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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7. 당신은 왼손잡이군요, 이웰 선생 2.

Joyfule 2009. 2. 12. 01:21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7. 당신은 왼손잡이군요, 이웰 선생 2.   
    전 분명히 기억합니다, 핀치 변호사님. 
    얼굴 오른쪽을 얻어맞았다는 것 말입니다." 
    아버지가 다시 테이트 씨를 쳐다보았다.
    "어느 쪽이었다구요, 헥?" 
    "오른쪽이었습니다, 변호사님. 
    게다가 그녀는 더 멍이 ,,, 말해도 될까요?" 
    아버지는 경계의 빛을 잠깐 보이곤 그러는 것이 더 나으리라고 판단한 듯 말했다.
    "네, 그녀의 다른 상처는 어땠습니까? "
    테이트 씨가 대답하는 동안 아버지가 돌아서서 톰 로빈슨을 쳐다보았다. 
    미리 이야기된 것이 아닌 듯했다.
    " ,,, 그녀의 팔에도 멍이 들어 있었고, 목을 보여주는데 
    식도 주위에 선명한 자국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목 전체였습니까? 목 뒤쪽에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님." 
    "그렇습니까?" 
    "네, 그녀의 목은 가늘어서 누구든지 쉽게 움켜쥘 수 있었을 겁니다." 
     "질문에 네, 아니오로만 대답해주십시오, 보안관." 
    아버지가 냉담하게 말했고 테이트 씨가 말을 끝냈다.
    아버지는 의자에 앉으며 법무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재판장에게도 테이트 씨에게도 끄덕였다. 
    테이트 씨는 증인석에서 꼿꼿하게 일어났다.
    그는 마루바닥으로 내려서고 있었다. 
    안고 있는 젖먹이들은 다시 추스려졌고, 몇몇 아이들은 법정 안을 뛰어다녔다. 
    우리 뒤의 흑인들도 그들끼리 조용히 속삭였다.
    딜이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에게 모두들 뭘 하고 있는 거냐고 묻자, 모른다고만 했다. 
    지금까지는 매우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큰소리를 내는 사람도 없었고, 상대 편 변호사 사이의 치열한 공방도 없었다. 
    극적인 장면은 전혀 없었다. 
    사람들의 표정에서 실망의 빛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아버지는 마치 사회자처럼 부드럽게 진행해 나갔다. 
    아버지는 거친 바다를 잠재울 능력이라도 가진 듯 
    목사의 설교처럼 딱딱하게 강간문제를 얘기하고 있었다. 
    썩은 위스키 냄새, 짐승우리 냄새와 게슴츠레한 눈을 한 뚱한 얼굴들, 
    간밤에 들려왔던 쉰 목소리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다. 
    그 쉰 목소리는  핀치 선생님, 그들은 돌아갔나요? 라고 말하고 있었다. 
    악몽은 날이 밝으면서 사라졌다.
    오빠만을 제외한 모든 방청객들은 테일러 판사만큼이나 느긋해져 있었다. 
    그의 입술은 의미심장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눈빛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증언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모습에서 
    잘난 척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 로버트 E. 리 이웰!" 
    서기의 벼락 같은 목소리에 답변하려는 듯 
    장닭 같은 남자가 일어나 우쭐거리며 증인석으로 올라갔다. 
    그는 이름이 호명되자 목 뒤가 빨개졌고 
    서약을 하고 돌아선 그의 얼굴도 이미 목덜미만큼이나 빨개져 있었다. 
    이름에 비해 그는 딴판이었다. 
    금세 감은 듯한 숱 없는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흘러내려와 있었다. 
    가늘고 뾰족한 코는 번들거렸고, 턱 부분이 분명치 않았다. 
    그 턱은 스멀거리는 목의 일부분일 정도였다.
     "....그러니 신의 도움으로." 
    그는 수탉이 우는 듯 읊어댔다.
    메이컴 규모의 모든 읍에는 이웰 집안과 흡사한 집안이 있기 마련이었다. 
    경제적 부나 빈곤은 그들의 신분을 바꾸어놓지 못했다. 
    불경기일 때나 아닐 때나 그들은 마을 안에서 방관자처럼 살았다. 
    게으름은 그들의 많은 아이들을 돌볼 수 없게 했고, 
    제아무리 우수한 보건소라 할지라도 
    대대로 이어지는 타고난 게으름에서 비롯된 불결함이나 
    기생충으로부터 그들을 벗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
    메이컴의 이웰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흑
    인들의 오두막이었던 쓰레기장 뒤쪽에서 살았다. 
    그 오두막의 판자로 된 담은 슬레이트 판으로 보수되었고, 
    지붕은 양철캔을 두드려 편 것으로 이어져 있어 
    낱낱의 캔 상표나 디자인을 알아볼 수 있었다. 
    각진 총구멍만한 문에, 네 칸으로 나누어진 오두막은 
    네 개의 고르지 못한 석회암 위에 불안스레 자리잡고 있었다. 
    창문이라고 해야 벽을 뚫어 놓은 정도였고, 
    그나마 여름철에는 쓰레기더미에서 잔치를 벌여대는 해충을 막기 위해 
    더러운 무명조각으로 막아놓고 있었다.
    이웰 사람들이 매일매일 철저하게 쓰레기를 뒤지는 탓에 
    벌레도 먹을 것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마당 주위에 오두막집은 개구쟁이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나무조각이나 빗자루, 연장들이 얼기설기 울타리를 이루었고, 
    녹슨 망치, 쇠스랑, 부삽, 도끼, 괭이 등이 가시철망 쪼가리들과 함께 견뎌내고 있었다. 
    이 바리케이트로 둘러싸여진 지저분한 마당 구석에는 고물 포드 자동차가 놓여 있었다.
    버려진 치과병원 의자, 오래된 냉장고 등 자잘한 고물들은 끝이 없었고, 
    떨어진 신발짝, 못쓰게 된 라디오, 사진틀, 잼 항아리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오렌지빛 닭들만이 희망차게 땅바닥을 쪼아대고 있었다.
    마당 한구석에는 울타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이 빠진 사기단지 여섯 개에 빨간 제라늄이 찬란하게 피어 있어, 
    머디 아줌마의 꽃만큼이나 정성스럽게 가꾸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머디 아줌마 마당에도 제라늄이 만발해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것이 마옐라 이웰네 것이라고 말했다.
    오두막 안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여섯이라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아홉이라 했다. 
    사람들이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여남은 명의 아이들이 지저분한 얼굴로 창문 밖을 내다보곤 했다. 
    성탄절 외에는 그곳을 지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성탄절엔 교회에서 구호품이 지급되었고, 
    메이컴 시장이 우리 쓰레기를 거두어들이는 
    그 사람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강변하곤 했다.
    지난 성탄절, 아버지는 시장의 요청으로 자료를 구하러 그곳에 우리를 데려가주었다. 
    간선도로가 끊기는 곳에서 비포장 도로가 쓰레기장으로 이어져 있었고, 
    그 아래 이웰 집이 있었다. 
    그곳에서 오백 야드 떨어진 곳에 그리 넓지 않은 흑인 거주지역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곳으로부터 돌아오거나 
    간선도로를 이용할 경우라면 결국 도로끝에서 우회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