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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8.거짓은 또다른 거짓을 낳고 2

Joyfule 2009. 2. 17. 01:44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8.거짓은 또다른 거짓을 낳고 2     
   그는 날 마룻바닥에 내던지고 목을 조르며 희롱했습니다. 
   비명을 질렀습니까? 비명을 지르며 싸웠습니까? 
   그런 것 같아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치고 걷어찼어요. 죽도록 악을 썼어요. 
   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그 다음은 잘 기억이 나질 않아요. 
정신을 차려보니 아빠가 방 안에서 소리치고 계셨어요. 
 누가 그랬니, 누가 그랬어 라고요. 
그리곤 잠깐 정신을 잃었는데, 
테이트 씨가 저를 바닥에서 일으켜 물양동이 쪽으로 데려가주셨어요. 
  마옐라는 증언을 반복함으로써 확신을 가지는 것이 분명했지만, 
그녀의 아버지처럼 경솔한 종류의 확신이 아니었다. 
그건 은밀한 것으로 꼬리를 감춘 변함없는 눈빛 같은 것이었다.
   아가씨는 있는 힘을 다해 격렬히 싸웠다고 했지요? 
그때 이빨과 손톱을 사용했습니까? 
   분명히 그렇게 했습니다. 
   그가 당신을 겁탈했다는 걸 긍정합니까? 
  마옐라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난 또 울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녀는 계속했다.
   그는 계속 노리고 있던 짓을 한 거예요. 
  길머 씨는 얼굴과 손을 닦음으로써 그날이 무척이나 더운 날임을 상기시켜주었다.
   당분간 이것으로 끝내겠습니다. 
  그는 유쾌하게 말했다.
   아직 그대로 있어요. 
저 키 크고 무서운 핀치 씨가 몇 가지 질문이 있다니까. 
  아버지는 싱긋이 웃으며 일어났다. 
증인석으로 걸어가는 대신 웃옷을 열어 조끼 주머니에 엄지손가락을 걸고는 
반대편 창문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아버지는 밖을 내다보았지만 특별히 무엇을 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잠시 후 돌아서서 증인석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나는 오랜 경험으로 아버지가 무엇인가에 대해 
결론을 끌어내려고 애쓰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마옐라 양, 조금도 아가씨를 무섭게 하지 않겠습니다. 
아직은 아니에요. 우리 서로 자세히 알아보기나 합시다. 몇 살입니까? 
   스물한 살이라고 얘기했잖아요, 저기 판사님께. 
   맞습니다, 그랬죠. 당신은 나를 참아내야 할 겁니다, 
마옐라 양. 나도 열심히 하겠지만 내가 한 것을 그대로 기억할 수는 없어요. 
이미 말했던 것을 또 질문하게 될 거고, 
그러면 당신은 내게 대답을 해야 할 겁니다, 그렇죠? 좋아요. 
  나는 마옐라의 표정에서 그녀의 성의있는 협력을 확인하려는 
아버지의 요구를 긍정하는 기미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저를 계속 조롱하는 한 전 한마디도 않겠어요. 
   뭐라구? 
  아버지가 펄쩍 뛸 듯이 물었다.
   나를 계속 놀려댄다면요. 
  그때 테일러 판사가 말했다.
   핀치 씨는 아가씨를 놀리는 게 아니오. 왜 그러지? 
  마옐라는 눈꺼풀을 내리깔았다가 다시 아버지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분은 내게 계속 아가씨니, 양이니 하고 있어요.
 전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고, 
그런 건방진 소리를 들을 이유도 없어요. 
  아버지는 창문 쪽으로 다시 걸어가 테일러 판사에게 이 일을 처리하도록 맡겼다. 
판사는 결코 연민을 일으키게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해명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그의 쓰리고 아픈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단지 핀치 씨의 습관일 뿐이오. 
  마옐라에게 설득하듯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 법정에서 수십 년간 일을 처리해오고 있지만, 
그때마다 핀치 씨는 모든 이에게 항상 정중히 대해왔어요. 
그는 예의를 갖추려는 것이며, 그건 그분의 습관이오. 
  테일러 판사는 의자에 깊숙이 파묻혔다.
   애티커스, 계속 진행하시오. 
그래서 그녀의 생각대로 건방진 꼴을 당하지 않았음을 기록에 보여줍시다. 
  그녀에게 과연 아가씨나 마옐라 양이라고 불러주었던 사람이 있었을까. 
결코 그런 사람은 없었으리라. 
일상적인 예의에도 화를 낸다면 도대체 그녀의 삶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었을까. 
나는 곧 답을 얻어낼 수 있었다.
   아가씨는 스물한 살이라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다시 시작했다.
   형제가 몇이나 됩니까? 
  아버지는 창문에서 증인석으로 돌아왔다.
   일곱 명이오. 
  나는 보았던 그 아이와 나머지 아이들도 모두 같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당신이 맏이입니까? 제일 위입니까? 
   네. 
   어머닌 언제 돌아가셨습니까? 
   몰라요, 오래 전이에요. 
   학교엔 다녔습니까? 
   ,,, 저 아빠만큼 읽고 쓸 수 있어요. 
  마옐라는 내가 읽은 책의  미스터 짤랑이 처럼 대답했다.
   학교는 얼마나 다녔습니까? 
   이 년 ,,, 삼 년 ,,, 잘 모르겠어요. 
  나는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아버지의 진행방식을 깨닫기 시작했다. 아
버지는 길머 씨로부터 아무런 이의저지도 받지 않고 
배심원들 앞에서 이웰 사람들의 모든 생활을 천천히 풀어나갔다.
  그것으로 배심원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탐지할 수 있었다. 
정부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구제기금 수표로 그 가족이 살아나갈 수 없는 것은 
이웰 씨가 그 돈으로 모두 술을 마셔댔기 때문이 아닌지 의심을 갖게 했던 것이다. 
그건 그가 며칠씩이나 할렘 가로 사라졌다가 
상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기 때문이었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질 때면 신발이 없어도 괜찮았지만 
추워지면 낡은 타이어로 신발을 만들어 신고, 
쓰레기더미 꼭대기까지 오르내리며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곤 했다. 
그들은 추려진 쓰레기로 둘러싸여 있었다. 
씻고 싶을 때면 각자 물을 길어와야  했으므로 
어린아이들은 일년 내내 감기와 만성 피부염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때로는 부인들이 찾아와 마옐라에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라고 해도 
그 가족 가운데 쓰고 읽을 수 있는 두 명 중 
하나인 그녀는 나머지 아이들은 배울 필요가 없고 
아버지도 원치 않는다고만 하는 것이었다.