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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7. 당신은 왼손잡이군요, 이웰 선생 5.

Joyfule 2009. 2. 15. 01:09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7. 당신은 왼손잡이군요, 이웰 선생 5.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접 보았으니까요." 
    "그렇다면 당신은 마옐라의 상태에는 관심이 없었습니까? "
    "물론 관심있었죠. 전 누가 그랬는지 봤으니까요." 
    "그게 아니라 난 그녀의 육체적 상해를 말하는 겁니다. 
    당신은 당연히 딸의 상해에 대해 즉각적인 의료조치를 서둘러야 하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뭐라구요? "
    "즉각적으로 그녀를 의사에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까?" 
    증인은 그런 것은 전혀 생각해본 적도 없고 평생 의사를 불러본 적도 없다고 했다. 
    설령 그렇게 했더라도 괜히 돈만 없앴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다시 아버지에게 물었다.
    "이젠 다 된 겁니까?" 
    "아직 아닙니다." 
    아버지가 편안하게 대답했다.
    "이웰 씨, 당신은 보안관의 증언을 들었겠지요?" 
    "그래서요?" 
    "당신은 헥 테이트 씨가 증언할 때 법정에 있었으므로 그가 하는 말을 다 들었습니다. 
    그렇지요?" 
    이웰 씨는 그 질문을 주의 깊게 생각하고는 안심이 된다고 결정한 듯 보였다.
    "네." 
    "당신은 마옐라의 상처에 대한 설명에 동의합니까? "
    "그게 무슨 ..... "
    아버지는 길머 씨를 돌아다보고 미소지었다. 
    이웰 씨는 그날 변론을 하지 않으려고 결심이라도 한 듯했다.
    "테이트 씨의 증언에 의하면 마옐라의 오른쪽 눈의 멍들고 
    그녀가 온통 구타당..... 
    "아, 그거라면 테이트 씨가 말한 게 모두 맞죠." 
    "그렇습니까? 난 그저 확인을 하려는 겁니다." 
    아버지가 부드럽게 말하며 서기에게로 가서 무언가를 얘기했고, 
    그 서기는 마치 증권시장의 시가인용문을 읽듯 
    테이트 씨의 증언을 읽음으로써 당분간 법정 안을 즐겁게 해주었다.
    "네, 맞아요. 그녀의 오른쪽입니다. 오른쪽 눈이었어요, 
    핀치 변호사님. 지금 기억이 납니다. 
    그 주위가 엉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서기는 책장을 홱 넘기곤 계속했다.
    "얼굴의 그 부분임을 보안관은 반복하였습니다. 
    그녀의 오른쪽 눈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로버트." 
    "당신은 또 한 번 들었습니다, 이웰 씨. 
    그것에 첨부할 것이 더 있습니까? 
    당신은 보안관이 한 말에 동의합니까?" 
    "테이트 씨의 얘기에 동의합니다. 
    그 아인 멍들고 심하게 얻어맞았으니까요." 
    그 땅딸막한 남자는 방금 전의 굴욕을 잊은 듯 
    아버지가 쉬운 상대라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가슴은 부풀고 또 한 번 빨간 수탉이 되어 아버지가 한 가지만 더 질문한다면 
    그의 셔츠단추는 터지고 말 것처럼 보였다.
    "이웰 씨, 당신은 읽고 쓸 줄 아십니까? "
    길머 씨가 저지했다.
    이의 있습니다. 
    증인의 교육수준이 이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적절하며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판장님." 
    테일러 판사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자 아버지가 말을 가로막았다.
    "재판장님, 
    이 질문을 허락해주신다면 곧 그 이유를 아시게 될 겁니다." 
    "좋아요, 계속하십시오. 무효를 선언합니다." 
    길머 씨는 이웰 씨의 교육 정도가 
    이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우리들만큼이나 궁금해 하는 듯했다.
    "그러면 조금 전에 했던 질문을 다시 반복합니다. 
    당신은 읽고 쓸 수 있습니까?" 
    "분명 할 수 있습죠." 
    "당신의 이름을 써서 우리에게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나도 구원기금 수표에 서명을 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이웰 씨는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는 듯 보였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수군대는 소리나 킥킥거리는 웃음소리는 
    이웰 씨가 제시하는 것과 분명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점점 애가 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그가 무슨 짓을 할지 알고 있는 듯 보였지만, 
    내겐 불빛 하나 없는 곳에서 개구리잡이를 하는 것과 같았다.
    반대신문에서 질문에 대한 증인의 답변은 결코, 결코,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들어왔던 바였다.
    그렇게 해서 예상치 못했던 사건의 열쇠를 얻어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답변으로 재판의 패소를 인정하게 될 수도 있었다.
    아버지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어 편지봉투를 꺼낸 후 
    조끼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빼냈다. 
    아버지는 매우 천천히 움직였다. 
    배심원들이 충분히 볼 수 있도록 돌아서서 
    만년필 뚜껑을 열어 테이블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 
    다시 펜을 들어 조금 흔들고는 봉투와 함께 증인에게 건네주었다.
    "자, 여기에 이름을 써주시겠습니까? 
    배심원들이 볼 수 있도록 똑똑하게 써주십시오." 
    이웰 씨는 봉투 위에 이름을 손쉽게 쓰고 나서 
    치자꽃 가득한 방에라도 앉아 있는 듯 
    자기만족에 빠져 자신을 골똘히 내려다보고 있는 테일러 판사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엉거주춤 앉아 있는 길머 씨를 보았다. 
    배심원들은 모두 그를 보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아예 난간 위로 몸을 내밀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흥미 있다는 겁니까?" 
    이웰 씨가 물었다.
    "당신은 왼손잡이군요, 이웰 선생." 
    테일러 판사가 말했다.
    화가 난 이웰 씨는 판사에게로 돌아서서 왼손잡이가 뭐 어떻다는 건지 모르겠고, 
    자신은 신을 두려워하는 선량한 시민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애티커스 핀치는 자기를 이용하고 있으며, 
    그런 약삭빠른 변호사는 언제나 속임수를 써서 자기 같은 사람을 이용한다고 떠들어댔다. 
    계속해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흑인을 보았으며, 흑인이 도망갔고, 
    보안관에게 달려간 일 등 자기가 취한 행동에 대해 거듭 지껄여댔다.
    그의 증언을 뒤집어놓은 후 아버지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마침내 그를 놓아주었다.
    길머 씨가 끝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더 했다.
    "이웰 씨, 당신은 왼손잡이지만 양손을 다 쓸 수 있겠지요?" 
    "난 절대 그렇지 않습죠. 
    아 ,,, 아니 네, 왼손잡이지만 남들 오른손에 지지 않게 쓸 수 있어요. 
    조금도 지지 않게요." 
    그가 피고측 테이블을 노려보며 덧붙였다.
    오빠는 조심스럽게 감정이 흥분되는 것 같았다. 
    발코니 난간을 톡톡치면서 속삭였다.
    "우리가 드디어 해냈어. "
    아버지는 이웰 씨가 마옐라를 구타했으리라는 가정을 보여주려 한 것이었다. 
    그건 나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깊은 의미까지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오른쪽 눈을 맞았다면 얼굴의 오른쪽 부분을 구타당한 것으로, 
    그건 왼손잡이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었다. 
    셜록 홈즈와 젬 핀치와 만남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그를 붙잡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톰 로빈슨 역시 왼손잡이일 수 있으니까.
    헥 테이트 씨가 했던 것처럼 한 장면을 눈 앞에 그려보았다.
     순식간에 무언극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톰이 오른손으로 그녀를 잡고 왼손으로 짓이겼으리라고 결론지어버렸다. 
    나는 이웰 씨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우리 쪽을 등지고 있었으므로 넓은 어깨와 황소처럼 두꺼운 목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간단하게 해치울 수 있었으리라. 
    그래도 나는 오빠가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