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7. 당신은 왼손잡이군요, 이웰 선생 1.

Joyfule 2009. 2. 11. 01:08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7. 당신은 왼손잡이군요, 이웰 선생 1.   
    "오빠, 저 아래에 이웰 집안 사람들이 있어." 
    "조용히 해봐, 헥 테이트 씨가 증언하잖아." 
    정장을 한 테이트 씨의 모습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그의 긴 부츠와 두꺼운 무명 재킷, 탄환이 박혀 있는 벨트가 보이지 않아 
    그에 대한 나의 두려움이 사라졌다. 
    증인석에서 앞으로 나올 듯한 자세로 앉아 있는 그는 
    검사의 말을 들으며 거머쥔 두 손을 무릎 사이에 끼고 있었다.
    검사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길러 씨로 애보츠빌 출신이며 
    언젠가 한 번 법원소집에서 본 적이 있을 뿐이었다. 
    오빠와 나는 법원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없었으므로 자주 대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는 대머리에 매끈한 얼굴이어서 사십대에서 육십대까지 어느 나이로든 보아줄 수 있었다. 
    그가 우리를 등지고 있어도 그의 눈이 약간 사팔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에게는 그것이 유리한 점이었다. 
    사실 그가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을 때에도 마치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는 듯해 
    배심원과 증인에게는 아주 지독한 존재였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빈틈이 없고 세심한 검사를 대하고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니까.
    " ,,, 당신이 직접 ,,, . "
    길머 씨가 말하고 있었다.
    "글쎄요," 
    테이트 씨가 안경을 만지며 두 눈을 내리깐 채 얘기하기 시작했다.
    " ,,, 저를 불렀습니다 ,,, ." 
    "배심원석을 향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테이트 씨. ,,, 고맙습니다. 누가 당신을 불렀습니까?" 
    "봅 ,,, 아니, 저기 봅 이웰 씨가 어느 날 밤 저를 불렀습니다." 
    "그게 언제였습니까?"
    "십일월 이십일일 밤이었습니다. 
    제가 막 사무실을 나가려는데 보 ,,, 아니, 이웰 씨가 들어왔습니다. 
    어떤 검둥이가 자기 딸을 강간했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가셨습니까?" 
    "물론입니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았죠." 
    "거기서 무엇을 발견하셨습니까?" 
    그녀가 거실 한가운데 엎드려 있었습니다. 
    몹시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흔들었더니 천천히 일어나 구석으로 가선 얼굴을 닦더군요.
    그리곤 괜찮다고 했습니다.
    누가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톰 로빈슨이 그랬다고 했습니다." 
    손톱에 열중하고 있던 테일러 판사는 마치 아버지의 이의 제기를 예상한 듯 쳐다보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테이트 씨가 계속했다.
    "분명 톰이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고, 
    그가 유혹했느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곧장 톰의 집으로 가서 그를 데려다 확인시키고 감금했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고맙습니다." 
    길머 씨가 말했다.
    "질문 있습니까, 애티커스?" 
    테일러 판사가 물었다.
    "네, 있습니다." 
    아버지는 테이블 뒤에 다리를 포개고 비스듬히 앉아 
    한 팔을 옆의자의 등받이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의사를 불렀습니까, 보안관? 어떤 의사든 말입니다." 
    아버지가 질문을 던졌다.
    "아닙니다." 
    테이트 씨가 대답했다.
    "의사를 부르지 않았습니까?" 
    "네." 
    테이트 씨가 반복했다.
    "왜 부르지 않았습니까?"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엉망이 되어 있었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의사를 부르지 않았군요. 
    당신이 그곳에 있는 동안 사람을 보내거나 
    그녀를 누구에게 보이거나 하지 않았습니까? '
    "네, 변호사님." 
    그때 테일러 판사가 신문을 중단시켰다.
    "그는 세 번이나 똑같은 대답을 했소, 
    애티커스. 그는 의사를 부르지 않은 겁니다." 
    "전 확인을 하려는 겁니다, 재판장님." 
    아버지의 말을 들은 판사는 미소를 지었다.
    오빠는 발코니 난간을 꽉 쥐고 있었는데, 
    갑자기 숨을 몰아쉬곤 내려다보았다. 
    난 오빠가 괜히 폼잡느라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딜은 태평스레 쳐다보고 있었고, 옆자리의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도 그처럼 앉아 있었다.
    "뭐야, 오빠?" 
    "쉿." 
    내가 속삭이자 오빠는 말을 가로막았다.
    "보안관, 당신은 그녀가 지독하게 구타당했다고 했습니다. 
    어떤 식으로 구타를 당했습니까?" 
    "저, 그러니까 ,,, ." 
    "그녀의 상처에 대해서만 설명해주십시오." 
    "네, 그녀는 머리부분을 구타당했고 팔도 멍들어 있었습니다. 
    제가 오기 삼십 분 전에 일어난 일이었거든요." 
    "어떻게 아십니까?" 
    테이트 씨가 웃었다.
    "그건 그들의 말이었습니다. 
    어찌됐건 제가 그곳에 도착했을 땐 심하게 멍들어 있었습니다. 
    눈 주위도 퍼렇게 되어 있었구요." 
    "어느 쪽 눈이었습니까?" 
    테이트 씨가 눈을 끔뻑거리더니 한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저, 그러니까 ,,, ." 
    그는 조용히 말하며 그 질문이 유치하다는 듯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기억할 수 있습니까? "
    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테이트 씨는 앞에 앉은 사람을 놓고 기억을 떠올리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왼쪽이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에서 왼쪽입니까, 당신이 보는 쪽에서 왼쪽입니까?" 
    네, 맞아요. 그녀의 오른쪽입니다. 오른쪽 눈이었어요,
    핀치 변호사님. 지금 기억이 납니다. 
    그 주위가 엉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무언가 명백해진 듯 
    눈을 끔뻑이곤 머리를 돌려 톰 로빈슨을 훑어보았다. 
    톰 로빈슨이 본능적으로 머리를 들었다.
    아버지는 명백한 것을 얻었음이 분명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안관, 지금 한 말을 다시 한 번 반복해주시겠습니까?" 
    "전 분명 그녀의 오른쪽 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서기 책상으로 걸어가 몸을 구부리고 
    뭔가를 격렬하게 휘갈겨 쓰곤 속기노트를 홱 돌렸다. "
    그때 법원서기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