신의 이름으로 희망한다고 선언하면서 판결을 끝낸 것이었다. 
    결국 그들은 그렇게 했다. 
    그것이 그들이 원하는 것의 전부였는지도 모른다.
    테일러 판사는 재미있는 버릇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는 법정에서 흡연을 허락하고 있어서 때로 운이 좋으면 
    마른 시거를 입에 넣고 천천히 씹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른 시거가 점차로 없어지면서 담배의 진액이 나와서 타액과 섞였고, 
    몇 시간 후에는 단순히 맨질맨질한 덩어리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께 테일러 부인이 키스하는 걸 
    어떻게 견뎌낼 수 있는지 여쭈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아버지는 그분들은 키스를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다고 대답해주었다.
    증인석은 판사석 오른쪽에 있었고, 
    우리가 자리에 앉았을 때는 이미 헥 테이트 씨가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